[비즈니스 포커스]
15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한국경제 DB
15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한국경제 DB
최근 증시는 주도주 없이 각종 테마주만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 10월은 증시 바닥권의 대응에 나설 때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으려면 묘수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눈여겨볼 종목과 섹터는 무엇일까. 주요 증권사 투자 전략팀에 추석 이후의 투자 전략과 주도주를 물었다.가을의 축제 ‘실적 시즌’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리스크 속에서 주식 시장의 반등은 소수 업종과 종목이 견인했다. 2차전지·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로봇·인공지능(AI)에 이어 정치 테마주까지. 주도주가 부재한 한국 증시는 테마주의 전성시대였다. 투자자들도 순환매가 강하게 나타나는 테마주 장세에 합류하기 바빴다.

기나긴 연휴(증시 휴장)가 끝난 지금, 시장은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고금리 강달러에 실적 우려까지 겹친다. 9월 20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5.25~5.50% 동결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투자 전략 전문가 사이에선 ‘증시 바닥권에서 10월 상승세’를 예고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은 1월, 5월에 이은 2023년의 셋째 기회”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1월엔 물가가 피크아웃하면서 채권의 위험이 완화됐고 5월엔 AI 붐이 일면서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정상화됐다.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10.5배이고 미국의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8.3배나 된다.

10월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다. 10월 11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예상)를 시작으로 한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42%, 48% 감익이었다. 지난 1~2분기가 실적의 저점이었다면 3분기는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전문가들이 10월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로 돌아설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① 대장주의 귀환 ‘반도체’이 시기, 첫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장주 반도체의 귀환 여부다. 투자 전문가들은 하반기 새롭게 왕좌를 차지할 주도주로 반도체를 가장 많이 꼽았다.

10월 4일 발표된 8월 한국 산업 활동 동향에 그 이유가 있다. 반도체 산업이 반등하면서 지난 8월 산업 생산이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8월 전 산업 생산(계절 조정, 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2020년=100)로 전월보다 2.2% 늘었다. 하락세였던 반도체 생산이 13.4%나 증가하면서 전체 지수가 상승할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8.3% 늘면서 지난해 7월(14.9%) 이후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지난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99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최근 1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고 감소 폭도 13.6%까지 줄였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드디어 턴어라운드했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회복세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투심’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9월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1조원으로 반등한 것. 삼성전자의 지난 8월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7979억원으로 올해 3월(7611억원) 이후 최저였다가 한 달 새 부쩍 상승했다. 주가도 지난 7~8월 3~4% 떨어졌는데 지난 9월 2.24% 오르면서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이후로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수출주 중심으로 한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2분기 실적 시즌 이후 낮아진 실적 기대치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수출 대형주를 중심으로 기대치를 재차 충족시킬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현물(스폿) 가격의 상승은 사이클의 시작”이라며 “영업이익은 2분기 바닥을 확인한 후 3분기부터 눈높이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단, 반도체 업황에 중국이 변수다. 기업용 반도체 출하 지역이 대체로 미국인 반면 소비자용 반도체는 중국인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는 중국 제조업 경기 반등 전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제조업 경기 반등 기대는 미약하지만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중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2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0.5포인트 오른 50.2로 집계됐다. 제조업 PMI는 제조업 구매 담당자를 상대로 신규 주문·생산·납품·재고·고용 등 5개 분류 지표를 설문 조사해 집계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위축을 뜻한다. 중국의 제조업 PMI가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6개월 만이다. 9월 비제조업 PMI도 51.7로 확장세를 이어 갔다. 3개월 만의 최고치다.②찬바람 불 때 배당주 ‘금융’둘째는 경기 방어주다. Fed가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거시 경제적 이슈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 경기 방어주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시장에서 유리한 전술로는 어떠한 매크로 환경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어주가 투자 대안”이라며 “특히 은행·보험 등 금융주가 1순위 선택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Fed의 통화 정책 기조 강화를 비롯한 각종 이슈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식 시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며 “강달러·고금리 등 악재들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에 10월에는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모든 악재들이 주가에 소화된 이후 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 회견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방어주는 배당주다. 배당주는 불확실성이 큰 시장 흐름에 안정적인 실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어 출렁이는 증시에 방어주로 통한다. 배당주는 배당이 안전 마진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장기 투자 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여 온 투자처다. 2001년 이후 한국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시기에도 배당주는 하락 구간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배당주가 코스피지수 대비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특성이 있지만 반등 시기의 상승 폭 역시 코스피지수 대비 크지 않다. 주가지수가 반등하는 구간만 살펴본다면 배당주의 성과는 부진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락 구간과 반등 구간을 누적해 평가한다면 배당주는 우월한 성과를 보여준다.

9월에 이어 10월도 고배당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졌다. 한국의 상장 기업 2395개 중 98.3% 이상이 12월 결산 법인으로, 결산 배당 기준일인 12월 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이다. 특히 은행은 작년 실적 발표에서 주주 환원 정책을 제시한 이후 양호한 주주 환원을 이어 가고 있다. 대신증권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을 5.2%로 추정했다. 이 중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각각 10%, 9%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도입하며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높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주당 600원을 현물 배당했다. 중·장기적 주주 환원율 목표는 50%로 제시한 상태다. 주주 환원율은 순이익에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지난해 이 회사의 주주 환원율은 27%였다.

배당주에서 주의할 점은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해도 주가가 떨어지는 등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투자 가치가 없다고 조언한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하면 배당 수익보다 평가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감소한 곳도 유의해야 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에는 한국 상장 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이 하락함에 따라 기대에 못미치는 배당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가지되 기대한 배당금이 제대로 지급될 종목들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