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 강한 '안티 에이징' 대신 '슬로우 에이징' 사용 늘어
슬로우 에이징 범위, 기능성 제품뿐만 아니라 이너뷰티까지 확대
뷰티업계, 2030세대 확보 위해 '슬로우 에이징' 강

올리브영의 슬로우 에이징 마케팅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의 슬로우 에이징 마케팅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슬로 에이징’이 뷰티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천천히 나이 들기’를 뜻하는 슬로 에이징은 노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소중한 경험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는다. 노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안티 에이징’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보다는 건강하게 나이가 드는 ‘웰에이징(Well-aging)’이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부상하면서 뷰티업계에서도 슬로 에이징을 새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티 에이징 있잖아” 왜 ‘슬로 에이징’ 뜰까2030세대가 건강하게 늙는 ‘슬로 에이징’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 관심을 받은 ‘안티 에이징’과는 다른 개념으로, 최근 들어서는 ‘안티 에이징’보다 ‘슬로 에이징’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안티 에이징은 ‘나이가 드는 것을 막는다’라는 의미다. 나이가 들어도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늙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둔 개념이다. ‘동안 피부’, ‘아기 피부’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안티 에이징이 관심을 받으면서다.

문제는 ‘안티 에이징’이 노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슬로 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는데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뜨는 추세”라며 “안티 에이징이 부정적인 단어라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뷰티업계의 트렌드도 올해를 기점으로 안티 에이징에서 슬로 에이징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매거진 얼루어는 2017년부터 ‘안티 에이징’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했다. 당시 얼루어는 “노화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노화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안티 에이징은 노화를 우리가 싸워야 하는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생에 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늙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가 매일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라며 “아름다움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뷰티업계에도 이런 부분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야 한다”는 기사에서 “사람들이 나이를 부정하면서 노화 방지 산업이 빠르게 커졌다”며 “이 산업은 주름 개선 크림만 팔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해 노화 방지 관련 화장품에 54억 달러(약 7조30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슬로 에이징’은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젊고 건강한 피부를 오래도록 유지하자는 것이 핵심으로, 노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난 개념이다. 슬로 에이징은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천천히 나이 들기’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슬로우 에이징 콘텐츠. (사진=유튜브 갈무리)
슬로우 에이징 콘텐츠. (사진=유튜브 갈무리)
MZ세대 관심사는 ‘슬로 에이징’MZ세대의 관심으로 뷰티업계에서도 슬로 에이징에 초점을 맞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올리브영·쿠팡 등이 MZ세대 화장품의 핵심 트렌드를 ‘슬로 에이징’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올리브영 고객의 약 73%를 차지하는 2030세대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피부 관련 고민 사항 상당수가 노화와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미만 고객은 수분, 진정 관리 상품을 주로 찾았지만, 25~34세 고객은 모공, 탄력, 흔적 관리에 특화된 기능성 스킨케어 상품을 다양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쿠팡도 슬로 에이징을 주목하고 있다. 쿠팡 뷰티 데이터랩은 최근 20대부터 선제적인 관리로 피부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본연의 건강한 피부를 지키려는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관련 테마관을 운영했다. 쿠팡 관계자는 “젊을 때 일찍 관리를 시작해 건강한 본연의 피부를 오래 지키고자 하는 MZ세대들이 증가하며 슬로 에이징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노화 중단’ 등의 단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MZ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에서는 더욱더 안티 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로 에이징은 뷰티업계와 고객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업계는 제품 카테고리를 늘려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고객은 저렴한 가격대로 기능성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제품 카테고리가 확대됐다. 안티 에이징은 탄력 관리 제품만 해당했지만 슬로 에이징 범위는 탄력 관리뿐만 아니라 모공, 안색, 흔적 등도 포함된다. 여기에 ‘이너뷰티(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도 슬로 에이징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기존에는 이너뷰티가 ‘먹는 화장품’ 정도로 여겨졌지만 일상생활을 돕는 보조식품과 간식류까지 확대되고 있다.

관련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현재까지 고기능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의 슬로에이징 관련 카테고리의 2030세대 구매 회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어났다. 연작은 피부에 탄력을 부여하고 주름을 개선하는 자숙목 라인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속보습부터 채워줘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슬로 에이징의 대표 제품인 ‘에센스 전초 컨센트레이트’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30세대 고객 비중이 90%에 달하는 W컨셉에서는 최근 1년 기준 이너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40% 늘었다. 피부 건강을 위한 영양제(콜라겐 등), 비타민, 건강음료 등이 인기를 얻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대가 낮아지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간 노화 관련 피부 관리와 스킨케어 상품은 가격대가 높아 젊은층의 접근성이 어려웠다. 이에 이미 생긴 주름을 없애거나 탄력을 개선하는 안티 에이징 제품은 구매력이 높은 4050세대를 겨냥해 10만~30만원대로 출시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브랜드들이 슬로 에이징 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이로 인해 가격 접근성도 점차 더 좋아질 전망”이라며 “MZ세대가 ‘건강하게 늙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관련 카테고리 매출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