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개발의 최대 화두 'SDV'[테크트렌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개발 경쟁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자동차 전용 SW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말하는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란 표현은 SW로 통합 제어되는 자동차의 미래상을 잘 보여준다. 전기차, 자율주행차가 야기한 SW 개발 경쟁9월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일명 뮌헨 모터쇼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대형 부스를 마련해 각종 전기차 모델을 대거 전시하는 등 한층 커진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터리 및 전기차 전용 부품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총 660여 개의 모터쇼 참여 기업 중 40%를 중국 기업이 차지할 정도였다.

한국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의 입지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차의 EV6가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이 선정한 최우수 전기차로 연이어 선정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전기차 공세를 맞이한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기존 강자들은 차세대 전기차,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기업들이 개발하는 차세대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근간에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핫 이슈인 자동차 전용 SW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HW 중심으로 제어되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제어는 SW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의 이면에서는 자동차 전용 SW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개발 경쟁이 병행되고 있다. 자동차 개발의 최대 이슈가 된 전용 OS 기반의 SDV소프트웨어 중심형 자동차로도 불리는 SDV는 자동차의 각종 장치, 기능을 SW로 제어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차체의 보디, 섀시, 엔진 등 HW를 기반으로 하고 SW를 추가하는 식이었다면 SDV는 SW를 기반으로 HW를 구조화해 만들어지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SDV를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온 테슬라(Tesla)다. 기존 자동차는 엔진 등의 구동장치, 조향장치, 브레이크, 오디오, 내비게이션, 차량 내 시트 장치, ADAS 장치 등의 제어 기능이 장치별로 각각 분산돼 차량 내에 설치되는 제어용 컨트롤러들과 칩셋들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

테슬라 차량의 제어 시스템은 3~4개의 제어용 컨트롤러와 전용 OS로 구성된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OS로 제어되는 것처럼 테슬라 차량의 구동부와 ADAS 장비 및 인포테인먼트 등의 모든 장치들은 단일한 OS와 통합 칩셋 기반의 중앙 집중 시스템으로 제어된다.

일반 소비자가 SDV의 편리성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차량 내 각종 장치가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OTA(Over The Air)를 들 수 있다. 기존 자동차의 경우 각종 장치나 기능을 업데이트하려면 정비소로 가야 하지만, OTA가 보편화된 SDV는 정비소에 가지 않고 실시간으로 각종 장치나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 설치된 OTA의 적용 범위는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인포테인먼트 장치에 한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처럼 인포테인먼트 장치를 넘어 동력원 등 구동장치 및 조향, 섀시, 자율주행 등 주행 기능 전반에 걸친 펌웨어 영역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고도로 발전한 SDV는 다양한 장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은 자기의 운전 성향이나 취향에 맞춰 자동차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 운전 또는 자율주행 과정에서는 가속, 브레이크 작동, 자율주행 기능 등을 운전자 성향에 맞게 최적화해 편리하고 편안한 주행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운전 패턴의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 및 안전성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전기차 충전, 사고 및 보험 처리 등 자동차 이용 과정 전반에 걸쳐 맞춤화된 각종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 개에 달하던 컨트롤러와 배선 등의 HW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차체 구조도 단순화해 부품비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사업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고, 차량 경량화로 인한 에너지 효율화로 주행거리 증대 등의 성능 향상도 꾀할 수 있다. 또한 BMW가 시도했던 열선 시트 구독 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사업 모델도 SDV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반면에 높은 개발 난이도는 SDV의 상용화를 지연시키고 있다. SDV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능이나 장치들을 어떤 식으로 통합할 것인지, 통합 모듈 내에서 기능별 작동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다. 어떤 기업이든 테슬라 수준의 통합 제어 시스템을 단번에 완성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당장은 유사 기능들을 묶거나 운전석, 승객석이나 차량 전반부, 후반부 등 구역별로 묶는 식의 부분적인 통합 모듈을 적용하는 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SDV 개발에서는 무조건 제어 모듈의 개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차량에 적용되는 모든 SW와 HW를 효과적으로 통합 제어하려면 적합한 OS도 확보해야 한다. 테슬라도 우수한 SDV를 구현하기 위해 결국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를 만들었다. 차량 전반의 효과적인 제어는 자동차 품질의 차별화와 직결되는 요소이므로 자체 OS는 시장 선도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내재화해야 할 필수 기술이 되고 있다. SDV 개발 가속화하는 기업들한국의 현대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도요타 등 다수의 기업들이 SDV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는 신뢰성 있는 SDV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 개발의 복잡도를 낮추는 동시에 제어 기능을 통합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이하 IMA)를 개발하고 있고, 전자·편의(Comfort), 주행 성능(Driving),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ADAS의 4가지 기능별로 통합한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인포테인먼트와 ADAS 영역의 통합 제어를 완성한 수준이고, 2025년까지 전자·편의, 주행성능 영역의 제어도 통합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뮌헨 모터쇼에서 콘셉트카인 CLA 클래스를 공개했다. 벤츠는 CLA 클래스에 자사가 직접 개발하고 있는 MB OS를 기반으로 하는 SDV 플랫폼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MB OS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차량 제어 기능을 모두 담고 있는 벤츠의 자동차 전용 OS다. 2024년쯤 양산 예정인 CLA 클래스는 벤츠가 추구하는 SDV 플랫폼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MB OS 상용화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CLA 클래스에는 MB OS 기반의 SDV 플랫폼과 함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MMA(Mercedes Modular Architecture), 라이다 기반의 자율주행 플랫폼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도요타는 SW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독자 O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20년 SW 전문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해 자체 OS인 VW OS 개발을 진행 중이다. 도요타는 그보다 앞선 2018년 SW 전문 자회사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해 자율주행 기능에 초점을 둔 SDV를 개발하고 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