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지구단위계획 연내 지정 고시
부동산 규제가 속도 높이기도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3·4·5구역 조합은 최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연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이 드디어 확정 고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6월 말부터 새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 공람을 진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압구정 2·3·4·5구역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서울시는 해당 지구단위계획안 및 신속통합기획 종합계획안을 통해 50층 내외 최고 층수, 한강변 수변특화 구간 등 재건축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각 구역은 향후 재건축 설계의 바탕이 되는 기초설계 등을 담은 정비계획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는 “초반에 압구정 4·5구역이 재건축 속도가 빨랐으나 현재는 ‘형님’인 3구역과 2구역이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압구정 재건축은 초기에 불과하지만 사업 완료 후 국내 최고 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은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북 주요지역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한강변으로 뻗어 나온 지형으로 인해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동시에 ‘최고의 부촌’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재건축 완료 시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질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을 앞둔 3구역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가 이미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석 명절 인사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석 명절 인사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따라서 압구정 재건축은 그 규모와 상징성 때문에 소유주들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서울시와 정부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과거 진척과 정체를 반복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는 압구정 재건축을 통해 세계에 내로라할 한강변 명소를 조성하고 싶어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압구정 현대 재건축은 이 같은 딜레마에 따라 진행과 정체를 반복했다.

압구정 재건축의 본격적인 시작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전 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구현대 일부 단지에서 추진되던 압구정 재건축은 2009년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전기를 맞게 된다. 압구정이 여의도·성수·이촌·합정과 함께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난개발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든 압구정 재건축 단지가 통합계획에 따라 구역별로 묶이게 됐다. 용적률을 높여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건축물과 토지 가치를 높이는 한편, 한강변 부지를 공원화하는 등 현 신속통합기획에 담긴 내용도 당시 ‘한강 르네상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땅값이 비싸고 주거지에 대한 주민들 자부심이 큰 압구정에선 단지 새 아파트를 받는 것 이상의 이해관계가 존재했다. 소유주들 사이에선 재건축을 통해 가구수가 늘고 단지 내에 공원이 생기면 주거지로서 쾌적성이 떨어지고, 자산가치 역시 하락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층수규제 완화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로 서울시가 요구한 25% 이상 토지 기부채납에 대한 소유주들의 반감이 컸다. 이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1년 오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수년간 표류했다.

또 현재까지 사업이 지연된 데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미뤄진 영향이 크다. 정비계획에는 구역별 부지의 용적률과 건축하는 시설물의 종류, 공동주택의 경우 신축하는 가구수와 면적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지닌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기에 수년의 기간이 걸린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첫 재건축 추진부터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20년 이상이 걸렸을 정도로 해당 절차는 재건축의 ‘첫 번째 고비’다. 그리고 추후 설립되는 재건축 조합은 정비계획을 기초로 건축심의 등 인허가 절차에 대비한 구체적인 설계안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압구정 재건축은 오 시장 때부터 통합계획으로 묶여 지구단위계획 고시 없이는 개별 구역별로 정비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다. 박원순 전 시장 역시 압구정 재건축을 구역별 정비계획이 아닌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 추진하면서 2016년에서야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당시 계획은 박 전 시장의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비전 그대로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동시에 기부채납률을 15%로 낮췄다.

그러나 단지 내 도로를 통해 대중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한강변 부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당시 3구역에 속한 구현대 아파트 주민 2083명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전환에 반대하는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한창 상승기에 진입하던 집값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결국 해당 계획은 시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됐다. 박 전 시장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 인허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조합설립이 신속하게 진행된 것은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규제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 단지들이 속한 2·3·4구역, 그리고 5구역은 2020년 하반기 들어 정비구역 지정을 건너뛰고 소유주들에게 조합설립 동의를 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이 계기를 제공했다. 6·17 부동산 대책은 2021년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신청을 접수한 재건축 단지에 대해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요건이었다.

재건축 추진위는 사업에 미온적이던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을 정비계획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없이 조합설립이 가능했다. 압구정 조합 탄생을 이끌었던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요건’은 2021년 7월 폐지됐으나 역설적으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시계를 앞당기게 됐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압구정의 귀환③“1대1 재건축 공약 지켜라” 신통기획 반대 의견도>에서 계속


<압구정의 귀환>
① 설계사 선정한 압구정 현대,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
② 공공이 지켜보는 최고 브랜드, 규제는 '양날의 검'
③“1대1 재건축 공약 지켜라” 신통기획 반대 의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