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여자친구 국방 전문가로 ‘둔갑’...12억 용역 몰아줬다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의 한 연구원이 보육교사인 여자친구 이름으로 회사를 세우고 12억 원짜리 외주 용역을 줬다가 적발돼 논란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위사업청의 ‘외주용역업체(하도
급) 부정행위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국기연 연구원의 이같은 부정행위가 적혀 있다.

국기연은 국방 기술정책과 전략을 연구하고, 무기체계 개조 등을 통해 국방 연구개발(R&D) 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된 기관이다. 연간 예산은 1조 원에 달한다.

이곳에서 무기체계 개조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A 연구원은 지난해 7월, 관련 사업을 주관할 업체 2곳을 선정했다. 해당 업체 2곳에는 총 53억 원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됐다.

해당 업체들은 무기 체계 시뮬레이션 시험을 수행할 외부 업체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사업을 담당하는 A 연구원과 지인인 B 교수, 그리고 A 연구원의 여자친구는 회사를 만들어 ‘셀프 용역’을 따낼 계획을 세우게 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이렇게 이들이 세운 회사는 결국 A 연구원이 관리하는 기업들로부터 각각 6억 원짜리 용역을 수의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A 연구원이 업체 선정부터 계약서 작성에 전부 관여해 나타난 결과였다. 총 계약 금액은 12억원이었으며, 이 중 7억 원은 선금으로 지급받았다.

방위사업청의 감사를 보면 이렇게 지급된 나랏돈은 실제로 용역 수행에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

회사 대표인 A 연구원의 여자친구는 그 돈으로 2억 1200만 원짜리 오피스텔을 구매했다. 자신 앞으로 매달 천 만원의 월급도 지급했는데, 이 월급은 남자친구인 A 연구원과 나눠 썼다.

뿐만 아니라 여성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서류상 직원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고용노동부로부터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480만 원도 부당 수령했다.

완전 범죄가 될 뻔 했던 이들의 행각은 국기연의 사업비 집행내역을 점검하던 외부 회계법인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방위사업청의 대대적인 감사가 시작됐으며 이같은 사실이 적발돼 결국 A 연구원은 지난달 해고됐다.

국기연은 이들 일당을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과 사기,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 혐의 등으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