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본래 2층 구조로 된 나전칠기 공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4층짜리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 것이 목단가옥이다. 직접 구운 10만 장의 벽돌을 하나씩 손으로 쌓아올렸다고 한 걸 생각하면, 건물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샘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예로부터 사람들이 나누어 마시던 샘물로, 겨울에도 얼지 않고 지속적으로 흐르는 물이었다고.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목단가옥이 이를 복원했다. 샘물 소리에 이끌려 건물로 향하는 붉은 계단을 밟으면 1층으로 통하는 고풍스러운 옻칠 문이 나온다. 문을 열자마자 이곳이 과연 우리나라가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맞으면 조선시대인 듯 보이고, 아니라고 하면 홍콩 혹은 중동의 알 수 없는 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브런치 티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1층에서는 화려한 인테리어에 놀란 건 잠시, 다채로운 음식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화려한 옻칠 작품과 자개, 타일로 완성된 인테리어가 누군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예술혼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어느 공간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은 이곳의 정성이 방문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목단가옥의 카페는 지하 1층에 마련돼 있다. 카페 벽면은 초록색 벽돌로 장식돼 있으며, 이곳 역시 브런치 티카페와 마찬가지로 군데군데 장식된 자개가 인상적이다. 신기한 것은 자개는 동양의 것인데, 붉은색과 초록색을 만나니 서양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동서양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건축 형태처럼 내부 역시 동서양의 분위기를 모두 담아냈다. 거장의 숨결로 완성되다
목단가옥 하면 내부에 전시된 전용복 작가의 순수 옻칠과 나전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전용복 작가는 세계적인 옻칠 거장으로, 일본의 메구로가조엔 연회장 복원 과정을 전부 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메구로가조엔은 고위급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일본의 한 명문 가문이 지은 연회장으로, 훗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다. 사실 메구로가조엔의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의 옻장이들이 만든 것이다. 이에 전용복 작가는 복원 작업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전용복 작가는 한국 장인들과 함께 3년간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 복원에 힘썼다.
이처럼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름다운지를 몸소 보여주는 전용복 작가의 작품은 목단가옥의 천장, 벽,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이 아무나 가까이할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변화하는 것을 목단가옥을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엘리베이터의 붉은 문, 그리고 화려한 내부가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엘리베이터에 새겨진 작품들의 엄청난 디테일은 이 건물의 가치를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전통 예술 양식의 새로운 제안
모든 가구와 실내 장식품은 목단가옥만의 디자인 제품들이다. 목단가옥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주문 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공간은 더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목단가옥의 인테리어에 쓰인 주요한 소재 중 하나가 타일이다. 이곳에서는 각양각색의 타일이 진열돼 있으며, 구입할 수도 있다. 특별히 타일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내 손으로 직접 타일을 만지는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전통의 예술 양식을 특별한 방법으로 제시한 목단가옥. 이곳의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은 우리의 공간 향유 욕구를 일깨워준다. 한남동에 가면 붉은 벽돌 건물을 찾아보자. 이전에는 없던 공간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이민희 기자 min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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