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3사, 2020년 이후 폐점만 전국 29곳
빠른 배송 등 고객 편의성 앞세운 이커머스에 밀려 고전
식품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 나서

사진=신세계
사진=신세계
대형마트 업계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신규 출점은 사라졌고, 실적 부진으로 수십 곳을 폐점하면서 고객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수도권은 도보로 찾아갈 수 있는 매장이 많지만 점포가 적은 지방의 경우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탓에 방문도 쉽지 않다.

마트는 오프라인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커머스 대표 기업인 쿠팡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식품, 생활 등 주요 판매 부문에서 매출이 상승하는 이커머스와 대조된다.

결국 마트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수익성이 악화한 탓에 여전히 신규 출점은 어렵지만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살려내겠다는 계획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매장으로 고객 불러내는 마트최근 마트업계가 매장을 리뉴얼하고 특정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높여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공통점은 ‘식품’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마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다. 이마트는 ‘냉장식품’, 롯데마트는 ‘냉동식품’,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이마트는 별도 조리 없이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을 육성하고 있다. 초밥, 튀김, 치킨, 훈제삼겹살, 샌드위치, 양장피 등이 주된 품목이며, 즉석조리 매장 ‘키친델리’에서 판매한다. 초밥의 경우 ‘스시 블랙’이라는 프리미엄 라인을 론칭하고, 샌드위치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이마트 샌드위치의 경쟁사를 타 유통업체가 아니라 카페나 베이커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맛과 양, 그리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사진=한국경제신문
특히 이마트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신상품을 꾸준히 발굴하면서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상품의 판매 단량을 줄이고 1인가구를 타기팅한 상품도 내놓고 있다. 기존에는 새우튀김 20개입이 최소 수량이었다면 델리 상품 강화 이후로는 최소 수량 5개입 상품을 새로 선보였다.

‘키친델리 클럽’도 운영한다. 2020년 10월 론칭한 무료 멤버십으로, 델리 제품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마트 앱에서 연간 3~4회, 회차별 6~8주 기간으로 진행하며, 현재 10기까지 마무리됐다. 이마트는 12월에 11기 멤버십을 오픈할 예정이다.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해 1~9월 델리 코너의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6.2% 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로 외식 가격, 요리를 직접 해먹는 비용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별미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델리 코너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가 주력하는 것은 ‘냉동식품’이다. 고물가 시기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냉동식품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를 통한 자체 개발도 적극적이다.

최근 롯데마트가 최초로 개발한 냉동 마파두부 상품 ‘사천식 마파두부’가 대표적이다. 두부가 들어간 간편식 상품은 해동 후 수분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냉동 상품으로 개발이 어려웠지만, 특허받은 RO(Reverse Osmotic) 공법을 보유한 파트너사와 8개월간의 협업 끝에 해동 후에도 두부 본연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한 상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 최근 1년 기준 롯데마트의 냉동식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치킨, 디저트류 상품이 인기를 얻었다. 또한 ‘요리하다’ 상품을 재구매한 고객의 비율은 해당 상품군의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객들 사이에서 롯데마트의 냉동식품은 ‘간단하지만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의 강점은 ‘신선식품’이다. PB 브랜드인 ‘심플러스’와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통해 콩나물, 두부 등 다양한 신선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물가 고공 행진으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하우를 집약한 PB 전략이 적중하면서 PB 제품이 매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지난해 6월에는 약 1000개의 지정 농가가 상품 생산에 집중하는 ‘홈플러스 신선농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고, 자주 사는 대표 과일이 신선농장에 해당한다.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수박, 참외, 포도, 밀감 등 고객 수요가 높은 주요 과일을 선정하고 각 품목별 차별화 상품을 기획해 최적의 시기에 제공한다. 중간 도매상 없이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다. 높은 품질의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합리적인 가격 책정까지 가능해져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그 결과, 홈플러스 오프라인 매장의 식품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의 자체 조사 결과 지난 9월 한 달간 식품 전체 매출만 지난해보다 6% 이상 뛰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당 신선식품 구매 빈도도 월평균 약 3회를 기록하면서 ‘오프라인에 방문하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눈에서 멀어진 마트, 마음 돌릴까오프라인 마트의 상황은 부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월 발표한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포함되는 오프라인 업체의 매출은 1.2%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대형마트는 8.4% 역성장하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선물세트, 신선·가공식품 등의 판매 부진으로 생활/가구(△12.8%), 식품(△7.9%) 분야 매출이 감소하고, 지난해 가전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기저효과로 가전/문화(△9.5%)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전 품목에서 매출 하락세를 기록한 영향이다.

온라인 업체들이 수혜를 봤다. 대형마트에서 매출 감소를 기록한 품목 모두 온라인에서는 매출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업체들은 식품(13.0%), 생활/가구(8.7%), 서비스/기타(13.3%) 등에서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체 매출이 8.1% 올랐다.

대형마트의 큰 단점은 점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 사라진 전국 오프라인 매장은 29개에 달한다. 이마트 9곳, 롯데마트 12곳, 홈플러스 8곳 등이 실적 부진, 점포 효율화 등을 이유로 폐점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매장 수 격차도 크다. 이마트는 수도권에 7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라도 매장은 8개, 경상도는 14개에 그친다. 지역별로 따져도 서울에는 26개의 매장이 있는 반면 부산 매장은 5개가 전부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는 50개의 매장이 있지만 전라도에 10개, 경상도에 14개 매장만 있다. 홈플러스 역시 수도권 매장은 52개인 반면 전라도와 경상도 매장은 절반 수준인 25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