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아덱스’ 르포

[비즈니스 포커스]
10월 16일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 미디어데이에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펼쳐지는 가운데 야외 전시장에 K2 전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0월 16일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 미디어데이에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펼쳐지는 가운데 야외 전시장에 K2 전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등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두 개의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무기 수요가 급증하자 K-방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최근 열렸다. 10월 17~22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이하 아덱스 2023)’이다.

아덱스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국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수출 확대와 해외업체와의 기술교류를 위한 방산종합전시회이자 수십조원대 무기 수출 계약이 체결되는 방산 마켓이다.
현대로템이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에서 신규 30톤급 차륜형장갑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로템이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에서 신규 30톤급 차륜형장갑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35개국 550개 업체 참가…역대 최대 규모

17일 개막식에는 미국,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말레이시아 등 57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차·기아, 현대로템, LIG넥스원, 대한항공, 풍산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록히드마틴, 보잉, 사브(SAAB) 등 글로벌 주요 방산업체들도 대거 참가했다.

직전 2021년 28개국, 440개 업체에서 올해는 35개국 550개 업체로 참가업체가 대폭 늘어 K-방산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이날 방문한 전시장에서는 해외 군 관계자,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 K-방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아덱스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전략자산이 전시됐다. 현존하는 최고 전투기로 불리는 미국 공군의 F-22 랩터는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미디어데이에 서울 상공에서 시범비행을 해 일반에 첫선을 보였다.

2007년 미국 알래스카 모의 훈련에서 F-22 랩터 한 대가 대항기로 나선 F-15와 F-16 전투기 144대를 격추시키면서 ‘공중전의 지존’으로 불리고 있다.
10월 17일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10월 17일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한·미동맹 70주년, 전략핵폭격기 B-52 띄워

개막식에선 KF-21과 국산 고등훈련기 T-50, 미군 F-22 전투기와 B-52 전략폭격기가 함께하는 한·미 연합 공중전력 축하비행을 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B-52는 핵폭탄과 핵탄두 순항미사일 등 폭탄과 미사일 31톤을 탑재할 수 있는 미 공군 최대의 전략핵폭격기로 이번 행사 기간 처음으로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적은 많지만,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B-52의 국내 착륙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열중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K-방산은 폴란드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 등에 힘입어 2022년 173억 달러(약 23조원)로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정부는 2027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달성해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아덱스 개막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개막식 축사를 통해 “우리 방위산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며 “원조와 수입에 의존하던 나라가 이제는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또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K9 자주포, 세계 최정상급 전차인 K2 흑표,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우선협상대상이 된 전투형 보병장갑차(IFV) 레드백,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우리 방위산업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K-방산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10월 18일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을 참관해 한화그룹 부스에서 KF-21의 심장인 F414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10월 18일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을 참관해 한화그룹 부스에서 KF-21의 심장인 F414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VIP 방문 잇따라…김동관 부회장도 참관

실내 전시장에는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LIG넥스원, KAI, 대한항공 등이 대규모 부스를 꾸려 최첨단 무기체계와 방산 기술력을 선보였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방산 계열사 통합 부스를 꾸려 육·해·공·우주의 통합 방위 역량을 과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적용한 F414 엔진도 공개했다. 인구 감소로 병력이 줄어드는 미래전을 대비한 무인화 기술도 대거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해 올해 12월 미 해병대 테스트를 앞둔 차세대 군용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과 한화오션이 개발한 ‘고스트 커맨더’로 불리는 무인전력지휘통제함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K9 자주포를 비롯해 전투형보병장갑차(IFV)인 레드백, 천무 다연장로켓 등 글로벌 전략제품도 볼 수 있었다. 18일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한화 통합부스를 방문해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심장인 F414 엔진과 스페이스 허브 존을 둘러봤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우주산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자체 기술 확보와 독자적인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군용 다족보행 로봇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안옥희 기자
현대로템의 군용 다족보행 로봇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안옥희 기자
현대차그룹에서는 기아, 현대로템, 현대위아가 통합부스를 열어 UAM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로템 부스 앞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개발 중인 다족보행 국방로봇이 깜짝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4족 보행 로봇은 궤도가 장착된 무기가 갈 수 없는 야지 험로나 계단·장애물 구간에서 자유롭게 기동하는 장점이 있다.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사람 대신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작전에서 인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아덱스에서 신규 30톤급 차륜형장갑차의 실물을 최초 공개했다. 30톤급 차륜형장갑차는 외부 공격으로부터의 생존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방호력 증강에 초점을 두고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 중인 모델이다.

이번에 실물로 선보인 차량에 적용된 중구경 포탑뿐만 아니라 대구경 포탑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으며 고성능 수상추진 프로펠러가 장착돼 수상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칼레드 빈 후세안 알비야리 사우디 국방부 정무차관과 현대로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칼레드 빈 후세안 알비야리 사우디 국방부 정무차관과 현대로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30톤급 차륜형 장갑차·국방로봇…첨단기술 총망라

현대로템의 주력 제품인 K2 전차의 다양한 수출형 모델도 볼 수 있었다. 해외 수출을 가정한 성능개량 콘셉트 모델인 ‘K2EX(K2 EXport)’는 K2 전차의 디지털 확장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최신 전장품 및 장치들을 탑재,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전차 미사일 등 전차를 공격해오는 발사체를 요격해 무력화시키는 능동방호장치가 탑재돼 생존성이 강화됐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17일 개막식에서 현대로템 부스에 방문한 칼레드 빈 후세안 알비야리 사우디 국방부 정무차관 등 각국 관료와 군 관계자들에게 직접 제품 성능과 제원 등을 설명하는 세일즈를 펼쳤다.
LIG넥스원이 아덱스(ADEX 2023)에 참가해 대공방어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Ⅱ,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이 아덱스(ADEX 2023)에 참가해 대공방어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Ⅱ,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은 ‘보라매의 발톱’으로 불리는 KF-21의 핵심 무장인 장거리공대지유도탄(KALCM),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 등 핵심 유도무기 라인업을 선보였다.

LIG넥스원은 UAE에 수출돼 K-방산의 위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2, 대전차미사일 현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 함대공미사일 해궁 등 다층대공방어를 책임지는 유도항법제어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로 ‘유도무기 명가’로 손꼽힌다.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핵심 국가·군사 중요시설과 인원을 방호해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도 눈길을 끌었다.

LIG넥스원은 아덱스에서 노스롭그루먼, 프랑스 에어버스, 독일 디힐디펜스·타우러스 등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방산과 우주·항공사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행사 주최 측은 “이번 아덱스 행사에서 비즈니스 관련 상담이 250억 달러(약 33조원)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