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 인공지능(AI)이 몰고 온 바람이 거세다. 교육 분야도 ‘에듀테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 기법과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교육 분야는 IT와 어떻게 엮여서 나아가고 있을까. 세 가지 트렌드를 알아보자. 1.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직관교육은 성과가 남아야 그 의미가 있다. 뚜렷한 성과와 가시적인 결과가 중요한 곳은 바로 글로벌 기업들이다.
상위 1%의 슈퍼 기업가나 글로벌 리더들이 자제들을 보내는 학교가 있다. 실리콘밸리 상위 1% 슈퍼 리치들이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싱귤래리티(Singularity) 대학은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AI가 출현할 시기를 이끌 리더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팬데믹이 IT 진화를 10년가량 앞당겼다 하니 이 고도의 AI 시대는 우리 예측보다 더 빨리 도래할 것이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한 미네르바(Minerva) 스쿨은 2010년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이 설립했으며 AI 시대를 대비한 리더를 양성하는 목표 가지고 있다.
이 새로운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AI 시대에 인간이 탄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강구한다.
그런데 이 대학들은 AI라는 기술을 기계보다 더 잘 익혀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직관과 인문학의 힘을 믿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인간의 직관은 가장 위대한 알고리즘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인문학, AI, 수학, 과학을 가르친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은 인간의 복합성,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다.
애드 아스트라(Ad Astra)라는 학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직접 설립하고 아이들을 입학시켰다. 이 학교는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철학, 기업가 정신, 리더십, AI, 수학, 과학’을 공부한다.
새로운 대학들은 AI를 개발·운영하는 전략을 짜는 상위 개념으로 인간 본연의 직관과 인문학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미래인재 덕목 중 ‘다양한 커뮤니티 경험’도 있다. 커뮤니티 리더십으로 자신이 일하는 조직이나 기업을 넘어선 기술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각광받기 때문이다. 엑스퍼트, 인플루언서 등 대중에게 인정받는 사람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자신의 ‘흥미’를 더 깊게 파고들고, 그래서 자신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면,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생긴다. 그리하여 자신이 이를 리딩하게 된다. 이렇게 ‘커뮤니티 리더십’이 있는 사람, ‘다양한 커뮤니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시험 성적,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으로 AI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깊이 있는 성찰, 철학, 인문학적 능력으로 그 존재 의미를 증명한다. 2. 메타버스와 AI 스피커대학생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는 메타버스를 매일 들락거린다. AI 스피커는 집에 늘 있는 유치원 때부터의 친구다. 자란 뒤 새로 배우거나 공부한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이미 옆에 있었던 서비스 디바이스다. Z세대는 IT를 소비만 하며 살았지만 알파세대는 코딩이 공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돼 교육받았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알파세대는 Z세대보다 메타버스나 AI에 친근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알파세대 이용자 비율은 50.4%, 13~18세는 20.6%다.
교육 수혜자가 메타버스와 AI 스피커를 친근하게 여기는 만큼 이것이 교육을 받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기업들은 교육 콘텐츠가 어떤 것이든 그것을 실어서 전달하는 수단으로 메타버스와 AI 스피커를 고려해야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면 필수적으로 VR, AR 시장 규모도 커지게 된다. VR, AR을 하려면 일단 별도 헤드셋을 써야만 한다. 스마트 글라스 하면 일단 외양이 부담스럽고, 착용한 채로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디자인도 호평을 받지 못했다.
2021년 페이스북은 유명 프리미엄 안경 브랜드 레이벤과 협업하여 레이벤 스토리라는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했다.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 주지 않는 일반 선그라스 외양이다. 가격도 299달러로, 2014년 구글 글라스의 20% 수준이다. 이 안경 자체가 8K급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VR 기기들이 훨씬 가벼워지고 캐주얼하고 예뻐진다. 머지않아 스마트폰 자체를 VR, AR 디바이스가 대체 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에듀테크 시장에서 쓰일 ‘수단’으로 메타버스가 자리 잡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VR, AR 시장도 이렇게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3. IT 환경의 필요성30명씩 한 반에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앞으로 사라진다. 이제는 VR로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보며 공부하는 시대다. AI가 개인별 수준에 맞춰 정확히 지금 해야 할 것만 알려주며 교육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챗GPT를 통한 맞춤형 대화도 적용된다.
초개인 맞춤형 교육, 챗GPT 적용,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초개인 맞춤형 교육을 감당하는 IT 환경은 어떤 것을 갖춰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가운데 단연 주목 받는 것은 AI 반도체 역량이다. 챗GPT를 가능하게 하는 슈퍼컴퓨터는 28만5000개의 CPU코어와 1만 개의 GPU로 구성돼 있고 초당 400GB 속도로 내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초거대 AI 모델 서비스에 나서면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반도체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GPT 서버는 일반 서버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가 5배 이상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파라미터 데이터가 수천억 개에 달해 AI 모델 훈련에 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스스로 칩 제조에 들어갔다.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언제나 동작할 수 있도록 칩 모델 간소화도 이미 여러 기업에서 연구 중이다. 다른 여러 GPU 시스템이나 일반 시스템에서도 AI를 학습할 수 있도록 칩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연장선상에서 열심히만 하면 안 된다. 그건 노력이라 할 수 없다.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계속 궤도를 도는 것은 노력이라 할 수 없다. 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 그것이 노력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 인식되는 ‘교육’ 분야도 완전히 세계가 전복되는 혁신이 필요하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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