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 누이 지음│신솔잎 역│한국경제신문│2만7000원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인 인드라 누이의 회고록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시됐다. ‘만년 2위 펩시를 1위로 만든 기업인’, ‘포춘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세계를 움직인 재계의 여성’ 등 누이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만 해도 여러 개다. 포브스는 그를 최고의 자수성가형 부자 여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누이는 세계적 권력의 전당에서 유일한 여성 리더로 평가받는다.
많은 사람이 그의 이야기에서 궁금해할 한 가지는 ‘인도 출신의 작은 여자아이가 어떻게 세계적인 미국 기업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일 것이다. 더구나 그가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여성 상사도 멘토도 없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누이는 어떻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성공적인 기업인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지금의 그를 만든 사람과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연대기적으로 쓰인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인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이는 외할아버지가 지은 마드라스의 큰 집에서 부모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지내며, 삶에 대한 여러 가르침을 받는다.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가족에 대한 믿음은 절제와 온기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이다. 총명했던 그는 마드라스대를 나와 인도 콜카타에서 예일경영대학원을 다녔는데,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도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육성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시카고의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한 후 모토로라에서 기업전략 및 기획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기까지, 직장인으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시기에는 결혼을 하고 두 딸도 낳으며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바쁜 삶을 살게 된다. 더없이 솔직하게 고백한 이 이야기 속에서 훗날 누이가 왜 기업과 정부의 돌봄 생태계와 유급휴가, 유연근무 등을 강조하게 되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3부와 4부는 ‘펩시코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누이는 1994년 펩시코에 입사한 후 12년 만인 2006년 CEO로 승진한다. 그가 펩시코의 사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그의 어머니가 우유부터 먼저 사오라고 말하며 “펩시코인지 뭔지 사장이 됐을지 몰라도 집에 오면 넌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일 뿐이야. 누구도 네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없어. 그러니 사장이란 왕관은 차고에 두고 집에 들어오렴”이라고 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누이의 어머니는 딸이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면서도 엄마로서의 의무를 잊지 말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누이는 ‘목적 있는 성과(PwP)’라는 경영 이념 아래 펩시코를 보다 건강한 기업, 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퀘이커 오츠 등을 인수했으며, 이는 코카콜라를 이기고 매출을 큰 폭으로 증대시키는 발판이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와 장애가 있었지만, 누이는 식음료 제품도 더 건강하게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이 책에서 누이가 강조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일을 하느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누이는 이 책을 쓰며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한다. “모든 가족들을 위해 돌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내 힘을 보탤 것이다. 이것이 나의 약속이다.”
한경BP 윤효진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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