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끈 창업 공신 최현만 회장이 퇴진한다. 최 회장은 고문으로 위촉되어 퇴임 임원으로 예우를 받게 될 예정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하는 임원 승진 인사를 23일 단행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미래에셋증권 김미섭 사장, 허선호 사장, 이정호 사장 등 6명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총 15명의 임원이 승진 발령됐다. 사장 승진자는 전경남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등 3명이며, 부사장 승진자는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전무 등 6명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조웅기 부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최경주 부회장 등 미래에셋 창업 멤버들은 일선에서 물러난다.

최현만 회장은 1997년 자본금 100억원의 벤처캐피탈로 출발한 미래에셋그룹의 대표적인 창업 공신으로 26년만에 자기자본 11조원의 국내 1위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제안을 받고 미래에셋 창업에 동참했다. 그는 일명 '박현주 사단'에 합류한 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년 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출범한 미래에셋증권 초대 CEO를 역임하며 미래에셋증권의 성공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특히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을 진두지휘해 금융 투자업계 최초로 고객 예탁 자산 400조원,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자기 자본 10조원을 달성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5월 말 기준 11조2000억원의 자기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최대 증권사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1989년 한신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남들과 경쟁할 것은 성실함과 부지런함밖에 없다고 생각한 최 회장은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여의도 전 증권사의 리포트 핵심 내용을 추린 보고서를 만들어 기업들에 배포하며 사원 시절부터 성실한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서초지점장 시절 사내 영업 실적 7위였던 서초지점을 2년여 만에 사내 2위, 전국 증권사 15위 점포로 올려 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번에 퇴임하게 되는 창업 멤버들은 퇴임 임원으로서의 예우를 받게 되며 고문으로 위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회장은 "26년 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교체이다. 인간적인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향후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전문 경영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며 "이번에 퇴임하는 창업 멤버들과의 깊은 인간적인 신뢰가 함께 했던 시절을 간직하고 그들의 그룹에 대한 헌신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역사’ 최현만의 퇴진…세대교체 단행 배경은
한편, 이번 승진 인사는 과감한 세대교체와 기본 인사 원칙인 성과와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100년 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고 미래에셋 측은 밝혔다.

김미섭 신임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성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선호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WM사업부를 총괄하며 연금, 해외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정호 부회장은 홍콩법인 최고경영자(CEO)로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

신임 등기이사는 향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