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내려놓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내려놓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대상 국정 감사에서 다수 의원이 가계부채 급증 대책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왜 올리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고금리에 따른 금융·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저희(한은)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물론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문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하고, 물가(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 때 2.3%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가계대출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이 작다"며 "당국과 단기적으로 DSR 규제의 루프홀(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도록, DSR 규제 해당 가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서 어느 정도 증가를 막는지 보고 그 다음 거시정책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논쟁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그는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는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1%대 성장이 특별한 경우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 침체에 돌입한 것 아닌가"라고 질의하자,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최악 상황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선진국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다음 달 발표할 한은의 수정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 정도에서 움직일 것 같고, 좀 내려가거나 조정될지는 자료를 봐야 할 것 같다"며 "내년 성장률은 저희(한은)가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와 중동 사태 등이 앞으로 한 달 정도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원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