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열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열매. 사진-연합뉴스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인해 4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카카오 가격은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5% 상승한 3786달러(약 509만 원)까지 치솟아 197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트디부아르 내전으로 인해 카카오 수출이 금지됐던 2011년 3월 당시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블룸버그의 조사 결과, 1970년대 공급부족으로 카카오 가격이 급등해 1977년 7월 톤(t)당 537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급등했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거래되는 주요 원자재 상품 가운데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즌 코트디부아르 항구에 도착한 카카오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16%나 감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로 인해 카카오 원두 공급부족 현상이 3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 가격 상승의 원인은 전 세계 카카오의 75%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에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예년보다 훨씬 건조하고 더운 이상 날씨를 몰고 와 작황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엘니뇨의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직격타는 올해 핼러윈 시즌 캔디류의 가격 상승이다. 최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캔디류 가격이 지난해 동월보다 7.5% 상승했으며, 미국소매협회(NRF)의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이번 핼러윈 때 캔디류에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6%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의 스티브 보스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특히 카카오와 설탕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본격적인 엘니뇨 영향권에서 4분기 슈퍼 엘니뇨로 발전될 가능성도 높게 예측된다"며 우려를 전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변화와 함께 기후 변동을 야기한다. 특히 태평양과 인접한 남미·남아시아·오세아니아 등에 이상 기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태평양과 브라질에는 가뭄이, 페루와 칠레 등 남미 연안 지역에는 홍수 피해가 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 지역들이 농산물과 광물 등 주요 원자재 생산 지역이라는 것이다. 농산물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량과 품질 편차가 크기 때문에 엘니뇨 발생 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자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엘니뇨가 강해질수록 기상 이변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1972년 발생한 슈퍼 엘니뇨는 세계 곡물 평균 가격을 20% 정도 상승시킨 적도 있다.

다만 모든 엘니뇨 발생 기간 동안 곡물 가격이 올랐던 것은 아니다. 1982년과 1997년 등 곡물 가격이 떨어졌던 기간도 있다. 실제 엘니뇨 발생시 평균 곡물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는 1972년 이후 발생한 14번의 주요 엘니뇨 발생 연도 중 5번에 불과하다. 엘니뇨는 매년 지역과 시기별로 상이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상 기후가 예상보다 강하고 원유와 산업 금속 등 경기 민감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 통화 정책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주요 원자재 수요처인 중국이 7월 물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만큼 발생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