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는 왜 '운'에 주목했나....사주 연재를시작하며[중림동 사주카페]
[편집자주] ‘경제지에서 왜 사주 얘기야?’ 의문이 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샤머니즘으로 치부하기엔 사주에 얽힌 문화와 역사가 깊다.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 자아를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경제와의 연관성도 깊다. 노벨경제학자,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 등 ‘배울 만큼 배운’ 경제학자들이 “성공은 곧 ‘운’이 좌우한다”고 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8년 한국의 운세시장 규모를 추정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사주앱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파생되며 이 시장 규모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MBTI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는 사주와 타로에도 깊이 빠져 있다.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한경비즈니스는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에게 사주와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대 기자가 묻고, 오랜 시간 동서양 철학과 사주를 연구해 온 김 교수가 답한다.

질문은 직관적이고 답은 전문적일 예정이다. “인생은 ‘될놈될’인지”, “부자되는 사주는 따로 있는지”, “제왕절개 하면 모두 좋은 팔자로 살 수 있는지” 등 인간과 인생이 궁금한 독자들을 매주 <중림동 사주카페>로 초대한다.
'카너먼 방정식'이 말하는 것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1934~)이 즐겨 쓰는 ‘방정식’이 있다. 실력+운(運: 운명)=성과. 카너먼 방정식에서 ‘성과’ 대신 ‘성공’이란 말로 바꾸어 다음과 같이 만들어도 무리가 없다.

성공=재능+노력+운
실패=재능+노력-운

그런데 재능도 노력도 운도 모두 팔자 탓이라면?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재능과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에게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면 인상을 쓴다. 맞는 말이다. 재능과 노력 없는 성공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같은 재능과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는가? 동일 재능과 노력에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많다. 이들은 실패 원인을 운이 나빠서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의 말도, 실패한 사람의 말도 모두 맞다.

카너먼의 방정식은 사람의 성공과 실패에 재능·노력·운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재능이란 무엇인가? 유전적 요인이다. 재능은 타고난 것이다. 그렇지만 형제자매 간에도 재능은 다양하다. 왜 재능은 저마다 다를까?

노력이란 무엇인가? 필자의 중고등학교 음악 성적은 늘 최하등급 ‘가(可)’였다. 그런 필자가 지금부터 1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최고 음악선생에게 개인과외를 한다고 ‘미스터 트롯’에 나갈 수 있을까? 아니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수학 못하는 자녀에게 2~3배 노력을 ‘강요’한다고 점수가 비례 상승할까?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투자시간에 점수가 비례한다. 그래서 수학이 더더욱 재미있다.

노력을 더 한다. 수학을 못하는 자녀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것은 ‘학대행위’다. 자칫 ‘절망’에 이르게 하여 ‘수포자’를 만든다. 강요하는 학부모와 강요당하는 자녀는 갈등을 넘어 ‘원수’가 된다.

운(운명)이란 무엇일까?
공자와 기독교(성경)의 운명관을 간단히 소개한다. 공자는 운명론에 깊이 빠졌다. 그는 일찍이 천하를 돌면서 정치를 하고자 했으나 고생만 했다. 운명 앞에 굴복한다. 이때 그의 나이 50세였다. “내 나이 50에 천명을 알았다.” 그는 나이 오십에 ‘직업으로서 정치’를 포기하고 ‘직업으로서 교육’으로 ‘업종전환’을 한다. ‘업종전환’은 성공했다.

만약 그가 ‘직업으로서 정치’를 계속 고집했더라면 어땠을까? 공자라는 이름은 전해지지 않았다. 교육사업을 통해 그는 ‘재능과 운’을 극대화해 석가와 예수의 반열에 올랐다.

공자는 운명을 아는 이를 ‘군자(君子)’, 모르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표현했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도덕적으로 완결한 사람이 아니다. ‘치자(治者)’, 즉 현대적 의미에서 CEO를 말한다. 앞에서 기업 경영에 ‘운’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니얼 카너먼의 발언과 문맥상통한다.

운이 문제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운’ 말고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 혹자는 반론한다. 재능 말고도 금수저·흙수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금수저·흙수저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란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가 반팔자”라는 말이나 미국 속담 ‘운명은 부모 따라간다’는 말과 같다. 즉 금수저·흙수저도 운명이란 뜻이다.

서구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는 운명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성경은 말한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만을 받을 수 있다(A person can receive only what is given them from heaven.”(요한복음 3장 27절) 서양 경제학자들이 ‘운’을 연구한 이유 서양의 경제학자들이 경제활동에서 ‘운’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운’이 기업 혹은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렇게 출간한 책이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다.
노벨상 수상자는 왜 '운'에 주목했나....사주 연재를시작하며[중림동 사주카페]
프랭크 교수는 “재능과 노력만으로 물질적 성공이 보장된다고 해도 운은 여전히 성공의 필수요소”임을 강조한다. 그가 운이 좋은 대표적인 인물로 빌 게이츠를 꼽는다. 빌 게이츠의 성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운이 좋은 일련의 우연한 사건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앞에서 운명은 ‘하늘’로부터 주어진다고 했다. 운명의 주체는 누구일까?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 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재벌은 하늘이 만든다. 성경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운명 앞에 굴복하란 말인가? 이 문제는 ‘사주의 탄생’과 직결된다. 운명을 엿보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사주’다.
운명을 엿보는 법, 사주사주는 운명 엿보기 테크닉[술·術]이다. 사주술은 한 사람의 부귀·빈천과 수명의 장단은 타고난 팔자라고 전제한다. 사주술은 사람마다 재능·노력·운이 달라 부귀빈천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재물축적에도 사람에 따라 ‘티끌 모아 태산’형 인간이 있고, ‘길거리에서 뜬금없이 돈 줍는 사람’과 같은 벼락부자 유형이 있다고 한다. 같은 직장인이더라도 재무·경리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영업·홍보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를 일러 ‘명(命)’이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살아가면서 사람마다 ‘운’이 달라진다고도 말한다. 좋은 때를 만나기도 하고 험한 시절을 겪기도 한다. 이미 타고날 때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자동차 공장에서 출고될 당시 차종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명’이다. 출고된 자동차가 가야 할 도로는 ‘운’에 해당한다. 최고급 자동차라도 비포장 2차 도로를 달리면 힘이 든다.

반면에 값싼 경차라도 8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면 편안한 운행이 된다. 비슷한 관념은 서구에서도 나타난다. 앞에서 인용한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15만 달러짜리 ‘포르쉐 911’과 33만 달러짜리 ‘페라리 F12’ 차종이 만나게 될 도로 상태와의 관계를 들어 운을 설명한다.

서양의 타로와 MBTI가 한국 시장을 잠식하듯 사주술도 ‘Four Pillers of Destiny’, ‘BaZi(팔자)’, ‘MING LI(명리·命理)’ 등의 이름으로 서양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주술은 중국에서 유래하였으나 한국에서 더 활성화되고 있다. 심지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북한도 한국의 사주책들을 반입해 은밀히 그들의 운명을 점치고 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사주담론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저자 소개 :한국외대 독일어과 학·석사, 독일 뮌스터대 독문학 박사,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역임), ICOMOS 정회원(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현)
저자 소개 :한국외대 독일어과 학·석사, 독일 뮌스터대 독문학 박사,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역임), ICOMOS 정회원(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현)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