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정 활동에 따른 직종 내 임금격차 현상 밝혀
‘유연한 일자리’위한 생산성·보상 높여야 사회적 손실 줄 것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성별 임금격차 1위를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OECD는 여성 전일근로자의 중위소득이 남성 전일근로자의 중위소득 대비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계산하는데, 지난해 한국의 성별 간 임금격차는 31.2%였다. 이것은 남성이 받는 임금의 68.8%만을 여성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 성별 임금격차 11.9%를 한국과 비교하면 약 3배에 이른다. 1996년 43.3%였던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04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지고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24.3%), 일본(22.1%), 라트비아(19.8%), 에스토니아(19.6%) 등이 뒤를 이었고, 미국은 16.9%로 6위, 캐나다 16.7%로 7위, 영국 14.3%로 10위, 독일 14.2%로 11위 등이다. 프랑스(11.8%)와 이탈리아(7.6%)는 OECD 평균보다 임금격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따르면 한국은 직종 내 남녀 사이의 임금격차도 33.5%로 주요 15개국 중 1위였다.

지난 10월 9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클로디아 골딘(Claudia Goldin)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1990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테뉴어드(종신) 교수가 되었고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이 생긴 이래 최초로 여성 단독 수상을 하게 됐다.

골딘 교수는 200년이 넘는 방대한 미국의 자료를 수집해 장기에 걸친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특히 미국 노동시장 내 성별 간 임금격차 연구,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남성의 진학률을 추월한 여성의 대학 진학률 등을 꾸준히 연구해 온 것에 대한 공헌으로 그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주어졌다.

골딘 교수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성별 임금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설명하려 한다. 그중엔 오랫동안 소득 격차의 원인으로 지적된 직종 분리 문제보다 직종 내 요인이 오히려 소득 격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같은 직종에서도 커리어 시작 시점에 비슷했던 여성과 남성의 임금이 10년이 지난 뒤 상당한 격차를 보이게 되는데, 결혼과 자녀의 출생으로 인해 가정과 육아를 중요시하는 여성의 커리어가 남성과 확연히 달라지므로 이것이 성별 임금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별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구조화돼 있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늦은 밤이나 주말까지 일해야 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에 주어지던 보상을 줄이고,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여 두 일자리 간 소득 격차를 줄여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별 소득 격차는 여성과 남성의 젠더 갈등과 관련된 이슈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높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여성인력의 생산성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뿐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