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사용자 확보하며 입점 경재력 확보
브랜드 입장서 젊은층서 인지도 높일 기회라는 인식 생겨
올 상반기 최초 흑자 기록…3월에 손익분기점 달성

사진=에이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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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무신사, 여성은 에이블리.’


최근 패션 플랫폼 업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특히 에이블리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를 제치고 단숨에 사용자 수 1위로 올라서며 올 상반기에는 흑자까지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패션업계, 플랫폼업계 모두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에이블리는 하반기도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는 통상 패션업계의 성수기로, 상반기보다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에이블리는 연간 흑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020세대의 앱으로 입소문을 타 ‘Z세대가 쓰는 앱’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입점 경쟁력을 제고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에이블리는 4년 만에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5년 만의 흑자 달성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2018년 3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론칭한 셀럽 마켓 모음 앱이다. 당시 패션 플랫폼은 주로 유명한 쇼핑몰 또는 브랜드를 한번에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에이블리는 블로그마켓, 인스타마켓 등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마켓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고객들이 유명한 쇼핑몰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고객들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셀럽 마켓을 선보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설립 첫해 거래액은 200억이었으나 3년 만인 2020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으며, 2022년 연간 거래액은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4000만 건이며, 월간 사용자 수(MAU)는 700만 명으로 집계됐다. 가입자는 1100만 명이다.

첫해 매출은 149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316억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 52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785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90.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올해 상반기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반기 기준 흑자는 2018년 앱 설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상반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연간 거래액(GMV)이 조 단위를 넘으면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곳은 에이블리와 무신사가 유일하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비상장사라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라며 “성수기인 하반기도 긍정적이다. 내년 초쯤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이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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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고객 두 마리 토끼 잡았다에이블리가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수의 셀러 확보 △자체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선 △젊은 앱 이미지 구축 등이 꼽힌다.

우선 에이블리는 판매자(셀러)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고객에게 ‘에이블리에 들어가면 다 있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때 초기 비용이 드는데, 에이블리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커머스 창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을 캐치프레이즈(홍보 문구)로 내세웠다. 특히 2010년대 후반까지는 쇼핑몰 홈페이지가 없는 1인 셀러들이 서비스를 홍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에이블리는 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여기에 ‘입점 수수료 0원’, ‘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한 광고 노출’ 등을 알리며 셀러를 확보했다.

상품이 다양해지자 신규 유저가 유입됐고,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에이블리에 등록된 셀러는 5만 개가 넘는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자체 데이터’를 확보한 것도 중요했다. 에이블리는 경쟁사보다 빠른 시점인 2015년 자체 물류를 시작했으며, 2019년 서울 성수동에서 10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제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에이블리는 24시간 운영을 통해 사입, 검수, 포장, 배송, 고객 커뮤니케이션(CS) 등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풀필먼트 센터를 초기 대비 4배로 확장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급격히 성장하며 풀필먼트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물류 회사와 배송 계약을 하면 거기서 데이터를 가지게 되며 플랫폼의 권한이 없다. 반면 우리는 배송 관련 데이터를 모두 우리가 가진다. 여기서 모은 빅데이터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을 위해서는 ‘기술 투자’를 택했다. 2019년 자체 개발한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사용자가 많은 제품 중에서도 쉽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일반 스타트업 업체들이 아마존의 AI 추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에이블리는 추천 기술을 정교화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이어왔다. 에이블리는 “패션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취향, 개성 등 단순 가격 이상의 요소가 구매 결정 과정에 있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면 유사한 취향을 지닌 다른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교차 추천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렸다.

강석훈 에이블리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에이블리를 만나 누구나 쉽게 이커머스 창업을 할 수 있다”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커머스 데이터, 알고리즘, UX 고도화를 통해 유저들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가장 잘 알고 활용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에이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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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확보, 플랫폼 파워로최근 들어 에이블리는 브랜드의 관심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20세대에서 유명한 앱이다 보니 브랜드도 입점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어 에이블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블리의 고객 비중은 △20대 35% △10대 19% △30대 21% △40대 18% 등으로 집계됐다. 1020세대가 고객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에이블리에 최근 1년간 접속한 2030세대 여성 고객(만 20세 이상 39세 이하)은 563만 명이다.

특히 에이블리는 10대들의 앱으로도 유명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한국인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문몰(2022년 기준)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객층은 에이블리의 브랜드 입점 계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젊은층 확보에 주력하는 브랜드의 입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는 2021년 3월 ‘뷰티 카테고리’를 새로 선보였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빌리프, CNP 등이 연이어 입점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고객 연령대를 낮추기 위해 젊은 세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가격대가 높아 젊은층의 접근성이 낮은 골프웨어 브랜드도 대거 입점한 상태다. PXG,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핑(PING) 등도 현재 에이블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들 모두 젊은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에이블리에 들어와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고객 연령대는 고르지만 10대들의 SNS 활동이 많아 온라인에서는 10대 앱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며 “카테고리를 뷰티로 확장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우리 앱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