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요기요, 3위 쿠팡이츠 격차 빠르게 좁혀져
카카오와 손잡고 점유율 확대 위한 승부수 띄워
쿠팡 뛰어넘는 잠재 고객 확보
예상만큼 파장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와

[비즈니스 포커스]
요기요, 카카오와 손잡은 건 쿠팡이츠 때문?
한동안 잠잠했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다시 격랑에 빠졌다. 요기요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최근 요기요는 카카오와 손잡고 11월부터 새로운 배달·포장 주문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서비스명은 ‘주문하기 바이(by) 요기요’다. 카카오톡 앱 내에 ‘주문하기’ 탭을 누르면 요기요 모바일 앱에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한다. 요기요 자체 배달 앱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주문하기 서비스를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요기요의 이번 행보가 배달 앱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달 앱 시장의 판도는 ‘철옹성’에 비유되곤 했다. 오랜 기간 순위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채 배달의민족(배민)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요기요가 배민의 뒤를 이은 2위, 쿠팡이츠가 3위를 기록하며 굳건한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배민은 60~70%, 요기요는 20~25%, 쿠팡이츠는 10~15%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배달 앱 3사의 움직이지 않던 순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배민의 1위 자리가 굳건한 가운데 지각 변동의 움직임은 2위 요기요와 3위 쿠팡이츠 사이에서 감지된다. 최근 들어 양사의 이용자 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요기요가 이번에 카카오와 손을 잡은 것도 거세게 추격하는 쿠팡이츠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쿠팡이츠 돌풍에 지각변동 예고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9월 기준)를 살펴보면 요기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9월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425만6461명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배민과 요기요의 MAU는 각각 전월보다 3.2%, 9.9% 감소했다. 특히 요기요는 큰 폭으로 MAU가 떨어지면서 쿠팡이츠에 따라잡히는 모양새가 됐다.

참고로 지난해 양사 간 MAU 격차는 한때 약 285만 명에 달했는데 현재(9월 기준) MAU 차이는 약 162만 명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 추세라면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추월해 업계 2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요기요가 가만히 두고볼 리 없다. 이번에 카카오와 손을 잡기로 한 것도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기보다는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을 저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쿠팡이츠는 어떻게 빠르게 요기요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주된 배경으로는 배달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 나갔던 방식을 고스란히 배달 시장에 적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쿠팡이츠가 올해 상반기부터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월 회비 4900원) 혜택을 쿠팡이츠로까지 확대한 것은 요기요와의 격차를 좁히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이츠는 현재 ‘와우할인 적용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와우 회원에게 음식 가격과 배달비를 무제한으로 10% 할인해 주고 있다.

이를 위해 쿠팡이츠는 매달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거두는 성과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0만 명에 달하는 쿠팡 유료회원들을 일정 부분 쿠팡이츠로까지 유입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올해 들어 배달 시장이 침체된 상황 속에서도 쿠팡이츠의 MAU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쿠팡 와우회원 혜택을 쿠팡이츠까지 확대 적용해 신규 고객들을 유입시킨 점을 꼽을 수 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요기요 또한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묘수를 찾다가 한때 배달 시장의 경쟁자이기도 했던 거대 메신저 카카오와 손을 잡는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아요기요는 카카오와 손잡으면서 단숨에 쿠팡이츠를 뛰어넘는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카카오가 발표한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무려 4800만 명에 달한다. 수많은 이들이 매일 수시로 카카오톡을 열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런 플랫폼에 입점해 배달을 진행하게 된 만큼 요기요로 유입되는 신규 고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요기요 앱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타고 요기요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라며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요기요의 MAU가 반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요기요 또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신규 유입자들이 최대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요기요가 카카오와 함께 제공하는 ‘주문하기 바이(by) 요기요’는 정확히 11월 21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한다. 요기요는 이용자들이 별도의 앱이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으로만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요기요 앱에서 발급하는 할인 쿠폰 등의 혜택도 카카오톡에서 직접 발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요기요 관계자는 “카카오 주문하기 입점만으로도 배달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앱이 기존 자체 앱에서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며 “이번 협업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예상보다 양사의 동맹이 일으키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톡을 활용해 음식을 배달시키는 수요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다.

카카오의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3월 시작한 카카오톡 주문하기는 메신저의 파급력을 앞세워 단숨에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중소사업자들을 입점시키며 기대를 모았다. 업계 ‘다크호스’로까지 불렸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주문하기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후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배달 앱 시장의 3강 체제가 워낙 굳건하다 보니 이용자 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최근에는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용자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점유율을 끌어올릴 대책이 없자 카카오는 사실상 배달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요기요에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 운영을 넘겼다는 추측이 나온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는 만큼 요기요와 카카오의 협업 효과가 업계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내년 초께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요기요와 카카오의 동맹을 계기로 배달앱간의 출혈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요기요 역시 이번 카카오톡 주문하기에 입점한 것을 계기 삼아 경쟁사보다 더 강력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고객들을 대거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반길 일이지만 배달업체들이 자칫하다간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