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세계 1등’을 차지한 분야는 조선업이다. 울산 미포만의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시작한 조선소가 회사 창립 10년 만에 조선업 세계 1위(수주 기준)을 꿰찼다.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쓴 경제 신화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3월 23일 울산 미포만의 한적한 어촌마을 인근에서 울산현대조선소로 출발했다. 처음엔 조선소를 지을 자금도 없었다.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와야 하는데, 일본과 미국에서는 찬밥 취급을 당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굴하지 않고 영국 버클레이즈 은행에 찾아가 당시 500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가 거북선을 만든 민족’이라고 설득해 차관을 얻었다. 맨손으로 시작한 한국 조선업의 신화, 수출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창업 10년 만인 1983년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은 도전정신과 역발상, 그리고 뚝심이었다.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국 조선업은 현재까지 세계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조선에 이어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을 차례대로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았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한 지 40년이 흘렀다. 아무것도 없던 백사장에서 세계 1위 조선 강국으로 도약한 조선업 신화는 한국 기업들이 걸어온 길을 잘 보여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는 한국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