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159명의 목숨 앗아간 이태원 참사
행안부·지자체 법령 및 조례 마련
경찰 측, 뼈아픈 반성과 인파 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변화에 집중
AI·CCTV·딥러닝…사고 예방 뒷받침하는 과학 기술의 적용
그럼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은 인파 관리 체계의 제도화

이태원 참사 1년, 국가안전 시스템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해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의 압사 사고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7명의 부상자를 남겼다. 예방이 가능했던 사고였기에 비애는 더욱 짙었다. 눈물로 다 표할 수 없는 조의는 반성과 변화, 그리고 확실한 재발 방지로 이어져야 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1년 간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행안부·지자체 법령 및 조례 마련... 1년 새 국가안전 시스템 어떻게 달라졌나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경찰청의 인파 관리 TF 자문위원인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10.29 참사 1주기를 목전에 둔 현재, 그간의 1년 동안 대형 인명피해 인파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염건웅 교수는 “참사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사고 당시에는 주최자가 없는 다중운집 행사에 예방, 통제,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에 보완이 이뤄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대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입법안이 최종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이 인프라 관리에 대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기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이 곧 명확히 마련될 것”이라 말했다.

염 교수는 “아직 법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인 건 과거와 마찬가지임에도 참사 이후 지금껏 사고의 재발이 없었던 건 결국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이 세워졌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1년 간 총 154건의 행사에서 행안부 주관하에 지자체별로 조례를 지정해 자체적으로 인파 안전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 교수는 지자체가 경찰과 소방, 한전, 도시철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사전 안전조치를 취하고 예방 및 통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경찰청의 인파 관리 매뉴얼 자문을 맡은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참사가 있었던 서울시의 경우 시 자체에서 별도로 인파 안전 관련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며 “서울시 자치 경찰위원회에서는 분기별로 계획된 축제와 행사의 예상 인구 밀집 정도에 대한 자문 위원단을 꾸려 사전 위험성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절차들의 마련이 과거에는 없었던 고무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2: 인파 관리를 위해 근무 중인 행사 현장요원 – 촬영 부산 록페스티벌]
경찰 측, 뼈아픈 반성과 인파 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변화에 집중
경찰청은 올 4월 8일, 인파 관리 기동단 훈련을 통해 인파 사고 발생 후 긴급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열린 부산 록페스티벌에서 현장요원이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열린 부산 록페스티벌에서 현장요원이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염건웅 교수는 이 훈련을 경찰이 인파 관리 통제기법을 발전시키려 행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짚었다. 염 교수는 언론과 대중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실시한 이 훈련에 대해 “군중이 유체화 돼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경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이태원에서의 사고 당시 경찰이 반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왔던 이유는 경찰 직무직행법 상 통제 불능 상황의 위험 방지에 대한 최종 책임자가 경찰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경찰은 참사 예견에 실패했던 것이고, 하필 작년 사고 발생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상반기의 훈련은 그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대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AI·CCTV·딥러닝…사고 예방 뒷받침하는 과학 기술의 적용
한편 참사 대응에 있어 행정적인 변화만큼 인파 관리 기술의 개발에도 이목이 모인다. 10.29 참사 직후 개최된 행정안전부의 인파 관리 대책 TF 회의에 외부 자문으로 참석했던 과학치안진흥센터의 강태호 전략팀장은 “TF 회의 당시 △AI △빅데이터 △CCTV △CPS(기지국 위치정보) △대중교통 이용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통합밀집도를 분석하고, 위험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1년, 국가안전 시스템 어떻게 달라졌나
개선된 머리 일부 관찰형 AI·CCTV 영상 자료 [제공: 과학치안진흥센터]
개선된 머리 일부 관찰형 AI·CCTV 영상 자료 [제공: 과학치안진흥센터]
강 팀장은 “현재까지 개발된 인파 관리 시스템의 기술로는 AI·CCTV 기반의 군중 계수 기술이 있다. 해당 딥러닝 기술은 이전에도 사용돼 왔으나, 최근 추가적인 발전으로 기존의 문제점이 대거 보완됐다”며 “전에는 인간의 신체 전체를 객체로 탐지했기에, 사람이 밀집돼 신체 일부가 가려지는 상황이라면 정확한 인원 계수가 어려웠지만 최근 신체 중 머리 일부만 관찰돼도 사람의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CCTV 영상 자체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딥러닝 기반 고해상도화 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비전학회인 CVPR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방식을 활용할 경우 군중 계수의 오차범위를 기존 객체 탐지 방식의 오차범위였던 25%에서 10%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파 관리에 추가로 도입될 필요가 있는 기술로는 다층적 데이터 기반의 현장 상황 분석·예측 및 대응 기술을 꼽았다.

강태호 전략팀장은 “현장 상황을 정밀히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급한 군중 계수 기술을 실시간으로 활용하면서, 그 이외의 통신 및 금융 데이터 등 다층적인 데이터의 분석과 사람의 행동에 기반한 복잡계 분석이 요구된다”고 이야기했다. 강 전략팀장은 “데이터를 통해 인파가 집중될 만한 시간과 장소를 예측하고 이에 경찰 치안 배치 및 현장 대응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접목한다면, 치안 자원이 적재적소에 들어맞는 효율적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관련 기술이 중점적으로 계발된 사례가 없어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은 인파 관리 체계의 제도화
참사 이후 인파 관리 대응책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역할과 책임론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김연수 교수는 “인파 관리의 책임 주체와 역할 구분은 현재보다 더욱 명확히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행안부나 지자체, 경찰을 비롯한 각급 기관과 공공 조직들이 인파 관리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인파 관리 시스템 내 역할 분배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장유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