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 사주카페(2)
"될 놈은 된다?" 사주로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중림동 사주카페②]
Q: ‘될놈될’ 사주면 인생이 잘 풀리나요?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요?답변드리기 전에 일화 하나 소개할게요. 거지 출신으로 명나라를 세운 태조 주원장 이야기입니다.

태조 주원장이 어느 늦은 밤 국자감(국가 교육기관)을 미행했다. 주방 요리사가 차를 한 잔 올렸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황제가 즉석에서 요리사에게 벼슬을 내렸다. 이때 국자감에서 공부하던 늙은 생원이 그 소식을 듣고 혼자 읊조렸다.

“차가운 창가 10년 공부가 어찌 차 한 잔 같지 못하단 말인가?”
발길을 옮기던 황제가 우연히 그 말을 듣고 창 밖에서 이렇게 대꾸하였다.
“요리사 재주가 그대와 같지 않고, 그대 운명이 요리사 같지 않아서이니라.”

사람마다 운명은 왜 다를까요? 공자와 성경도 운명은 ‘하늘’에서 온다고 말했으나, 그 원인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사람마다 운명이 다른 이유를 천착한 이가 왕충(27~97)입니다.

중국 최초 유물론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후한(後漢)의 지식인이었지요. 가난해 책을 사 볼 수 없었던 그는 당시 수도였던 낙양의 책방을 돌며 책이란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한 번 읽은 책은 그대로 암기를 할 정도로 시대의 천재였지만 ‘흙수저’였습니다. 배경이 없던 그는 벼슬에 나아가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였습니다. 끝내는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굴복하여 다음과 같이 독백합니다. 노력이 운을 이길 수 없는 이유“사람들이 윗사람의 마음에 들거나 해를 입는 것은 모두 명(命)이다. 빈천해질 운명이라면 부귀하게 해주더라도 화를 만나고, 부귀해질 운명이면 비록 비천하게 해도 복을 만난다. 부귀에는 마치 신령의 도움이 있는 것 같고, 빈천에는 귀신의 재앙이 있는 것 같다. 높은 재주와 후덕한 행실을 지녀도 반드시 부귀해지리라고 보장할 수 없으며, 지혜가 모자라고 덕이 없어도 비천해지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논형’)

이렇게 무정한 명(命)이란 놈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요? 왕충은 어머니 배 속에 잉태될 때 하늘로부터 받은 서로 다른 기(氣) 때문이며, 이러한 기는 하늘의 별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하늘의 별들에는 백 가지 등급이 있다. 사람이 귀해질 명을 얻었다면 귀하게 되고, 천해질 명을 얻었다면 천하게 된다. 부유함도 재물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별자리 등급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왕충의 주장은 훗날(6~7세기) 초기 사주술로 나타납니다. 별들 가운데 해와 달, 그리고 지구[土]를 중심으로 그 좌우의 목성[木]·화성[火]·금성[金]·수성[水]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사주술입니다. 그림으로 표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음양과 오행: 김두규, 『사주의 탄생』)
(음양과 오행: 김두규, 『사주의 탄생』)
(음양과 오행: 김두규, 『사주의 탄생』)
(음양과 오행: 김두규, 『사주의 탄생』)
해와 달을 음양이라 하고, 지구와 주변의 4개의 별을 오행(오성)이라고 합니다. 합치면 7개의 별이 됩니다. 이 7개 별[칠성]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사주술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일주일 순서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순으로 암기했지요. 다름 아닌 음양오행이자 칠성입니다. 칠성 신앙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삼성·효성·금성(LG)에 얽힌 비밀하늘의 별[星]은 회사의 명운에도 영향을 줍니다. 삼성(三星), 효성(曉星), 금성(金星: LG와 GS 전신), 칠성(七星), 명성(明星) 등 회사명이 생겨난 이유이지요. 삼성은 삼태성(三台星)을 말하는데, 북두칠성 아래에 있는 3개 군단의 별 이름입니다. 많은 ‘손자 기업’들을 배출한다는 뜻인데, 실제 그렇죠? 삼성 계열사뿐만 아니라 신세계·이마트·한솔제지도 그 후손들입니다. 효성은 창업자 조홍제가 평소 즐겨 썼던 ‘동방명성(東方明星)’, 즉 동쪽 새벽에 반짝이는[효·曉] 별[성·星]에서 유래합니다. LG·GS의 전신인 금성은 “황금[金]을 가져다주는 별[星]”이란 뜻에서 지어졌습니다.

북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올해 북한은 ‘삼태성8’이란 스마트폰을 공개했는데, 앞에서 말한 그 삼태성을 말합니다. 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화성-18형’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곱 개 별[음양오행, 즉 칠성]은 인간 개개인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사주를 보려면 점집(동양철학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IT와 다양한 앱 개발로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주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무료 만세력’을 검색하면 많은 앱이 뜹니다. ‘만세력’이란 ‘만 년[萬歲] 달력[曆]’을 뜻하는 용어로서, 과거에는 만세력을 활용해야 한 사람의 사주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프로그램화한 것이 ‘인터넷 만세력’입니다. 무료 만세력 덕분으로 굳이 사주쟁이 도움 없이 자신의 사주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혁명’입니다. 무료 만세력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이 칼럼을 꾸준히 따라 읽는 독자라면 반년 후에는 ‘개업’을 해도 될 것입니다.

직접 우리 개개인의 사주를 ‘무료 만세력’을 통해 뽑아보지요.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운명을 읽고, 또 앞에서 주신 질문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요?”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선, 무료 만세력으로 우리의 사주팔자를 뽑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주팔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야 부적을 쓰든 굿을 하든 할 수 있겠지요.

예컨대 2023년 11월 1일 오전 10시에 ‘서울 잘나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 아이 사주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지금은 서양력을 활용하지만, 서양력 채택(1896년) 이전에는 계묘년(2023년), 임술월(11월), 계해일(1일), 정사시(오전 10시)로 표기했습니다. 무료 만세력에 입력하시면 아래와 같은 사주표가 색상으로 뜰 것입니다.
"될 놈은 된다?" 사주로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중림동 사주카페②]
위의 ‘계묘·임술·계해·정사’ 4개를 4기둥[柱], 즉 사주(四柱)라고 했습니다. 글자를 세어보면 여덟 글자[八字]입니다. 따라서 사주와 팔자는 같은 뜻이며, 한 사람의 태어난 연월일시를 표현한 것입니다.

‘팔자 고쳤다’란 말을 가끔 들으시지요?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부자가 되면 ‘팔자 고쳤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팔자를 고치려면 태어난 연월일시 숫자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에 적힌 숫자를 바꿔야 합니다. ‘공문서위조’가 되겠지요?

팔자는 고칠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앞에서 질문하신 ‘운명을 바꿀 수 없나요?’에 대한 답변으로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해야 할까요?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굳이 우리가 사주를 볼 필요가 있을까요? 위 사주표에서 사주 여덟 글자를 색으로 표기했습니다.

검은색이 4개, 빨간색이 1개, 노란색이 1개, 파란색이 1개, 모두 합하면 8개가 됩니다. 무슨 색이 가장 많습니까? 팔자 가운데 절반이 검은색입니다.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많은 것도, 없는 것도 병(病)입니다. 이런 사람은 검은색 옷(속옷 포함)을 입으면 좋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검은색으로 하면 안 되겠고, 검은깨·흑미·검은콩·오골계 등을 삼가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아이에게는 검은색 기운이 넘쳐나기 때문이지요. 검은색은 오행상 물[水]을 상징합니다. 강변 아파트에 살면 안 되겠네요. 부동산 투자할 때 물기 있는 땅(논)보다는 건조한 땅(언덕·밭)을 사야겠습니다. 주식에서 물[水] 관련 투자를 조심해야겠습니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이처럼 간단합니다. 사주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면 됩니다. MBTI·타로·관상은 운명을 해석할 뿐입니다. 반면에 사주술은 해석을 통해 내 운명을 바꾸는 것입니다.
"될 놈은 된다?" 사주로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중림동 사주카페②]
저자 소개 :한국외대 독일어과 학·석사, 독일 뮌스터대 독문학 박사,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역임), ICOMOS 정회원(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현)
저자 소개 :한국외대 독일어과 학·석사, 독일 뮌스터대 독문학 박사,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역임), ICOMOS 정회원(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현)
김두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