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세대교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HBM3·DDR5 등 고부가가치 D램, 삼성·SK 실적 견인
증권업계 "반도체 주가, 30% 오를 것"

반도체 주가 30% 더 오른다는 이유는…고부가가치 제품의 확산
반도체 주가 30% 더 오른다는 이유는…고부가가치 제품의 확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양사 모두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시장 예상보다 적자 규모는 줄었고, 매출 비중이 큰 메모리 업황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흑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 그 중심에는 D램이 있다. D램의 세대교체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익성 개선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회복 속도가 더디지만 D램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견인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터널 끝 지나는 중인 반도체반도체 업계는 3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3분기 매출 67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43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16조4400억원의 매출에 3조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대부분은 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양사 모두 적자 규모가 줄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전분기(2조8821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1조원 이상을 줄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적자 규모도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이상 개선됐다.

올해 말까지는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흑자는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 DS부문에서 1조3000억원의 적자를,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빠르게 실적을 개선해 ‘조 단위’의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주가 30% 더 오른다는 이유는…고부가가치 제품의 확산
어려웠던 D램, 2024년에 살아난다올해 D램 가격은 2022년 고점 기준 60% 이상 하락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고정거래가는 2021년 7월 4.1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3월 3.41달러로 내려앉았고, 이후 지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고정거래가’는 기업 간 거래에 활용되는 가격으로, 업황을 알 수 있는 중요 지표로 꼽힌다. 올해 D램 고정거래가는 9월 기준 1.3달러다.

D램에 비해 가격 방어가 잘되는 낸드도 마찬가지다. 메모리카드·USB 범용제품(MLC 128Gb 16Gx8) 고정거래가는 2021년 7월 4.81달러까지 올랐지만 지난 9월 기준으로는 3.815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수치다.

내년은 올해와 분위기가 달라진다. D램과 낸드의 가격은 4분기부터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모바일 D램과 낸드 계약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상승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모바일 D램의 4분기 계약 가격은 13~18% 오르고, 낸드 역시 최대 15% 상승할 수 있다. 매체는 “삼성전자의 대폭적인 감산과 마이크론의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에 대한 신뢰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은 내년 1분기에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비수기와 설 명절 근무 단축 등이 있지만 가격 인상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과 낸드의 내년 1분기 고정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상승폭은 공급사들이 보수적인 생산 전략을 유지하는지 시장을 확대할 만큼 소비자 수요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주가 30% 더 오른다는 이유는…고부가가치 제품의 확산
반도체 주가 30% 더 오른다는 이유는…고부가가치 제품의 확산
달라지는 2024년…“D램은 세대교체 중”메모리 가격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양사의 주요 사업부문은 메모리 반도체에 속하는 D램, 낸드플래시 등이다. D램은 PC,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며, 낸드는 USB, SD카드 등에 활용되는 반도체 제품이다.

최근 D램의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D램 사업부문의 흑자 전환을 공식화했다. 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기록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적자를 기록했지만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중에서도 실적개선을 견인할 핵심 제품은 ‘고부가가치 D램’이다. 현재 D램 주요 제품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차세대 제품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HBM3 또는 HBM3E(GPU 탑재 제품) △DDR5(CPU 탑재 제품) △LPDDR5 △LPDDR5x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은 AI 서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일반 D램 제품 대비 최대 7배 비싸 수익성이 좋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2.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제품(HBM3, HBM3E)의 내년도 생산물량까지 계약이 끝난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미 고객사와 2025년도 물량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PC, 가전제품 등에 탑재되는 차세대 ‘더블데이터레이트(DDR)’도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현재 주목받는 ‘5세대 DDR’(DDR5)은 업계 표준규격인 DDR4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2배 빠르고, 용량은 4배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DDR5가 DDR4를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출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1%에서 2025년 40.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DDR4 대비 가격이 높은 DDR5 전환이 시작되면 기업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LPDDR(Low Power DDR)도 최근 차세대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저전력을 사용해 주로 모바일이나 자동차에 많이 탑재되는 반도체로, 현재 범용 제품은 2014년 출시된 4세대 제품 ‘LPDDR4’다. 현재 차세대 제품 △LPDDR5 △LPDDR5X △LPDDR5T 등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을 포함한 그래픽 DRAM 매출은 그간 D램 전체 매출의 10% 미만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전체 D램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낸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낸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용 SSD’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낸드 시장의 정상화가 D램 대비 1~2분기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의 회복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반도체 주가, 지금보다 30% 오른다”증권업계에서도 반도체 바닥을 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9만3000원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6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내년 1분기부터 DDR5, HBM3 등 AI 관련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면 주가 반등도 빠르게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3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에서 두 가지의 긍정적인 동향을 포착했다”며 “DDR5, HBM 효과가 미비함에도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ASP) 반등에 성공했다. 레거시(DDR4, 낸드) 제품의 가격 하락이 마무리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HBM 중장기 방향성을 재확인했다”며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지만 경쟁사와 동일하게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고, 고객사와의 논의가 마무리됐기에 AI 수요 효과의 강력함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측도 긍정적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에 갖는 우려는 여전하나 시장참여자 모두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감산 의지가 재차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SK하이닉스 D램의 비트 그로스(생산량 증가율)와 평균 판매가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준”이라며 “프리미엄 고부가 제품의 믹스 개선과 2024년 신제품 효과를 통한 시장 선점이 이미 가시화 단계”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