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김용준 편집국장. 사진=한경비즈니스
김용준 편집국장. 사진=한경비즈니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 카카오는 시장의 스타플레이어였습니다. 모든 것을 갖고 있는 회사로 보였습니다.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 혁신, 잠재력, 팬덤 등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전 국민이 24시간 쓰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플랫폼 기업이 보여준 혁신은 박수를 받을 만했습니다. 선물하기 기능은 마음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고, 카카오뱅크는 불편하고 권위주의적인 기존 은행에 대한 불만을 해결해줬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못 할 게 없을 것 같은 잠재력도 인정받았습니다. 이태원, 홍대 등에 문을 연 카카오 굿즈 판매점은 하루 종일 젊은이들로 북적였습니다. 팬덤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에는 다른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 분식회계, 골목상권 침해, 통제받지 않는 경영자들, 주주를 무시한 경영,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는 ‘주가조작’까지 더해졌습니다. 과거 한국의 대기업들을 상징했던 불편한 표현이 모조리 카카오를 수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간입니다. 지난 2년간 기업경영의 화두는 ESG였습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주주친화 경영을 넘어 사회 및 자연과 오랜 기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카카오는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습니다. 그 결과는 ‘밉상 기업’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합니다. 경제적 범죄집단에 붙을 각종 타이틀을 모두 달아버리고 말았으니 말이지요. 아직 혐의 수준일지라도.

누군가는 카카오의 변질에 대해 모두를 적으로 만든 “배신의 경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주가 폭락은 주주를 배신한 것이며,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는 시장을, 각종 골목상권 침해는 사회를, 경영진의 먹튀와 모럴해저드는 직원들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카카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다뤘습니다. 최근 벌어진 주가조작 등의 세세한 문제보다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 5개 장면을 따라가 봤습니다. 어제의 스타가 다시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단어는 시스템의 부재와 마비였습니다. 지주회사와 더불어 여러 개의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이중 상장의 문제점이 계속 지적됐지만 상장은 이어졌습니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계속됐습니다.

사업적으로는 혁신은 사라지고 세상에 없던 서비스가 아니라 카카오톡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기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중소기업, 골목상권 영역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계열사는 계속 늘려갔습니다. 직원들이 경영에 항의하는 길거리 시위까지 하고, 시장에서 평판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모두 무시했습니다.

시늉은 했습니다. 위기가 발발하자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습니다. 객관적 시각으로 회사를 바꿔놓을 비정한 전문가가 아니라 창업자 김범수 센터장의 친구였습니다. 네이버와 쿠팡이 회사와 관계없던 변호사를 대표로 영입해 위기를 해결하려 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 CEO도 6개월 만에 퇴진하면서 엄청난 돈을 챙겨갔습니다.

김범수 센터장이 ‘자신과 같은 100명의 혁신가’를 키우겠다며 카카오톡이란 플랫폼 활용권을 내준 게 시작이었습니다. 한 직원은 말합니다. “100명의 김범수들은 혁신이고 사회적 가치고 다 팽개치고 돈이라는 욕망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경영진의 도덕적, 사회적 사고는 마비됐고, 이를 통제할 시스템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문화만 남았던 것이지요.

카카오는 그동안 엄청난 돈을 주고, 수많은 외부 인사를 영입했습니다. 김범수 센터장과 그 인재들이 카카오를 다시 사랑받는 기업으로 되돌려 놓는 반전의 스토리를 써주길 기대해 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