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옥 앞에서 아모레유니온 기자회견
희망퇴직 거부 이유로 직급 강등에 지방 뺑뺑이 주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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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부산 지사에서 20년간 근무한 팀장 A씨는 2019년 팀장에서 강등됐다. A씨는 자신이 강등당한 이유는 사측에서 진행하는 희망퇴직에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이후 A씨에게는 혹독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1년에 1번꼴로 대구와 경북 포항, 경남 함양 등 장거리 발령이 A씨는 회사가 영업소의 CCTV를 몰래 반출해 감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본사로 온 뒤로는 임원의 바로 앞자리에 배치돼 폭언과 과도한 업무 배정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문제의 원인은 본인이다” “장난하냐” “남들이랑 똑같은 대우받을 생각 하지 마라” 등의 폭언과 고성을 받아야만 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임원과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 측은 “7월 말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아모레퍼시픽 임원과 일부 팀장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인신공격과 비하, 따돌림과 차별, 고성과 폭언 등 노골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을 자행해 왔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와 가해 임원 및 관리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방문판매 관련 사업부에서 직급 강등 및 강제 직무발령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해당 사업부에서는 159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제공)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제공)
아모레유니온은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는 “아무리 야근해도 다 하기 어려운 과도한 업무지시에 새벽 퇴근을 해야 했고, 다른 관리자도 ‘팀장 출신이 이것밖에 못 하냐’며 신입과 비교하는 등 괴롭힘을 가했다”며 “괴롭힘이 심해질수록 가스라이팅을 당해 내가 잘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다”고 했다.

이날 아모레유니온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30개월(희망퇴직금) 줄 때 그만둬라” “나 같으면 당장 그만두겠다. 나도 너 때문에 불편하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 반만 받고 일하겠느냐” 등의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사안을 공식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사규 및 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끝까지 간다]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끝까지 취재해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제보는 khm@hankyung.com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