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새로운 국면의 신호탄[비트코인 A to Z]
최근 비트코인(BTC)은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을 보여주며 시장참여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월 16일 약 2만7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던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10월 30일 약 26% 오른 3만4300달러 수준에 안착했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약 6% 하락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란 자산이 좋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을 역행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공포탐욕지수(The Fear&Greed Index) 또한 10월 25일 ‘탐욕’ 상태를 뜻하는 72까지 상승하며 2021년 11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는데, 이 모든 흐름의 원인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로 술렁이는 시장지난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필두로 많은 기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심사를 신청한 이후부터 생겨난 기대감은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간의 ETF 전환과 관련한 판결에서 미국 연방항소법원(Federal appearls court)이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주면서 더욱 증폭됐다.

해프닝도 있었다. 10월 16일 유명 가상자산 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의 공식 X(구 트위터)에서 “SEC가 공식적으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트윗을 게재한 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해당 트윗은 오보였지만, 정정보도 이후에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분을 유지하며 3만400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입증했다.
코인텔레그래프 트윗 (출처: 코인텔레그래프 X)
코인텔레그래프 트윗 (출처: 코인텔레그래프 X)
이번 이슈로 인해 기관의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거래소그룹(CME)에서 미결제약정과 비ETF 미결제약정 기여도가 함께 급증한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현상은 신규 진입자와 기존 참여자의 포지션 확대로 인해 시장 활동이 확연히 증가했음을 시사하며, 비트코인 시장에 새로운 현금이 유입되었음을 암시한다. 특히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CME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관심 및 시장 참여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미결제약정 증가와 더불어 CME 내 일일 거래량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은 신규 자금이 유입돼 시장 활동이 활발해졌음을 나타낸다. 특히 상기한 코인텔레그래프의 트윗이 올라온 직후 약 17분 동안 CME에서 3만7255BTC가 거래됐으며 정정보도 이후에도 매수세는 지속되어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은 14만6950BTC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의 티커인 IBTC가 나스닥에서 거래 후 청산, 결제, 보관 등을 제공하는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에 등장했던 해프닝은 다시 한번 시장을 흔들었다. 10월 24일(국내) 해당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해당 티커는 DTCC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4000달러 수준에서 횡보했다.

DTCC 대변인은 본 사건과 관련하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티커가 DTCC 웹사이트에 등록된 것은 새로운 ETF를 추가하는 표준적인 절차의 일부로서, SEC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IBTC가 DTCC 목록에 오른 것은 단순히 은행이 ETF 식별을 위해 요청한 것으로 이미 2023년 8월부터 등록돼 있었으며, 향후 SEC에 의해 해당 ETF가 승인된 이후 특정한 날짜에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달했다.
DTCC에 등록된 IBTC (출처: DTCC)
DTCC에 등록된 IBTC (출처: DTCC)
시장에 불러올 여파, 어느 정도일까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BTC 현물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는 총 12개이며, 이들의 운용자산 규모(Asset Under Management, AUM)의 총합은 약 15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현재, 여러 기관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신규 자금의 규모와 이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추이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하에서는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 유명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인 갤럭시 리서치와 번스타인 리서치의 분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크립토퀀트 리서치 팀장인 훌리오 모레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최소 상기한 기관들의 자산 중 1%가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가정했으며, 이는 약 1550억 달러 규모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그는 신규 자금 유입에 따른 비트코인 시총 및 가격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italization)과 시가총액(MarketCap) 간의 증가 비율을 활용했다. 실현 시가총액이란 비트코인 구입 당시 가격의 총합을 의미하며, 역사적으로 시가총액은 실현 시가총액에 비해 약 3배에서 6배가량 빠르게 증가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약 4650억 달러에서 9300억 달러까지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이 예측하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5만 달러에서 7만 달러까지 상승하게 된다.

갤럭시 리서치는 크립토퀀트에 비해 잠재 자금 유입 채널을 더욱 폭넓게 설정하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갤럭시 리서치의 리서처 찰스 유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 관리되는 48조3000억 달러의 자산 중 일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비트코인 현물 시장에 직접적으로 유입될 신규 자금의 규모는 각 자산관리 기관이 총 가용자산의 10%를 비트코인에 노출시켜 평균적으로 1%의 비중으로 비트코인 현물에 직접 투자한다는 가정하에 최소 1250억 달러에서 최대 45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대 17만 달러까지 상승 여력을 가진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고탐 추가니는 반감기가 임박했다는 시기적 특성과 지난 12개월 동안 비트코인의 70%가 판매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SEC가 2024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상기한 이유들로 인해 2025년 중반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대 15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2028년까지 비트코인의 유통량 중 최대 10%(약 200만 BTC)가 ETF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시장의 도래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키고 가상자산 시장에 신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기대로 2023년 3분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필두로 SEC가 지속적으로 ETF 상장 심사를 연기하고 있지만 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낙관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03년 첫 번째 금 ETF가 등장한 이후, 개인 투자자에 더불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금 투자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금 수요와 가격이 급증했다. 금과 자주 비교되며 소위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이 기관투자가들의 본격적인 참여를 이끌어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