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은 당원교육을 개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한마디가 가져온 파장은 거셌다. 김포에서 촉발한 서울 편입론은 광명, 고양, 구리, 하남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들로 번져나갔다.
11월 정국은 ‘메가시티 서울’로 불타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용 정치쇼라며 선을 긋지만, 행정구역 개편으로 본다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메가시티 서울, 쟁점을 살펴봤다.
쟁점1)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쇼”“서울 편입은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쇼다.” (유정복 인천시장, 국민의힘)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도출된 이슈라 어떠한 형태로 의견을 내더라도 정치화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경기도 김포시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시작은 정가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의 여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10일 김병수 김포시장과 홍철호 김포시을 위원장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첫 주장했을 때만 해도 큰 이슈는 아니었다.
당시 경기도가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김포시가 북부특별자치도에 속할지 경기도에 그대로 남을지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김포시는 북쪽도 남쪽도 아닌 서울시로의 편입 추진 카드를 꺼냈다.
초기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 10월 23일 국정감사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김포시의 서울 편입 주장과 관련해 “깊이 있게 검토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전격 등장한 10월 30일부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주변 도시들이 서울시와 같은 생활권이라고 한다면…(중략) 원칙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도 11월 6일 부랴부랴 김포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추진해 서울시는 김포시와 ‘공동연구반’을 꾸리고, 서울시 자체적으로 주변 지역과의 통합 문제를 살펴보는 ‘동일 생활권 삶의 질 향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수도권 과밀화 억제 정책 때문에 30년 가까이 한 번도 나온 적 없는(이야기인)데 뜬금없이 나왔다”고 지적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은 민주당의 당혹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여당 소속이자 김포시와 가장 많은 지역이 접한 인천의 광역단체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공학적인 선거 포퓰리즘 쇼”라며 맹비난을 날렸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나쁜 선거용 전략”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새로운 화두였다. 이전까지 김포시와 서울시를 둘러싼 쟁점은 지하철 5호선 연장과 쓰레기매립지, 그리고 서울시에 위치한 김포공항의 명칭 변경 건이었다. 지금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국민의힘이 총선 5개월 전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띄운 배경에는 내년 4월 총선이 있다. 올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추락하는 지지율 때문에 고심하던 국민의힘이 행정구역 개편 공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 공략은 여야를 막론하고 득을 본 선거 전략으로 통한다.
앞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당시 18대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을 수도권 선거의 승부수로 내걸었다. 이때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 도봉, 노원을 비롯해 수도권 81석이 보수 정당 지역구가 됐다. 뉴타운 열풍을 타고 당선된 이들 의원에게는 ‘타운돌이’란 딱지가 붙었을 정도다. 물론 뉴타운은 이후 흐지부지됐다. 선거용 전략의 한계였다.
‘수도권 정당’ 민주당도 표심이 출렁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재명 대표가 9일간의 침묵 끝에 11월 8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란 의견을 냈다. 민주당도 행정구역 개편으로 득을 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 신 행정수도 이전’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앞선 57만여 표 중 36만 표가 충청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이슈를 수도권 표심의 필승카드로 보고 김포를 넘어 수도권 경계도시 전반으로 논의를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양평고속도로 대통령 특혜 의혹 등 정권심판론을 삼킬 만한 초대형 이슈라는 점도, ‘지역 민심’을 명분으로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엔 호재다. 쟁점2) 행정구역 개편은 필요하다?현재 서울의 면적은 605.25㎢다. 1949년 268.35㎢였던 서울은 점차 몸집을 불리다 1962년 596.5㎢가 되었다. 이후로 서울시 면적은 달라졌다. 1982년에 광명시가 분리되고, 1991년에는 과천시와 부천시도 서울시 도시계획 구역에서 분리되면서 현재는 전 국토 면적의 0.6%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집중 문제’를 해소하려면 더 이상의 확대는 안 된다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에 1990년대 1기 신도시 조성 이후엔 영역 확장이 억제돼 왔다.
하지만 ‘서울 공화국’의 문제는 폭발 직전이다. 서울의 영역 확장을 억누르자 문제는 수도권에서 터져 나왔다. 김포의 숙원사업이 된 5호선 연장은 이번 편입 논란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포의 주요 출퇴근 수단인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은 최대 혼잡도가 285%에 달해 ‘골병 라인’으로 불린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서울. 2020년 실시된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인구 대비 서울 통근·통학 김포시 인원 비율은 12.7%다. 수도권 도시 가운데 10위 정도에 해당한다.
김포시는 지난해 말 5호선 연장을 대가로 서울시로부터 기피시설(건설폐기물 처리장)까지 떠안았을 정도로 교통난 해결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인천시가 검단신도시 인구 유입에 맞춰 인천에 가까운 노선 연장을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현재 계획안은 표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5호선 연장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지역 간 갈등에 발표를 미뤘다. 연내 결정이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시장의 마지막 승부수는 서울 편입이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시민들이 누리는 교통·문화·복지·교육 등 인프라가 지금보다 좋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지사는 조목조목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발생할 문제들을 지적했다. 김 지사는 “김포시가 서울시 구로 편입되면 예산도 줄고, 인프라 확충 시 국비 지원 등이 줄어 더 좋지 않은 여건에 처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도의 자부심을 만들기 위한 긴 길을 가고 있는데 김포의 자존심이자 역사를 해치고 있다. 그런 데 쓸 힘이 있으면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김포시 현안부터 해결했으면 한다”고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가 서울’ 논란이 단순히 정치 포퓰리즘으로만 보기에는 수도권이 ‘서울 생활권 도시’가 되면서 생긴 문제들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골병 라인’으로 대표되는 서울 출퇴근길의 교통대란, 과밀 학급, 일자리·문화체육시설 부족 등이다. 물론 예산과 시스템이 받쳐지지 않는다면 서울로 편입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서울 생활권이 확대되면서 서울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인천·경기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8월 주민등록 기준 인구가 1362만4964명으로 2013년보다 ??% 늘었다. 인천시도 288만 명에서 298만 명으로 5.23% 증가했다. 반면 서울은 1000만 인구 자격을 뗀 지 오래다. 2015년까지 1000만 타이틀을 가졌으나, 줄곧 줄면서 현재 940만9466명이다. 물론 생활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손을 잡고 광역 교통환경 문제를 해소하는 ‘204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수립’에 착수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중재에 나선다고 해도 행정구역 간 이해관계가 각기 달라 의견 도출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이에 도시 전문가들 중에서는 인위적인 행정적 칸막이 대신에 생활권이 같은 도시끼리 행정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정권과 생활권을 묶어줘야 할 때”라며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생활권 단위로 행정구역을 재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쟁점3) ‘코에 걸면 코걸이’ 서울 생활권?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서울의 생활권일까. 인접 도시들의 서울 편입 논란을 두고 일각에선 “서울부터 충청, 전라, 경상까지 서울이 되겠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김포시는 오늘날 김포공항(서울 강서구 방화동)이 서울에 있게 된 것처럼 옛 김포군 일부가 서울시로 편입된 점, 지하철 5호선 연장과 한강 1, 2신도시 등 서울시와의 연계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수도 서울이 김포를 통해 서해의 항만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김포 내 수도권 매립지 활용 등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리로 따지면 광명, 고양, 구리, 하남 등이 더 서울과 인접하다는 점에서 인근 지역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광명시의 지역번호는 서울과 같은 02이고, 과천시 경내에 있는 대공원의 이름은 ‘서울대공원’이다. 그 옆에 있는 놀이공원의 이름은 ‘서울랜드’. 서울대공원장을 임명하는 임명권자도 서울시장이다. 이뿐일까. 과천시, 광명시에 사는 외국인들을 관할하는 출입국관청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다. 서울 생활권과 동떨어진 행정체제가 불러온 웃지 못할 현주소다.
인근 지역들도 지금이 기회라며 경기도 탈출 러시에 나서고 있다. 11월 8일엔 서울시로의 편입을 희망하는 경기 하남시 감일·위례지구 주민들로 구성된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이 밖에 서울과 인접하지 않은 거리가 먼 지자체에도 ‘서울 생활권’이 붙는다. 생활권의 정의가 불명확한 데에서 오는 문제다. 생활권은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대권역(권역생활권)과 통근·통학·쇼핑·여가 등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활동이 이루어지는 소권역(지역생활권)을 말한다.
실제 부동산 광고에서는 ‘서울 생활권’이란 문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활동하는 20년 차 공인중개사 A 씨는 “서울 생활권은 집값을 올리는 프리미엄”이라며 “실제 거리는 한 시간 이상이더라도 과장광고로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 생활권을 갖다 붙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쟁점4) ‘경기도를 포기하겠다’던 남경필 사실 경기도 편입을 통한 서울시 메가시티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당시 남경필 후보자는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남 후보의 메가시티 개념의 ‘광역서울도’를 구상했다. 광역서울도는 경기도와 서울, 인천시를 통합해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만들고, 새로운 행정구역인 광역서울도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 같은 남 지사의 구상에 당시 라이벌인 이재명 후보는 낮은 실현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경기중심론’을 내세웠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서울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받는 곳인 경기도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주장이었다.
승자는 이재명 후보. 전임이었던 남경필 전 지사의 다양한 시도는 복잡다단한 절차에 막혀 현실화하지 않았다. 기초의회→광역의회→행정안전부→국무회의 심의→국회의 복잡한 절차를 모두 넘어서지 못했다.
첫 문턱부터가 난관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본격 추진된다면 경기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유정복 인천시장이 “서울 편입은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쇼”라며 강력 반발에 나서고 있다. 그다음은 국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김포시 서울 편입을 의원 입법 당론으로 택했다.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을 추진하면 지자체 동의 절차를 건너뛰고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수 김포시장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주민투표나 관계 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국회에서 법만 통과하면 된다”며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니라 의견만 청취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김포-서울 편입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 그리고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여기에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선출직 이슈도 당장 의원들의 목숨줄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졸속 강행이란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토균형발전과 어긋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30년 동안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한결같이 추진한 국토분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며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선거는 이기는 게 모든 죄를 덮어주는 게임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강을 건너고 나면 건너온 배를 버리라”는 말도 있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을 파기하라고 공공연하게 주문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안에 실현 가능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포퓰리즘 공세는 총선을 앞두고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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