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시가 2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에 대해 공시지가인 100억원 수준으로 감정평가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일단 불가능하며, 필자의 회사에 의뢰하지 않아도 좋으니 절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신고하거나, 과도하게 낮은 시가로 감정평가를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과세 관청이 납세자가 신고한 가액을 부인하는 경우, 직접 시가 감정평가를 의뢰해 산정된 금액으로 세금을 재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의 과세방식, 즉 꼬마빌딩 등 특히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국세청이 직권으로 감정평가한 결과(시가)로 과세하는 방식을 인정해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필자에게 상담한 상속인이 희망한 것처럼 공시지가로 신고한 사례였다.
2019년 10월 12일 서울 강남구의 꼬마빌딩을 상속받으며 시가가 아닌 보충적 평가방식, 즉 공시가격을 기준해 상속세 약 27억6000만원으로 신고한 사안이었는데, 2020년 11월 상속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에서 해당 꼬마빌딩의 상속개시일, 즉 피상속인 사망 당시의 시가를 감정평가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상속세는 가산세를 포함해 49억5400만원으로 고지됐다. 당초 신고 세금보다 22억원 정도 상속세가 늘어나게 돼 소송하게 된 사건이다. 법원에서는 국세청이 과거의 시점으로 소급하여 감정평가를 시행했을지라도 상속세는 시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증여의 경우 시기나 증여재산의 비율 등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계획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속은 사전증여 등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으로 설계해 실천해오지 않는 이상 미리 절세를 위한 대비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가족이 갑작스럽게 작고하는 경우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속세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 크게 당황하는 상속인이 많다.
시가가 50억원 이상 되는 부동산의 경우 세금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속세를 공시가격으로 신고하거나 또는 공시지가 수준으로 감정평가를 받아서 신고하고 싶은 상담자가 많다.
하지만 꼬마빌딩·토지·대형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안전하다. 당장은 세금을 덜 내는 것 같고 상속세나 증여세의 결정기한까지 한동안 별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직권평가를 하는 경우 시가에 대한 판단, 추가 세금이 나오는지 오롯이 제3자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건물주로서는 너무나 불안한 일이다. 그것보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절세할 수 있는 시가, 탈이 나지 않을 시가로 감정평가를 받아 신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꼬마빌딩같이 자산 규모가 있는 비주거용 부동산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감정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공시가격은 시가와 차이가 있다. 공시가격은 대체로 시가의 70% 수준 내외다.
따라서 공시가격이 명백히 잘못됐다든지 하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꼬마빌딩의 상속세나 증여세 산정을 위해 공시가격으로 감정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설령 공시가격으로 감정평가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과세 관청에서 판단하는 적정 시가와 괴리가 큰 감정평가액은 부인당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역시 국세청이 직권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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