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 진출…가격 경쟁력 앞세워 업계 흔들어
한샘, 현대리바트 이어 업계 3위까지 올랐지만 성장 둔화
2022년 역성장…매출·영업익 모두 하락세
가구업체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케아가 ‘애플의 한국 진출’ 같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애플은 2009년 아이폰 출시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케아의 진출을 두고 ‘공습’이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이다. 가구업체들은 이케아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매장을 대형화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내년이면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10년이 된다. 초반 기대와 달리 성적표는 애매하다. 업계 3위를 기록했지만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이케아의 한국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가구업계 공룡, 이케아의 한국 생활이케아는 1943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스웨덴에서 설립한 가구회사로, 판매 품목만 9000개 이상이다. △실용성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전 세계 1위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케아 모회사인 잉카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420억 유로(약 60조원)에 달한다.
이케아는 2014년 광명점 오픈과 함께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한국 1호점인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전 세계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초반 성적은 ‘대박’이었다. 이케아 광명점은 진출 첫해 단일 매장에서 30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매장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연간 누적 방문객은 670만 명에 달했다. 이케아는 단숨에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에 이어 가구업계 4위로 올라섰다.
첫 진출 당시 이케아는 2020년까지 3호점을 열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사업 진출은 이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이케아는 고양점(2017년), 기흥점(2019년), 동부산점(2020년) 등을 꾸준히 개점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4개까지 확대했다.
2018년부터는 온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2곳에 불과한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고객 확보에 한계가 있었기에 빠르게 고객 확보가 가능한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한국 진출 4년 만인 2018년 9월 ‘이케아 이커머스’를 론칭했다. 이케아 이커머스는 론칭 1년 만에 방문자 3850만 명을 확보했다. 매장 방문객 수(850만 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2020년에는 ‘이케아 앱’을 내놓았다. 다양한 홈퍼니싱 제품 정보를 검색하고 모바일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동시에 오프라인과의 연동도 강화했다. 앱에서 제품의 재고 현황은 매장별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셀프 서브 구역의 위치 정보도 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케아의 진출 이후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많은 게 달라졌다. 우선 가구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 이후 DIY(직접 조립)가 유행하면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한 번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에서 취향에 따라 단기간에도 바꿀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북유럽 인테리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이고 원목을 주로 활용하는 게 북유럽 인테리어의 특징이다. 당시 이케아의 제품 디자인이 ‘북유럽풍’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4~2015년 대부분의 가구 업체들도 북유럽 가구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홈퍼니싱은 가구, 침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집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4년 10조원 수준에서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케아의 진출은 가구업계를 뒤흔들었다. 광명점 개점에 맞춰 한샘, 현대리바트 등 국내 대형 가구업체는 물론 11번가, 옥션 등 온라인몰까지 할인 행사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케아로 인해 한국 가구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소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특히 가정용 가구, 조명, 욕실 인테리어, 벽지, 바닥재 등 카테고리가 세분화된 한샘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한샘의 주가는 이케아 광명점 개점 이후 약 27%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 어렵네”…‘역성장’까지그러나 이케아의 파급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케아는 진출 1년 만에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7년 매출은 3650억원으로 늘었다. 2018년 4716억원, 2019년 503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7~2018년을 제외하면 연간 매출 성장률은 한 자릿수 수준이다.
2020년부터는 성장세 둔화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으며 2020년 매출 6634억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6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는 역성장했다. 매출 6223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케아의 역성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 오프라인 점포 부족, 물류난 심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은 50만8790건으로 전년 동기(101만5171건) 대비 49.9%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량은 가구, 인테리어, 리모델링의 수요와 직결된다. 아울러 물류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류난으로 물류비용이 증가하면 수입 품목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단점은 접근성이 꼽힌다. 오프라인 점포는 전국 기준 4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역세권 또는 도심이 아닌 수도권 외곽에 자리를 잡은 탓에 차량이 없으면 방문이 어렵다.
순위도 3위에 머물러 있다. 1위인 한샘과 2위인 현대리바트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샘의 매출은 2조1억원, 현대리바트 매출은 1조4957억원이다.
결국 사업 계획도 틀어졌다. 이케아의 신규 점포 오픈은 2020년이 마지막이다. 2020년까지 한국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동, 경기 일산 등 수도권 3곳, 대전·충청 1곳, 부산·경남 1곳 등을 신규 개점하고 전국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운영하는 4곳을 제외한 2곳의 오픈 시기는 미정이다. ‘일본의 이케아’ 니토리 상륙일본 최대 홈퍼니싱 업체 니토리가 11월 16일 이마트 하월곡점 지하 1층에 매장을 개점하면서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니토리의 한국 진출설은 이케아 광명점 개점 이듬해인 2015년부터 제기됐지만 정식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토리는 창업자 니토리 아키오가 1967년 12월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30평 규모의 작은 가게를 열면서 시작됐다. 니토리는 사업 초기부터 저렴한 가격 정책, 정가제 등을 시도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어 삿포로 인근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회사 규모를 키웠다. 1978년 주식회사 ‘니토리가구’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체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니토리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원가를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통구조 단순화에도 나섰다. 1990년대 가구업계 최초로 제조와 유통을 통합하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구조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00년 당시 일본 가구업계 1위인 오쓰카가구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이 시기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 품목을 크게 확대했으며, 현재 취급 품목만 1만 개 이상이다.
니토리는 일본에서 이케아가 자리 잡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 2006년 이케아의 1호점이 개장할 때 니토리는 1000여 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40% 낮추며 이케아를 견제했다. 3000여 개 제품을 이케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조정하면서 추격을 따돌렸다.
니토리는 지난 20년간 이어진 일본의 저성장 시대에도 꾸준히 성장한 기업으로,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34년 연속 영업이익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481억 엔, 영업이익은 1401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8%, 1.3% 증가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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