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옥희의 CEO 리포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6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6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취임 5년을 맞은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초로 연임 후 임기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는 12월 중 포스코홀딩스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 회장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그가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소유분산기업’이다. 소유분산기업은 재벌그룹과 달리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를 의미한다. 포스코·KT&G·KT 등 민영화된 공기업과 우리·신한·하나·KB 등 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기업과 관련해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이들 기업 CEO의 ‘셀프 연임’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KT에선 지난 2월 구현모 전 대표가 셀프 연임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불공정한 경쟁 시스템이란 논란이 불거진 현직 CEO의 연임우선심사제도를 폐지했다. KB금융그룹에선 지난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리딩금융그룹 반열에 올려놓은 윤종규 회장이 4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선언하면서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CEO가 됐다. 포스코홀딩스도 연임우선심사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1968년 공기업으로 출발해 2000년 10월 민영화됐지만, 그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중도하차하는 수난을 겪었다. 최 회장은 정치권의 숱한 퇴진 압박과 세무조사 등 각종 외풍에도 굳건한 리더십을 보이며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최 회장이 정치 외풍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적과 주가로 경영 성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최정우 체제’ 5년간 포스코그룹은 철강 위주 포트폴리오에서 2차전지 소재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 올렸다. 대형주 가운데 만년 저평가 기업 꼬리표를 달고 있던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핵심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올해 주식시장에서 용광로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 그룹 6개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은 2018년 7월 27일 35조2000억원에서 올해 11월 15일 기준 83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최근 2차전지의 업황 부진으로 지난 7월 말 정점 대비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장에선 2차전지의 장기적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포스코홀딩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6위에 올랐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2차전지 사업 호조로 자산이 급증하면서 13년 만에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를 탈환했다.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주효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2차전지 소재사업 밸류데이’를 통해 완성 배터리만 제외하고 배터리 원료부터 핵심 소재까지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2030년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만 62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2022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기존 철강 중심 이미지에서 탈피해 2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 소재 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 이후 직접 챙긴 2차전지 소재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최 회장의 선구안과 뚝심 투자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국내 260여 개 주요기업 CEO 가운데 재임 동안 시가총액을 가장 많이 늘린 CEO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