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안 Molten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디렉터(서일대학교 실내디자인과 겸임교수)

2000년대 초반 인기리에 방영됐던 ‘러브하우스(MBC)’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프로그램이다. 그 덕분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등장에 쓰인 BGM(Back Ground Music)이 아직도 기억 날 정도니 말이다.

낡고 오래된 집(공간)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켜 주는 직업,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시절 홈스쿨링·재택근무로 인테리어 수요가 높아진 덕에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시장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번 직업의 세계에서는 평범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의 마술사 한주안(Molten designstudio 총괄 디렉터)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주안 Molten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디렉터.
한주안 Molten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디렉터.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 같아요. 직장인들 중에서도 투잡 또는 제2의 직업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도전하는 분위기예요.
“맞아요. 제 주변에서도 종종 문의를 하시는데, 4050세대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세요. 아무래도 관심 있는 분들이 늘어나기도 했고, 방송에서도 인테리어를 많이 다루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떤 직업인가요.
“인간의 생활패턴을 보면 굉장히 많은 공간 속에서 살아가잖아요. 그 여러 공간을 꾸미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어떻게 꾸미는 건가요.
“예를 들어, 주거 또는 상업공간으로 보면 내·외부의 연결성을 고려하고, 기능과 용도에 맞게 설계를 하게 됩니다. 건물의 목적과 기능·예산·건축형태 등을 비롯해 의뢰한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더해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이죠. 디자인이 완성되면 세부 도면을 시공업체에 공유하고, 시공이 잘되고 있는지 체크 및 마무리까지 확인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죠.”

보통 회사에 입사하면 디자인 하나만 하진 않잖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외 어떤 업무를 하나요.
“보통 인테리어(스튜디오)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디자인을 비롯해 공무, 현장기사, 설계, 영업, 운영 등을 해야 합니다, 큰 회사의 경우 이 중 하나를 맡거나 해당 부서로 배치돼 일을 배우게 되는 반면, 작은 회사는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야 해요. 개인적으로 좋은 디자이너는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나중에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게 꿈이라면 디자인뿐만 아니라 현장, 재무, 영업 등 다방면을 꿰고 있어야 합니다.”

인테리어 문의나 의뢰는 어떤 식으로 오나요.
“스튜디오마다 다른데 저희는 게 홍보·마케팅을 통해 유입되거나 주변 소개로 진행이 됩니다. 소개를 통해 의뢰가 들어오면 비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죠.”

“인테리어는 크게 기획-디자인-시공으로 나눠, 어떤 콘셉트로 공간을 바꿀 것인지 기획·디자인을 하고, 공간의 특성에 맞게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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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의뢰가 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나요.
“인테리어는 크게 기획-디자인-시공으로 나뉘는데요. 기획은 쉽게 말해 어떤 콘셉트로 구성할지를 정하는 겁니다. 요즘에는 기획만 따로 의뢰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기획안이 통과되면 디자인과 설계 계약을 맺고 디자인에 들어가게 됩니다. 보통 디자인은 공간의 크기(평형대)와 디자인 난이도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게 되고, 이 부분 역시 고객과 소통을 통해 정하게 됩니다.”

단계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도 있을텐데, 포인트만 짚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우선 기획단계에선 예산이 가장 중요해요. 고객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안에서 최적의 기획안을 뽑아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디자인에선 고객이 뭘 원하는지,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합니다. 시공은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돌발상황을 예측하고 고객에게 공유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공 시 인테리어디자이너가 현장에 참관하나요.
“물론이죠. 인테리어디자이너가 PM 역할이라 각 시공별 업체 선정부터 제품 발주까지 시공을 총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객의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클레임도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주로 어떤 경우 고객 클레임이 들어오나요.
“처음 이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인데요. 고객들에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모두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일의 특성상 돌발상황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음식물처리기를 설치하는데, 배관이 좁은 경우가 있어요. 고객에게 이 배관에 설치할 경우 막힐 수 있다는 걸 미리 알려야 해요. 시공이 끝난 뒤 고객이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시공 전 미리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공유해주는 게 중요해요. 저희 같은 일은 입소문으로 홍보가 많이 되거든요. 자칫 사소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면 입소문이 끊기게 되기도 하죠.”

요즘 전국적으로 인테리어 사기 행각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불법 시공업체들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주변에서도 인테리어 사기를 당한 소식을 많이 접하는데, 업체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저희처럼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업체는 실내 건축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사업자등록번호만으로도 면허 취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전문 면허가 왜 중요하냐면 면허가 있어야만 1500만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어요. 만약 면허가 없는 업체가 할 경우 불법이죠. 그리고 실내 건축 산업기사 면허 소지자가 2명 이상 있어야 해요. 이런 부분들을 계약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을 추천 드려요.”


“90년대 이전에 인테리어 트렌드는 모두 나왔다고 생각해···이전 유행했던 트렌드와 현재의 감각을 섞어 새로운 트렌드 탄생”


트렌드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이런 트렌드의 시작은 어디서 출발하는 건가요.
“제 생각엔 인테리어에 관한 트렌드는 90년대 이전에 모두 나왔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하기보다 이전의 디자인들이 그 시대에 맞게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SNS에서 트렌드가 시작되고 유행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 안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어떤 조합으로 어떤 경험을 전해줄 것인지를 고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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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이 있나요.
“직업병이라기보다 원칙이 있는데, 아는 사람은 고객으로 받지 않아요. 왜냐하면 인테리어는 수십명이 투입되는 작업인데, 이 과정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100%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대로 지인이라는 연결고리로 더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최선을 다했지만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지인의 일은 맡지 않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원칙입니다.(웃음)”

그래도 주변에서 의뢰 또는 부탁을 많이 할 것 같은데, 일일이 거절하기도 애매하겠는데요.
“그럴 땐 다른 업체에서 받은 견적을 봐줍니다.”

인테리어 업계 입문은 언제였나요.
“스물여섯살 때 아주 작은 회사에 들어가면서 시작했어요. 고교 때부터 주식투자, 쇼핑몰 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도 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스무살 때 대학에서 미술을 잠깐 공부하곤 군대를 다녀 온 뒤 인테리어 업체에 입사한 게 시작했어요. 그때 많이 배웠죠. 아주 작은 회사였는데, 디자인부터 회계, 현장 등등을 경험했죠.”

그때의 밑거름이 창업에다 교수로까지 이어진 건가요.
“그러다 서른이 되면서 문득 ‘왜 우리는 규모가 큰 공사를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만 해도 3,000~5,000만원의 공사가 고작이었는데, 다른 업체에선 수 억원대 큰 규모의 공사를 해내는 걸 보고 이유를 알았어요. 공부였어요. 그 길로 대학에 진학했고,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강단까지 서게 됐죠.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어요.(웃음)”

10년 정도 하셨으니, 이 직업의 매력은 뭔가요.
“가장 짜릿한 건 모든 시공이 끝났을 때예요. 저에게 의뢰한 고객과 마무리 된 현장을 둘러보면서 서로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고객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 좋습니다.”

단점은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일의 범위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죠. 처음 일을 배울 때 알아두지 않으면 오래가기 쉽지 않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그만큼 일에서 오는 보람도 큰 직업이기도 합니다.”

워라밸은 어떤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워라밸이 있는 삶은 사실 힘들죠.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좀 긴 호흡의 워라밸은 가능해요. 한 달 프로젝트가 끝나면 몇 주 간 길게 쉴 수 있는 그런 부분이요.”

“업계 특성상 초봉 낮고, 워라밸 없는 근무환경···다만, 경력 쌓이면 연봉·시간활용 유동적인 장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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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요.
“업계 특성상 초봉은 높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낮죠. 그럼에도 경력이 쌓이면 타 직군보다 상승곡선이 높습니다. 처음에야 인테리어 회사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해요. 그럼 연봉 2~3배 오르는 건 시간문제죠.”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실내 건축 또는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도 중요하지만 이 직업의 완성은 실무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기본적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고 실무는 현장에서 완성하는 거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자격증을 취득해 시작하는 분들도 많아요. 정말 이 직업에 도전하는 분이라면 차곡차곡 포트폴리오를 쌓아 성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꼭 갖춰야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업무적으로는 오토캐드, 3D 프로그램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설계도면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이해심이 있어야 해요. 공간을 사용하는 생명체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 없다면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나오지 않거든요. 공간의 완성은 사용자가 그 공간을 사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걸 추천해요. 카페면 카페, 팝업 또는 식당, 병원 등 한 분야를 파고들면 전문성도 갖춰지면서 시공에서도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죠.”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테리어 디자인도 가능한 시대잖아요. 하지만 인테리어는 시공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해요. 현장과의 연결이죠. 때문에 디자인 기술은 발전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더 뚜렷해집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따라올 수 없는 분야가 아닐까요.(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