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후 이미지 변화의 터닝 포인트를 마주한 찰스 3세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지난 5월 대관식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첫 번째 국빈으로 초청한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초상이 새겨진 캐나다의 새 주화가 공개됐다.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는 다르게 왼쪽 방향을 바라보는 만큼 보다 다양한 영국을 향해 새로운 방향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찰스 3세는 정부의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연설 ‘킹스 스피치’에서 윤 대통령 내외를 언급했다.
이미지 변화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한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1997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고 다이애나비와 이혼하기 전 결혼 생활 중에도 전 연인과 계속해서 불륜을 이어온 사실이 언론에 밝혀지면서 가파른 이미지 추락을 했었다.
그는 내연녀였던 커밀라 파커 볼스를 왕비로 올리면서 증폭된 비호감 이미지와 가끔 언론에 노출된 부적절한 언행으로 싸늘해지던 대중의 시선을 바꾸고자 영국 국왕으로 즉위한 후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75번째 생일을 맞아 식재료를 기부받아 고물가로 결식하는 국민에게 나눠주는 등 입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찰스 3세를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Appearance
전통적인 슈트 스타일과 쿨톤의 보수적인 넥타이 매듭법
찰스 3세는 대체로 전통적이고 정중한 여유 있는 핏의 슈트 착용을 하는 편이다. 넥타이와 색상과 패턴이 유사한 포켓치프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즐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슈트 색상은 쿨톤 피부색의 찰스 3세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인 신뢰감을 주는 네이비나 로열블루 컬러를 기본으로 하되 지난 10월 케냐 방문 시에는 밝은 베이지 톤의 슈트를 착용하기도 했는데 바지 길이는 조금 길게 입음으로써 신중한 국왕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킷 깃 모양인 라펠은 레귤러 패턴을 자주 입지만 특별한 공식 자리에서는 아래 깃의 각도를 크게 위로 올린 피크드 라펠도 선보이고 드레스 셔츠 깃도 넓지 않은 레귤러 칼라와 넥타이 매듭이 좁은 하프 윈저 노트나 플레인 노트로 연출한다.
최근 영국 왕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트라이프 패턴의 스리버튼 재킷을 입고 앉아 있는 찰스 3세의 사진을 보면 가운데 단추만 잠그고 맨 위아래 단추는 풀어놓으면서 보수적이지만 편안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활동적이고 친환경적인 스타일을 선호하고 오래된 양복을 기워서 입는 검소함을 통해 환경 보호 가치 일치화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함없는 유산 상징, 시그넷 링과 소시지 손가락
찰스 3세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가문의 문장, 개인의 이니셜 등이 새겨진 시그넷 링(Signet Ring), 즉 인장 반지와 드레스 셔츠 소매의 커프스 버튼이라고 할 수 있다. 1969년 공식 책봉식 이후부터 지금까지 늘 새끼손가락에 착용하면서 변함없는 고귀한 역사의 전통과 유산을 상징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편지에 의하면 찰스 3세의 손가락은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굵고 컸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관식에서 찰스 3세가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장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새삼 이슈가 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자신의 손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소시지 손가락’이라고 허물없이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고 윌리엄 왕세자가 태어났을 때 자신과 같은 소시지 손가락을 갖고 있다고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너무 부은 손가락을 보고 일부 언론에서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관련한 기념품이 나올 정도로 찰스 3세의 이미지 특징이 됐다고 분석된다. Behavior
엄격한 왕실의 예민함, 이문화 존중 다양성
찰스 3세는 공식 행사나 외교적인 자리에서 신중한 행동을 보이는데 특히 걸음걸이를 보면 조용하고 차분한 풍모를 보이고 악수는 왼손으로 상대방의 팔을 가볍게 잡은 후에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거나 전통적이고 정중한 스타일로 하는 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왼손을 뒷짐 진 채 하는 태도도 노출된다. 찰스 3세는 엄격한 왕실 의무를 짊어진 탓인지 예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예로 그가 북아일랜드에 있는 성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다가 펜의 잉크가 흘러 손에 묻자 짜증을 내며 커밀라 왕비에게 펜을 건넨 후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이 된 적이 있었다.
찰스 3세는 참을성이 없는 편이라고 인터뷰했던 커밀라 왕비의 말이 증명되는 사건이었지만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한 국왕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자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런던 근교에 있는 한인 타운을 방문해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즐겁게 경험하는 모습들을 보여줘 찰스 3세의 다양한 이문화 존중의 태도 이미지가 강화됐다고 분석된다. 한국·영국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국빈 방문을 한 시점에서 이러한 찰스 3세의 이미지 브랜딩 전략은 주효했다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인간적이고 위트 있는 숨겨진 이미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찰스 3세가 최근 뉴몰든 한인 타운을 방문해 김치를 선물 받자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질까? (머리가) 남아 있을까?”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에 숨겨져 있던 인간적이고 위트 있는 면모가 보였다.
평소 까탈스러운 성격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찰스 3세가 일반 국민의 농담에 익살스럽게 대응하는 영상이 공개돼 인기를 끌며 이미지 쇄신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도 화제였다.
당시 왕세자 신분으로 영연방 경연대회(Commonwealth Games)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밍엄을 찾은 찰스 3세가 몰려든 인파에 손을 흔들며 걸어가던 중 한 남성이 불쑥 “찰스, 맥주 한잔하러 갈래요?”라고 외쳤다. 찰스 3세는 처음엔 당황한 듯 “뭐라고요?”라며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남성이 다시 “맥주 한잔하러 갈 거냐고요?”라고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듣던 찰스 3세는 이내 눈을 반짝이며 “어디로 갈 건데요?”라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분위기가 굳어질 수도 있었지만, 찰스 3세의 위트 넘치는 대답에 왕족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찰스 3세는 자리를 뜨면서도 “어디로 갈지 추천해줘야죠”라며 농담을 던졌고 이 일을 계기로 찰스 3세의 숨겨졌던 인간적이고 위트 있는 이미지가 국민에게 각인됐다.
충성심·존중·사랑으로 헌신하겠단 다짐 이뤄지길
개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7초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무려 70년이 걸리고 완전히 지우는 데는 7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조직이나 국가를 대표하는 리더의 이미지 브랜드는 시장 가치의 44%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외부에서 잘 관리된 이미지 브랜드는 긍정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홍보 재난을 관리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찰스 3세가 과학과 소외계층, 예술 그리고 다양성에 관심의 폭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지만 아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기에는 역부족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첫 TV 대국민 연설에서 “충성심과 존중, 사랑으로 영국인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던 그의 다짐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연방 유지와 연이어 생기는 왕실 추문 등 고비가 있지만, 진실성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이미지 브랜딩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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