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명품' 트렌드와 정반대…모노그램 패턴 초고가 스피디백 선보여
책정가 100만달러…과시적 소비 원하는 고객 위한 제품

루이비통 100만달러 스피디. (사진=PJ터커 인스타그램 갈무리)
루이비통 100만달러 스피디. (사진=PJ터커 인스타그램 갈무리)
올해 명품업계를 강타한 단어는 단연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입니다. 로고가 튀지 않아 의류 안감을 보거나 가방을 열기 전까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는 게 특징입니다. 대신,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죠.

이런 트렌드와 상반된 브랜드가 있습니다. 과한 로고플레이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입니다. 브랜드명에 들어가는 알파벳 'L'과 'V'를 겹쳐놓은 모노그램 패턴이 브랜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디자인일 정도로 로고를 잘 활용하거든요. 활용 방법도 다양합니다.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양각으로, 음각으로, 때때로 배경색과 반대되는 색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루이비통이 최근 업계를 놀라게 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1930년대 여행용 가방으로 처음 선보였던 둥근 원통형의 '스피디' 라인을 다시 띄우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이 가방은 영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오드리햅번이 애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올해 2월 루이비통의 새로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선임된 유명 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공식 행사에서 열심히 들고 다니는 바로 그 가방입니다.

아 물론, 이게 놀랄 일은 아니고요. 루이비통에서 책정한 가격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00만달러'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품명도 '밀리어네어 스피디(Millionaire Speedy)'입니다.
가수 리한나의 루이비통 스피디 캠페인 사진. (사진=루이비통 홈페이지)
가수 리한나의 루이비통 스피디 캠페인 사진. (사진=루이비통 홈페이지)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 프로농구 스타 PJ 터커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제품 설명이 담긴 한장의 사진을 올리면서입니다. 심지어 홍보용 사진 자료조차 모든 고객에게 제공된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에게만 전달됐다고 합니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볼 수도 없고요.

사진에는 'MTO ONLY'라고 적혀있었고요. MTO는 'Make-To-Order'라는 뜻으로, 주문을 받은 뒤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제품은 악어가죽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모노그램 패턴을 활용했으며, 색상은 노란색 외에도 4가지 색으로 판매됩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방에 달린 액세서리 부분에 다이아몬드와 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요.

결국 이 제품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만족감을 위한 제품인 거죠. '나만 살 수 있는 제품'이라는 초고가 전략을 통해 과시적 소비성향이 강한 일부를 자극한 겁니다. 그래서 가격도 100만달러로 책정된 거고요. 가디언은 "이 제품은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거스른다"라며 "과시적 소비가 궁극적인 목표인 상위 1%를 제외하고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가격이다. 다만, 여유가 있는 고객이라도 루이비통의 초대를 받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루이비통이 악어가죽을 채택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 가죽을 얻는 방식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에서 루이비통이 꼭 악어가죽을 써야 했다는 지적인 거죠. 가격부터 가죽까지 모든 게 논란인 루이비통의 스피디 가방, 그래도 원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