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재 넣어 부풀어 오른 '푸퍼패딩' 트렌드로 노스페이스 눕시 인기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켄달 제너 등 미국 유명 패셔니스타도 착용
노스페이스, 라인업·색상 다변화하며 신규 고객 적극 확보
최근 전 세계 패션시장을 강타한 제품이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눕시 패딩’이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는 물론, 블로그와 유튜브에서도 눕시 제품에 대한 콘텐츠가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국내에서 구매가 어려워 미국 공식홈페이지에서 직구했다는 글까지 올라올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노스페이스 패딩은 한물간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가격대별 모델에 따라 '패딩 계급도'까지 등장해 사회적 이슈까지 됐지만 아크테릭스, 캐나다구스, 무스너클 등 새로운 고가 브랜드의 등장과 2010년대 후반 아웃도어 시장 전체의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노스페이스의 입지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런 노스페이스가 다시 ‘메가트렌드(세계적 유행)’의 중심에 섰다. 그 시절 노스페이스, 왜 다시 뜨나레트로(복고) 트렌드로 인해 ‘뚱패딩(부피감이 있는 패딩)’ 유행이 다시 돌아오면서 노스페이스, K2, 내셔널지오그래픽, 네파, 리복 등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볼륨감 있는 패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푸퍼 패딩’으로 불린다. 푸퍼는 ‘복어(puffer)’를 뜻하는 단어로, 보온을 위해 솜이나 다운, 구스 등 충전재를 넣어 부풀어 오른 옷이 몸을 크게 부풀린 복어와 닮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푸퍼 패딩 검색량(11월 1~21일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었다. W컨셉에서도 패딩 카테고리의 매출(11월 1~20일)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W컨셉에서도 숏패딩, 푸퍼 패딩, 구스다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층의 인기를 끄는 제품은 30년 전 출시된 노스페이스 ‘눕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노스페이스 신드롬’을 일으킨 바로 그 제품이다. 중고생 대부분이 일상복으로 노스페이스 눕시를 입으면서 ‘제2의 교복’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노스페이스는 ‘전문가용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10대를 중심으로 대중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부피감 있는 패딩류의 반응이 좋다”며 “특히 짧은 기장감에 오버핏 스타일의 ‘푸퍼 패딩’이 활동성과 트렌디한 핏을 겸비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인기다. 그중에서도 노스페이스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의 눕시 라인업은 1992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눕시 재킷’은 히말라야 산맥의 산봉우리 이름 눕체(Nuptse)에서 따온 노스페이스의 글로벌 대표 제품이다. 특유의 볼륨감과 몸판과 대비되는 검정의 어깨 배색 절개 등이 특징이다.
노스페이스 눕시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와의 협업 △해외 패셔니스타의 착용 등 효과다.
우선 최근 2~3년 사이 브랜드 협업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미국 아티스트겸 디자이너 카우스 등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기존 재킷에 광택이 있는 실버, 골드, 핑크 메탈 등의 컬러를 적용하기도 했고, 구찌와의 협업 당시 눕시에 ‘오리지널 GC로고 패턴’을 적용해 익숙해진 기존 제품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왔다.
브랜드 협업은 해외 패셔니스타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미국 젊은층의 패셔니스타로 떠오른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지지 하디드 등이 노스페이스 눕시를 착용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힙한 이미지’를 얻게 됐다.
패션매거진 보그는 “노스페이스는 가장 갖고 싶은 패딩이 됐다”며 “미국의 슈퍼모델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할 것 같다. 켄달 제너부터 헤일리 비버까지 다양한 모델들이 노스페이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롭거나 획기적인 제품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노스페이스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으로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파파라치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 MZ세대 사이에서 노스페이스는 ‘손민수템(따라 사고 싶은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특히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켄달 제너가 착용한 갈색의 ‘1996 레트로 제품’은 파파라치 사진 공개 이후 리셀가가 2배 이상 뛰며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제품’이 됐다. 2020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노스페이스의 인기가 올해는 한국으로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노스페이스가 다시 뜨고 있다.
노스페이스를 국내에서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오픈런, 선착순 한정 판매 완판, 정가 대비 2배 이상의 리셀 판매가 등을 기록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레트로부터 숏패딩까지…‘원조’의 귀환노스페이스 코리아의 공식 유튜브에 개재된 3개의 눕시 콘텐츠는 모두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가수 전소미가 유광 눕시 제품을 착용한 26초짜리 숏패딩 영상은 게재 한 달 만에 조회수 590만 회를 돌파했다.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출시연도별 제품 특성을 설명한 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받는 눕시는 크게 3가지다. 1992년 버전, 1996년 버전, 노벨티 버전 등이다. 이들 버전의 차이는 눕시 재킷 퀼팅(누비질)의 숫자다. 1992 모델은 전면 로고는 없고 측면 소매 부분에 로고가 있다. 전체 퀼팅(누비질) 선은 5줄이다. 1996 모델은 전면에 로고가 들어가고, 퀼팅 선이 총 4줄 들어간다. 노벨티 모델은 노스페이스가 가장 최근 선보인 눕시 제품으로, 2010년대 후반 광택이 나는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1996년 버전이다. 이 제품은 영국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에서 역대 최초 남녀 동시 인기 1위 아이템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이 리셀 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런데 눕시가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리셀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확실히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는 눕시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숏패딩 트렌드에 맞춰 라인업도 확대했다. 이달 초 ‘1996 눕시 재킷’을 재해석해 광택감을 강조한 글로시 소재와 일반 제품보다 짧은 크롭 디자인을 적용한 ‘여성용 눕시 숏 재킷’을 새로 출시했다. 마케팅 슬로건은 ‘눕시를 더 짧게’로 정했다. 숏 눕시는 퀼팅이 3개만 들어간 게 특징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영원아웃도어가 운영 중인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최근 무신사 플랫폼의 리뷰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4분기에도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수 소비 부진과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경쟁 브랜드가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노스페이스의 경우 정상가격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노스페이스는 어나더 레벨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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