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자족기능 살릴 핵심 프로젝트, 최근 PF조정위 찾아
숙박용지 매입 업체 ‘토지이용계획 조정’ 요청, 호텔 줄이고 오피스텔 분양 우려

2021년 10월 27일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개최된 ‘K-컬처밸리 아레나 착공식’ 모습. 경기도 제공
2021년 10월 27일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개최된 ‘K-컬처밸리 아레나 착공식’ 모습. 경기도 제공
‘자족도시화’를 염원하는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CJ라이브시티 조성사업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업부지가 위치한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고양관광문화단지 내에 숙박시설용지를 분양받은 일부 개발업체들이 정부 ‘민관합동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정위원회’에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CJ라이브시티 사업 정착을 위한 호텔 등 지원시설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대신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피스텔을 구분 호실별로 분양하면 개발업체 입장에서 단기에 수익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내 MICE 산업 발전을 위해 계획된 킨텍스 개발사업 역시 전시장 인근에 원시티 등 아파트·오피스텔로 구성된 대단지 주상복합만 남기고 있는 상태다. 일산 ‘노른자 땅’, 호텔은 태부족
‘한류월드’라고도 불리는 고양관광문화단지 조성사업은 2000년 정부의 ‘수도권 관광숙박단지 조성계획’에 의거해 2001년 인천광역시 청라지구를 제치고 선정된 국책사업이다.

단지 내 계획된 CJ라이브시티는 대규모 한류 콘서트장과 호텔, 상업시설 등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자 CJ ENM이 출자해 설립한 동명의 시행법인 이름이기도 하다. CJ ENM은 2015년 경기도가 추진한 ‘K-컬처밸리 조성 공모사업’에 참여해 이듬해 경기도와 사업협약을 맺었다. 총 사업비 1조8000억원이 투입돼 30조원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경기도 제공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경기도 제공
이 중 중심시설은 30만2265㎡(약 10만 평) 부지에 2만 개 좌석, 야외시설까지 총 6만 명 수용이 가능한 ‘K팝 공연 전문’ 아레나로 국내 공연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K팝 팬들을 일산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CJ는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AEG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레나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아레나가 들어서는 테마파크 부지 인근 숙박시설용지는 킨텍스(KINTEX) 전시장과 콘서트장을 찾은 한류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길게 하고 ‘베드타운’ 상태인 고양시를 MICE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마련됐다. 이 때문에 연면적 90% 이하까지 주거시설 공급이 가능한 복합시설용지의 22%라는 싼 가격에 공급됐다. 2020년 고시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이들 숙박용지는 총 7개 블록 9만8100㎡ 규모이며 계획된 객실 수는 4010실 이하다.

그러나 사업이 지체되며 현재까지 지어진 숙박시설은 A1블록과 A2블록에 지어진 ‘소노캄 고양’뿐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수도권 대표 전시장인 킨텍스를 찾은 방문객들조차 전시 관람 후 갈 곳이 없어 서울이나 김포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광도시인 부산 벡스코(BEXCO)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킨텍스와 고양관광문화단지는 일산호수공원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정류장을 끼고 있는 고양시 최고 입지를 자랑한다. 따라서 주민들은 이미 공급이 많은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지역 전체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시설이 건립되길 바라고 있다. 공연장만 생기면 ‘킨텍스 꼴’ 나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및 CJ라이브시티(K-컬처밸리) 사업구역 위치도.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및 CJ라이브시티(K-컬처밸리) 사업구역 위치도.
이 같은 상황에서 CJ라이브시티 내 테마파크 부지의 아레나 공사는 2021년 착공된 뒤 약 17% 진행된 상태에서 멈춰 있다. 시행사에 적자가 누적된 데다 최근 자재비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내년 5월로 예정됐던 완공시기는 언제까지 미뤄질지 모르는 상태다.

해당 사업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인허가는 계속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위주였던 한류 콘텐츠의 흐름이 K팝, 영화로 옮겨갔고 CJ 측은 놀이공원 위주였던 테마파크 부지 개발계획을 공연장 위주로 변경하게 된다. 경기도는 이 같은 사업계획 변경은 승인했지만, 사업기한은 연장해주지 않았다. 결국 2020년 완공기한을 지키지 못한 CJ라이브시티는 앞으로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지체상금을 내야 한다.

결국 민관합동 PF 조정위를 찾은 CJ라이브시티는 ‘사업기간 연장 및 지체상금 면제’, ‘일부 사업부지 사업협약 해제’,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는 CJ라이브시티가 분양 받은 숙박시설용지와 상업시설용지가 포함됐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요청한 부지에는 숙박용지와 상업시설용지가 포함된 것이 맞으나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공연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본사는 물론 협력사 관계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호텔과 레지던스, 오피스 등이 다양하게 갖춰진 복합시설을 구성할 계획”라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 관계자들도 CJ라이브시티가 설명한 취지에 일부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CJ와 함께 조정을 신청한 SM스틸과 한류월드호텔에 대한 눈길은 곱지 않다. 조정위 자료에 따르면 숙박용지를 보유한 이들 회사는 ‘사업지연에 따른 착공기한 연장’과 함께 ‘토지이용계획 변경’, ‘호텔개발 비율 및 공공기여율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SM스틸은 2013년 4월 A7-1블록 1만155㎡와 2015년 4월 A7-2블록 1만6498㎡를 각각 127억원, 237억원에 매입했다. 한류호텔월드는 2013년 1월 A3블록 1만456㎡를 135억원에 분양받았다. 이는 토지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매번 인허가 관청인 고양시에 오피스텔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할 뿐 10년이 넘도록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이번 조정위에서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연면적 70% 이상으로 명시된 호텔 개발 비율을 50%로 낮춰달라고 요청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개발업체들이 호텔 개발 비율을 50%로 낮추는 대신 나머지를 오피스텔로 조성하겠다고 요청한 것이 맞다”며 “고양시는 지역 내 자족 기능 확립을 위해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CJ라이브시티가 사업 조정을 요청하자 다른 개발사들도 이에 편승한 것이 아닐까 한다”며 “한류월드 부지가 위치한 일산동구는 이미 전국에서 오피스텔 공급이 가장 많은 지역이므로 더 이상 오피스텔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