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감정 평가]
시간 흐름에 따른 부동산가격 변동과 재감정 필요성[박효정의 똑똑한 감정 평가]
부동산 가격은 정체돼 있지 않고 항상 변동한다. 국지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지역별로 가격변동이 있기도 하고, 부동산정책에 따른 영향을 받기도 한다. 또 국제정세 및 금리의 변동과도 연관성을 보이며 가격의 등락을 반복한다.

특정 시점의 부동산 가격은 그 시점에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어우러져 결정된다. 단 하나의 요소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금리, 국지적인 수요·공급, 정책, 세금 관련 법률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역시 항상 변동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부동산 가격 역시 시점에 따라 변동하게 된다.

물론 개발행위허가나 재개발, 재건축사업에서의 사업시행인가고시가 났다든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3개월 혹은 6개월처럼 짧은 기간 동안 매번 부동산 가격이 유의미하게 변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오래전에 책정돼 있는 가격을 기준 삼아 현재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거나 권리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한쪽 당사자에게 상당히 불합리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에 상담한 내용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에 자산가치를 평가한 후로 개발사업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관련 토지주들이라도 해당 사업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를 망각하고 지내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다시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시점에서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생략하고 15년 전에 시행되고 결정됐던 가격을 기준으로 권리변동에 대한 계획이 잡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업구역 내에 소재하는 개별 토지들에 대해 합병이나 분할 또는 지목변경 기타 개발내역이 일체 없이 15년 전의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왔다고 가정해본다.

건물 역시 15년의 세월 동안 감가만 됐을 뿐 리모델링이나 개량 등 일체의 개별 부동산 개발행위가 전혀 없었으므로 사업구역 내 편입되는 토지 및 건물에 대한 목록이 15년 전의 내역 그대로라고 가정해본다.

위와 같이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하에서도 무려 15년 전에 책정된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오늘날 해당 부동산이 속한 지역의 국지적인 부동산 시장상황 및 전국 단위의 부동산 가치와 비교해 보더라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

15년 전과 비교해 부동산의 상태가 완벽히 동일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토지와 건물의 가치까지 15년 전과 동일하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례다.

이혼소송이나 상속재산분할 또는 유류분반환청구 등 부동산 가액으로 분쟁하는 경우에 부동산 시점에 따른 가치의 변동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현재 시점과 과거 2~3년 전의 특정 시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보인다.

부동산 가격과 관련한 분쟁이 있는 경우 토지소유자는 부동산의 가격은 시점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분쟁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치 변동에 대한 입증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재감정을 추진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제되는 여러 가지 시점에 따른 가격 검토를 병행해 시점별로 존재하는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한 방어 및 공격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