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신탁부동산 임대차계약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조주영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신축 과정에서 토지 매입이나 시공과 관련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때문에 위 사업의 시행사는 보통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데, 건축허가나 각종 법률행위를 시행사 명의로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거나 횡령·배임 등의 형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시행사는 민형사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시행사업에는 여러 법적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분양계약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수분양자의 매매대금이나 이를 임차하려는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을 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많은 시행사업이 신탁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신탁사업의 구조상 골자는 분양대금 및 임차보증금 등 신탁수익은 신탁사의 운영을 확보하고자 신탁사가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도록 함으로써 시행사의 자의적인 신탁수익 사용을 제한한다. 시행사가 본인 명의로 법률행위를 하거나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신탁사의 동의를 요구한다.

신탁사가 보관 중인 신탁수익은 신탁종료 시 신탁사의 신탁수수료, 시공회사의 공사대금, PF 대주단(금융권)의 원리금, 시행사 순차로 배분한다.

나아가 신탁사업의 경우 부지나 지상건물(아파트·오피스텔)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보통 신탁사 명의로 경료되기 때문에 분양계약상 매도인, 임대차계약상 임대인도 신탁사가 되는데, 일부 시행사가 마치 권리자인 것처럼 자신 명의로 분양계약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에는 시행사 지정 계좌로 돈을 송금하게 함으로써 분양대금과 임차보증금을 시행사 측에 송금하고도 소유자인 신탁사에 아무런 대항을 못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만약 임차인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A회사와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위 부동산이 신탁사에 신탁된 부동산임을 설명했고, 특약사항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잔금 지급과 동시에 신탁사항 및 소유권 이외의 권리사항을 말소하기로 정했는데 이후 임차인이 임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하였음에도 자금 문제로 A가 신탁등기를 말소시키지 못한 경우, 임차인은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부동산중개 전문가로서의 공인중개사의 역할,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육성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인중개사법의 입법 목적 등에 비춰 신탁관계가 설정된 부동산에 관해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확인을 거쳐 중개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도록 한다.

신탁관계 설정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 즉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수탁자이고, 임대인 소유가 아닌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것이며, 수탁자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수탁자에게 임대차계약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확인을 거쳐 임차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거나 부동산 소유자가 A 아닌 신탁사로서 그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임차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설명 등을 함으로써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특히 임차인에게는 임대차관계 종료 시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매우 큰 관심사이자 그 반환을 받지 못할 위험 유무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관해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했다면 임차인이 A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신탁등기를 말소 받기도 전에 미리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므로, 공인중개사에게는 선관주의의무나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공인중개사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수분양자 또는 임차인은 최우선으로 그 사업이 신탁사업인지를 확인해 반드시 신탁사가 지정한 계좌로 돈을 송금하여야 할 것이고, 공인중개사도 신탁원부를 제시하거나 임대인 아닌 부동산 소유자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임차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임차인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