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젊은 국가다. 그래서 전쟁에 적극적이고, 변화도 빠르다.”
미국 CIA 출신 인사가 했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역사는 짧고,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일어난 대부분 전쟁에 관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파괴적 기술이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는 것도 젊은 대륙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오픈AI CEO(샘 올트먼) 해임과 복귀 과정도 참 미국스러웠습니다. 오픈AI란 기업의 탄생부터 그랬습니다.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법인 설립.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에 일론 머스크 등 초기 창업자들이 1조원씩이나 내놓았습니다. 구글에서 두 배를 준다고 해도 큰돈 못 버는 비영리법인으로 옮긴 천재들도 있습니다. 미국 외에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갖고 있는 꿈도 황당할 정도입니다. 그는 월드코인이라는 것을 내놨습니다. AI를 활용해 전 세계 돈을 다 빨아들인 후 세계인들에게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축화한 동물이 말입니다. 이후에 왜 다른 동물을 가축화하지 않았을까. 인간을 가축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의 꿈은 모든 인류의 가축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섬뜩하기도 합니다.
미국 기업 이사회의 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를 한 방에 날려 버렸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속도도 놀라웠습니다. 올트먼 해임, 임시 CEO 2명 선임, 올트먼의 마이크로소프트(MS) 이직 확정, 그리고 오픈AI CEO 복귀라는 드라마가 쓰여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5일에 불과했습니다. 오픈AI 최대의 투자자이자 올트먼의 후원자인 MS의 결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MS는 “오픈AI 직원을 모두 MS에서 받아들이겠다”며 올트먼 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타협도 빨랐습니다. 올트먼은 자신을 내쫓았던 이사회 멤버 전원을 사퇴시키지 않고 한 명 남겼습니다. 이 멤버는 AI 규제를 강조하는 사람입니다. 뉴욕타임스식 표현으로 ‘철학적 균열’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셈입니다.
‘인류를 위한 쿠데타’라고 불렸던 샘 올트먼 제거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올트먼은 몇 개월 전 “이사회에서 CEO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자신이 해고됩니다. 이후 회사로 들어가 셀카를 찍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수츠케버 외에 사내에 큰 영향력이 없는 사외이사 3인이 세계적 CEO를 몰아냈다는 것도 왠지 석연치 않습니다. 수츠케버가 3일 만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고백한 점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의문은 이번 사태 최대의 수혜자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다다랐습니다. 다름 아닌 올트먼입니다. 그는 자신에 반대하며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인사 대부분을 이사회에서 몰아냈습니다. MS의 확고한 지지도 확인했습니다. 오픈AI를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가장 큰 이득을 본 자, 그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자작극? 아, 미드를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공상이었습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오픈AI에서 벌어진 ‘인류를 위한 쿠데타’의 실패, 전 과정을 다뤘습니다. 글을 쓰며 약간 우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AI와 인류의 미래를 놓고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가장 성공한 창업자가 골목상권에 들어갔다고 욕을 먹고,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 스타트업, 나아가 한국 경제의 희망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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