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욕망녀 이미지에서 외교 패션룩으로
왕실의 위엄·우아함 각인시켜
외교에서 패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왕실이기에 의상 디자인은 물론 색상까지 뚜렷한 목적과 의도가 배어 있다고 분석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커밀라 왕비와 케이트 왕세자빈이 우주의 균형을 상징하는 한국의 태극 문양을 연상케 하는 색을 입었다고 언급했다.
필자 또한 공감하며, 영국 국기 또한 한국의 태극기처럼 파란색과 붉은색이 상징인 만큼 한국과 영국 두 국가의 공통색을 통해 핵심 동맹국으로서 미래의 일치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본다. 왕실의 지혜로운 패션 외교의 중심에 있는 왕세자빈은 350년 만에 영국 왕실에 입성한 평민 출신으로 ‘웨이티 케이티(기다리는 케이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있다.
명문대 학위까지 가지고 있었음에도 30세가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사회활동 없이 신분 상승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윌리엄 왕세자의 청혼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을 갖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파파라치 때문이라는 의견도 팽팽한 가운데 왕세자빈의 이미지 브랜딩을 패션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Appearance
강렬하고 우아한 국빈 환영 ‘올 레드룩’ 스타일
국빈 환영행사는 영국의 고위 왕족들이 참여하는 공식 의무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행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 환영식장인 호스 가드 광장에서 왕세자빈의 드레스 코드는 올 레드 컬러룩이었다.
모자부터 드레스와 케이프, 구두, 핸드백까지 모두 레드 톤으로 강렬하지만 우아하게 스타일링했다. 올 레드 컬러도 격식 있는 자리에서 품위 있게 입을 수 있음을 입증했고 당일 저녁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화이트 컬러 드레스를 선택했다.
결혼 초 왕세손빈의 자격으로 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복장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던 중에 바람이 불어 뒤집힌 치마 안에 민망한 속옷 하나만 입고 있어서 일어난 사고였다.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가 왕세손빈의 치마 길이에 집중하면서 우아한 왕실의 품격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 의상을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故 다이애나비 이미지 연상 전략
고(故) 다이애나비를 연상시키는 패션이 많았던 왕세자빈은 장남 조지 왕자를 출산했을 때 다이애나비가 윌리엄을 낳고 입었던 도트 패턴 원피스와 비슷한 옷을 입었고, 차남 루이 왕자를 낳았을 때도 다이애나비가 해리 왕자를 낳고 입었던 레드 컬러 원피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의상을 선택했었다.
이뿐만 아니라 해리 왕자의 아들 아치의 세례식에서는, 다이애나비가 해리의 세례식에서 착용했던 귀걸이를 했고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위해 참석한 그녀는 다이애나비가 소유했던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하면서 다이애나비 이미지 연상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믹스&매치, 친환경 패션 로테이션
영국을 상징하는 장미, 아일랜드를 뜻하는 토끼풀, 스코틀랜드를 뜻하는 엉겅퀴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놓은 3억원이 훌쩍 넘는 왕세자빈의 알렉산더 맥퀸 웨딩드레스와 특별 제작한 귀걸이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2011~2013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던 왕세자빈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피부톤과 체형을 제대로 파악하고 강점을 강화한다.
어울리는 블루톤 의상을 잘 활용하고 늘씬하지만 다소 빈약해 보일 수 있는 하체 부분을 커버해주면서도 우아함을 강화하는 A라인 스타일의 원피스 연출을 자주 한다.
여러 공식석상에서 자라 등 중저가 브랜드와 고가의 명품을 적절히 믹스&매치하고, 입었던 옷을 반복해서 입는 ‘재활용 패션’을 선보이며 친환경을 실천하면서 의식 있는 왕세자빈이라는 이미지까지 구축했다.
Behavior
우아하고 품격 있는 왕세자빈…이중성 논란도
윤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 시에도 공식 행사에서 우아한 태도로 왕세자빈으로서 기대되는 규칙과 예절을 자연스럽고 품격 있게 잘 보여줬다.
해리 왕자와 결혼한 동서 메건 마클 왕자빈과의 불편한 관계가 언론에 종종 등장하면서 왕세자빈의 이미지 뒤에 숨은 트루컬러(true color)에 대한 이중성 논란도 일부 있었지만, 평상시 자선 활동에 적극 참여해 사회 공헌에도 큰 관심을 보여주며 영국 왕세자빈으로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성숙하고 친근한 소통…때론 단호한 모습
왕세자빈은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던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초대해 주신다면 언젠가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친근한 화법을 구사한다.
출산 후 호르몬 영향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졌을 당시 ‘베이비 브레인’이라고 농담을 한 동서 메건 마클 왕자빈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사례를 보면 상황에 따라서는 단호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언론과 대중 앞에서 성숙하고 신중하면서도 따뜻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고 분석된다.
패션 폴리틱스 리더, 케이트 미들턴 효과와 영국 브랜딩 효과
왕세자빈은 일명 ‘케이트 미들턴 효과’라 불릴 정도로 패션계에 끼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고, 영국 브랜드를 착용하면서 패션업계 이윤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왕실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고가의 로열 패션과는 다르게 왕세자빈은 시간·장소·상황(TPO)에 따라 대중이 어렵지 않게 모방 가능한 스타일의 옷을 매치하면서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패션은 착용자의 성격, 사회적 위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착용자의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무언의 언어로 표현되는데 왕세자빈처럼 왕실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는 그 의미와 영향력이 더욱 크다. 이처럼 패션은 이미지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이미지 브랜딩 형성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패션뿐만 아니라 품위 있고 친근한 언행으로 인기 있는 왕세자빈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향후 어떻게 계속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미지 브랜딩 해나갈지 기대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