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사업은 노후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정비구역 내에 소재하는 건물은 대체로 오래되고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건물의 가치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오랜 기간 방치된 경우도 많고, 아예 폐가 상태로서 건물의 가치보다는 오히려 철거비가 더 나오는 상황도 빈번하다.
이처럼 정비구역 내에 소재하는 건물은 1960~70년대에 사용승인을 받아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내용연수가 다 경과했으며, 현실에서도 효용이 거의 없는 건물이 많기 때문에 감정평가 시에도 대체로 토지의 가격이 중요하고 건물가치는 전체 부동산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간혹 정비구역 내 소재하는 건물이라도 소유자가 거주하기 위해서 혹은 월세를 주기 위해서 건물의 내·외부를 전면적으로 수리·보수해 완전히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을 대수선 수준으로 외관까지 모두 바꾼 경우라고 하더라도 건물 내부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정비구역 내 존재하는 건물의 일반적인 모습과 또 그것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제대로 된 건물가치를 책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건물의 외관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내부만큼은 완벽히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정말 내부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동일한 정비구역 내 다른 부동산들과 차별화되어 있는 내부상태에 대해 제대로 가치를 책정받을 길이 없다.
최근 상담내용이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구역이었는데, 종전자산평가액이 너무 낮게 나와서 당혹스럽다는 상담자는 3년 전에 1억원 이상 들여 주택 내부를 완전히 새집으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리모델링 없이 1970년대 사용승인을 받아 그대로 내부를 사용하고 있는 옆집 주택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책정됐다는 부분이었다.
상담자는 주택 내부에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한 것이 종전자산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종전자산평가 당시 내부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 것 같다.
종전자산감정평가를 비롯해 어떤 감정평가가 이뤄질 때 특히 해당 평가가 여러 곳을 한번에 평가하는 대량평가인 경우 수많은 소유자들과 일일이 일정을 조정해 내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내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감정인은 최대한 외관에서 관찰한 내용을 기반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상담자의 경우처럼 주택의 외관은 그대로인데 내부만 수리가 된 경우, 내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관에서 추정하는 내용으로 1억원 이상의 리모델링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없다.
상담자는 자신의 건물을 감정평가하러 온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평가가 위법한 것이 아닌지 물었지만 많은 경우 외관평가로 진행되며, 외관평가 자체가 특별히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리모델링 등 주변 건물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는 경우에는 조합에 비용자료 및 내부 현황에 대한 사진이나 리모델링 전후의 사진과 리모델링 업체로부터 수령했던 견적서 등을 제출했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개인적으로 감정평가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노후한 주택이 대부분인 정비구역일수록 리모델링 등으로 주택의 현황을 개선한 소유자가 있다면 스스로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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