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한경arte 특별취재팀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는 “파리는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다(Lutetia non urbs, sed orbis)”라고 말했다. 파리에는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1969년에 나온 샹송 ‘샹젤리제’에서는 “태양이 빛날 때나 비가 내릴 때나, 낮이든 밤이든, 여러분이 원하는 모든 것은 샹젤리제에 다 있다”고 노래한다. 이어 “어제저녁 모르던 두 사람이 오늘 아침 거리에서는 긴 밤 지새우며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연인이 되었다”고 낭만의 도시 파리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낭만을 이야기하자면 벨 에포크(Belle Époque)를 빠트릴 수 없다. 벨 에포크는 ‘좋은’이라는 뜻의 ‘벨’과 ‘시대’라는 뜻의 ‘에포크’가 합쳐진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대’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1870년 프랑스의 정치 격동기가 끝난 이후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가리키며, 이 시기는 전쟁이 없던 유럽의 부흥기이자, 특히 프랑스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 때다. 아름다운 그 시절 파리를 노래나 영화로 그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 50여 년간 ‘파리의 풍경’을 주제로 그려 온 화가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하나의 도시를 그리는 데 몰두한 파리 토박이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Michel Delacroix)가 바로 그다. 그가 태어난 건 1933년.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던 파리의 전성기, ‘벨 에포크’의 흔적이 남아 있던 시절이다.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전설적인 화가들이 파리의 아름다운 길거리를 거니는 광경을 보며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특유의 순수하고 따뜻한 붓 터치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나이브 아트(Naïve art)’의 거장이다. 나이브 아트란 미술사상 어떤 유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작가의 작품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전적이고 아카데믹한 기법을 무시하고 프리미티브한 방법으로 밝은 색채를 사용해 일상적인 풍경 등의 주제를 천진하게 표현한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뉴욕, LA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 약 300회가 넘는 단독 전시를 개최한 바 있는 미셸 들라크루아가 오는 16일부터 국내 최대 규모로 한국에서 특별전을 가질 예정이다. 올겨울 가장 주목받는 화제의 전시로 꼽히는 미셸 들라크루아의 ‘파리의 벨 에포크 展’은 한국경제신문과 2448아트스페이스 주최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되며, 동화 속 그림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들라크루아의 그림 20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에 앞서 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한경아르떼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를 꼭 읽고 가도록 하자. 앞서 말한 ‘벨 에포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가 머문 시선의 끝은 어떻게 붓끝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작품 속 배경이 된 명소는 어디인지 등 알고 보면 전시회의 재미가 두 배는 커질 것이다. 또한 큐레이터가 선별한 주요 작품 20점에 대한 소개도 자세히 담겨 있으니 필독하길 추천한다.
김은란 한경무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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