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2023년에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특히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배당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내 ETF 시장 역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말 75조원에서 110조원 규모로 커졌다. 2차전지 등 고수익 테마 ETF로 많은 자금이 몰렸으나 CD금리, 만기채권형 ETF 등 채권 및 단기자금 ETF의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연금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국내 상장 ETF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액티브 펀드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며 최근에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지 않고 초과성과를 추종하는 다양한 액티브 ETF들이 출시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의 등장으로 투자자들의 선택권은 넓어지고 있다.

2024년에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 ETF의 높은 인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채권의 수익은 이자수익과 채권 금리가 하락할 경우 발생하는 가격 상승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금리가 가장 높아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ETF의 투자 매력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 확장세를 감안할 때 만기가 길어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채권 ETF보다는 이자수익에 초점을 맞춘 고금리 단기채권 ETF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단기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ETF가 대표적이다. 더디지만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물가 대비 초과성과를 의미하는 실질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채권 ETF 외에도 자산 가격 변동성이 낮은 가운데 고정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배당 ETF들도 유망하다. 다만 현재 기준 배당수익률보다는 향후 해당 자산 가치 하락과 배당금 감소 리스크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2024년에도 여타 지역 대비 펀더멘털이 가장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우선주 ETF와 모기지 리츠 ETF는 각각 7%, 10%대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며, 가격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는 주식시장의 요구수익률을 높여 밸류에이션에 하락 압력을 높인다. 단,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여기에 2024년에도 AI를 바탕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주가 조정 시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ETF 투자는 유효하다.

미국 외 국가 중에서는 일본의 고배당주식ETF에 주목해 볼 만하다.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내수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배당수익률 외에 주가 상승 차익이 기대된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환율에 대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2024년에도 미국의 경기가 여타 지역 대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약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일본 엔화 가치도 현재 크게 하락해 있다는 점에서 엔화의 추가 약세 여력도 크지 않다.

2024년은 고금리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투자의 난이도가 높은 환경이다. 단기적인 모멘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 대비 금리가 높아진 자산과 매크로 불확실성에도 성장성이 유지되는 자산을 선별해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3 상반기 글로벌 ETF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