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쉬인의 등장, 전 세계 전자상거래 산업 광고비 증가로 이어져
미국 내에서 "무관세 기준 낮춰야" 목소리도

사진=알리바바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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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어떻게 미국인들의 쇼핑카트를 차지했을까[중국 빅4의 공습①] >에 이어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무, 쉬인 등이 아마존을 뛰어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반면, 공격적인 가격 정책 탓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중국 기업들, 왜 ‘미국’을 노렸나이들이 미국을 타깃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관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관세 정책의 허점을 노린 결정이다. 현재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800달러(약 105만원) 이하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015년까지는 무관세 허용 기준이 200달러 수준이었지만 2016년 3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 기준을 800달러로 확대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제 수혜는 중국 기업이 받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이 발표한 중국 관련 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형 택배 30%는 쉬인과 테무에서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의 이커머스 플랫폼 ‘틱톡샵’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이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인기를 끌며 전 세계 시장에서 ‘해외직구 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4개 기업 중 가장 늦게 미국으로 향한 곳은 틱톡샵이다. 틱톡은 지난해 11월부터 앱에서 이용 가능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틱톡샵’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했고, 올해 9월 미국에서 공식 론칭했다.

틱톡의 강점은 1억5000만 MAU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1억 명 수준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것으로, 미국인 3명 중 1명은 틱톡을 사용하는 셈이다.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정글스카우트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68%는 틱톡샵에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용자 기준으로는 49%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현지 관심도 뜨겁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틱톡샵이 드디어 미국에 왔다”며 “출시 직후 이미 20만 명의 판매자를 확보했고 10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를 모집한 상태”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틱톡샵 판매자 90% 이상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틱톡샵은 쉬인과 아마존의 새로운 도전자”라고 평가했다.
사진=틱톡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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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판도가 바뀐다’ 혹은 ‘곧 끝난다’800달러 이하 무관세 정책을 십분 활용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영국 패션전문지 BoF는 “중국은 오랜 기간 다양한 소비재의 주요 수출국이었고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며 “동남아, 북미, 유럽에서 테무, 틱톡샵 등의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방 지역까지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전쟁’이 촉발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쇼핑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BoF는 “이전까지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마진이 높은 품목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며 “중국 업체들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소비자 선택은 물론 시장 자체가 저가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의 사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익분기점(BEP)보다는 사용자 유치와 매출 경신 등에 집중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까닭이다. 또 과도한 마케팅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의 마케팅·판촉 비용은 분기 기준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테무의 미국 주문의 손실률은 30%, 전 세계 주문 기준으로는 평균 4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매체는 “이런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은 의제로 상정되지도 않았다”며 “언제 이익을 낼지 내부 목표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매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전략컨설팅업체 웨이블릿 스트레티지의 창업자 아이비 양은 “테무와 쉬인의 등장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산업의 광고비 증가로 이어졌다”며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이며 향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오히려 품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미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회 청문회에서 “관세 기준을 높인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다”며 “매일 200만 개의 소포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관세 기준을 100달러로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 소매업체들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관세 정책을 강화한다면 중국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저가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쉬인, 테무 등은 한국에서도 저가 정책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 중이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빠르게 성장해 직구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직구 점유율은 26%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역대 최대 사용자(551만 명, 와이즈앱 기준)을 기록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 4위로 올라섰다. 3위인 G마켓(605만 명)과의 사용자 격차는 54만 명 수준으로 좁혀졌다. 최근 쉬인이 국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늘리고 있어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쉬인이 한국에서 영향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며 “알리가 처음 한국에 진출할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세대보다는 10대 사용자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리도 처음에는 견제 대상이 아니었는데 지금 어떻게 됐는지 보라”며 “10대들의 최애 앱이 됐다. 쉬인이 아직 견제할 정도는 아니지만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