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499곳 대상 전수조사
한경 정책 등 20개 지표 평가
삼바·SK이노 등 상위권 포진

국내 첫 녹색 전환 평가…LG전자·SK가스 등 GX200 기업공개
〈한경ESG〉가 국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499곳의 GX(녹색 전환) 경영을 평가해 상위 200개 기업을 선정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넘어 선도적 투자와 자본 재배치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있는 기업 사례를 찾기 위해서다. 블룸버그와 함께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를 명문화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린 기업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됐다.

이번 평가는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사용,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등 4개 부문 20개 세부지표로 구성됐다. 2023년 11월 14일 기준 블룸버그 터미널 2021~2022년 회계연도 국내 기업 ESG 데이터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전체 상장사 2499곳 중 지표와 관련한 유효 데이터가 있는 256개 기업이 최종 평가 대상이다.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은 기업이 녹색 전환과 관련한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를 살폈다. 탄소중립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설정, 탄소가격 산정, 환경 공급망 관리 정책, 생물다양성 정책,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 활용, 산업별 공시 항목 준수(SASB 활용) 여부를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각 항목은 준수 또는 사용 여부에 따라 각각 1점을 배점했으며, 9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은 산업별 특수성이 과도하게 반영되어 착시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코프 1·2(온실가스 직간접배출량) 감축 비율과 스코프 1·2 집약도 감소 여부,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카테고리 공시 개수 등을 점검해 8점 만점을 부여했다.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은 에너지 사용량 감축 비율, 매출 대비 에너지 집약도 감축 비율,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을 점검했다.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은 폐기물과 수자원 재활용 비율, 수자원 사용량 감소 비율, 폐기물 재활용 증가 비율 등을 평가에 반영했다. 두 부문 배점은 8.5점으로, 전체 총점은 25.5점이다.
국내 첫 녹색 전환 평가…LG전자·SK가스 등 GX200 기업공개
S 등급, LG전자·SK가스 두 곳에 그쳐

총점을 기준으로 전체 등급과 부문 등급을 S부터 D까지 11단계로 기업에 부여했다. 정규 분포 상위 2.5% 구간에 S, 5% 구간에 AAA, 10% 구간에 AA를 부여하는 등 방식으로 전체 등급을 확정했다. 나머지 등급은 A(20%), BBB(30%), BB(40%), B(50%), CCC(60%), CC(70%), C(80%) D(80% 이상)이다.

올해 평가에서 종합 S 등급을 받은 기업은 LG전자와 SK가스 두 곳이다. AAA 등급은 9곳, AA는 13곳, A는 42곳이 획득했다.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은 절대평가를 실시해 9곳이 S 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에서 4곳,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7곳,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에서는 4곳이 S 등급을 받았다.

LG전자는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모두 S를 받아 종합 S 등급을 받았다.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에서도 생물다양성 정책을 제외한 모든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다만,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은 재활용 폐기물 부문이 저조해 BBB 등급에 그쳤다.

SK가스도 종합 S 등급을 받았다.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과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에서 모두 S 등급을 받은 덕분이다.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도 AAA 등급을 받았다. 전환 전략과 관련해서는 재생 전력 사용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아 9점 만점에 8점을 받았다.
국내 첫 녹색 전환 평가…LG전자·SK가스 등 GX200 기업공개
AAA 기업, 전환 전략 수립 우수 공통점

올해 평가에서 표준 편차 상위 5%에 속하는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모두 9곳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SK이노베이션, 아모레퍼시픽, SK(주), LG화학, 삼성SDI, 삼성전기, 포스코퓨처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이들은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에서 대체로 우수한 평가를 받아 AAA 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SK이노베이션, 아모레퍼시픽, SK, LG화학, 삼성전기,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전환 전략 부문에서 모두 S 등급을 획득했다.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내부 탄소가격을 책정하며 비교 가능한 공시 정보를 국제기준에 따라 공시하는 기업이 포함됐다.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은 전환 전략 부문에서 S 등급을 받지 않고도 종합 AAA 등급을 획득했다. 삼성SDI는 생물다양성 정책 부문에서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으나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이 우수해 AAA 등급에 올랐다. 포스코퓨처엠도 생물다양성 및 구체적 신재생 전력 사용 목표 등이 없었음에도 배출량 감축 실적이 우수해 AAA 등급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롯데케미칼·LG엔솔 등 13곳 AA

올해 평가에서 표준 편차 상위 10% 구간인 AA 등급을 받은 곳은 13곳으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KT&G, 아모레퍼시픽그룹, 롯데정밀화학, GS건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제철, CJ제일제당, 한화솔루션, 현대위아, 한국가스공사다.

삼성전자는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에서 S 등급을 획득했으나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순환경제 부문에서 각각 BB 등급을 받아 종합 AA 등급에 머물렀다. 삼성물산은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S 등급을 받고 전환 전략 부문에서도 AAA 등급을 받아 종합 AA 등급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A 이상 등급을 받아 종합 AA 등급에 올랐다. KT&G는 전환 전략 부문에서 S 등급을 받으며 종합 AA 등급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각 부문이 A 이상 등급을 받으며 종합 AA 등급에 자리 잡았다.

전환 정책 수립, 실행 목표·전략은 미흡

올해 평가에서 GX200 기업은 넷제로 전환 전략과 관련한 정책은 수립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 마련에는 미흡한 모습을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기업이 사업 또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전 세계 배출량 감축을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지 여부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올해 평가에서는 200개 기업 중 176곳인 88%가 이 같은 기후변화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탄소중립 목표와 관련해서는 50%인 100개 기업만이 구체적 감축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표는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로 검증받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공표한 기업을 포함하고 있어 검증이 구체화되면 대상 지표를 충족한 기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관리 정책, 생물다양성 정책, 탄소가격 산정,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등 정책 수립의 결과값이라고 볼 수 있는 평가지표에 대해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환경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검증하는 환경 공급망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표를 충족한 기업은 155곳(77.5%)이다. 해당 지표는 공급망 환경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나아가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이니셔티브 가입 등을 검토하는 생물다양성 정책 부문 지표를 충족한 기업은 79곳(39%), 탄소가격을 산정해 탄소중립 전략 등에 활용하는 기업은 63곳(31.5%)이며, 재생 전력 사용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29곳(14.5%)에 불과했다.

반면, 보고서 제3자 검증을 받은 기업은 166곳(83%),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을 따른 기업은 139곳(69.5%),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지표를 충족한 기업은 73.5%에 달하는 등 국내 기업은 정책 수립과 공시 표준화, 규격화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총배출량 2.1% 증가, 집약도는 개선

GX200 기업의 2022년 온실가스배출 총량은 3억6911만 톤으로, 2021년 3억6141만 톤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2021년 잠정 국가 온실가스배출량 6억7960만 톤의 54.3%에 해당한다. 배출 총량은 늘었으나 배출 효율을 나타내는 집약도는 개선됐다. GX200 기업 중 스코프 1 집약도가 내려간 곳은 139곳(69.5%)이다. 스코프 2 집약도가 내려간 곳은 142곳(71%)이다.

스코프 3 배출량 중 한 개의 카테고리라도 공시한 기업은 지난해 90곳에서 올해 103곳으로 13개 기업이 늘었다. 스코프 3 배출 총량은 56억6494만 톤으로, 스코프 1·2 배출 총량의 15.3배에 달했다. 이는 올해 지역난방공사 스코프 3(카테고리 3) 43억3458만 톤이 통계에 잡힌 영향이 크다. 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하면 2022년 스코프 3 배출 총량은 13억1437만 톤으로, 스코프 1·2 배출 총량의 3.65배다.

카테고리별 공시 비율은 임차 자산이 40.5%로 가장 높았으며 원자재(39%), 폐기물 처리(38.5%), 출장(33%), 조달 에너지(31%) 순서로 높았다. 반면 투자(6.5%), 제품 공정(8.5%), 출퇴근(11.5%), 임대 자산(13%), 프랜차이즈(20%) 카테고리는 공시가 저조했다.

온실가스배출 총량은 2.1%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에너지 소비량은 28.6% 증가했다. 총에너지 사용량은 367TWh로 2022년 한국 에너지 발전량 594TWh의 61.7%에 달한다. 에너지 사용 집약도가 2021년 대비 하락한 기업은 133곳으로, 전체 기업 66.5%의 에너지 사용 효율이 개선됐다.

평가 기간 늘리고 택소노미 반영 예정

이번 평가는 블룸버그의 2021~2022년 국내 기업 ESG 데이터 및 블룸버그가 보유한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포스코DX, HLB, CJ프레시웨이, 스튜디오드래곤, 펄어비스, 이오테크닉스, 에코프로비엠, 씨젠이 GX200 기업에 포함됐다.

또 2021년 이전 데이터가 누락된 기업이 많아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2021~2022년 데이터를 사용했다. ESG 컨설팅사 더씨에스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186곳으로, 전년 대비 33곳이 늘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평가 대상에 편입할 기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경ESG〉는 차기 평가에서 국내 평가 기업 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평가 기간을 확대해 장기 추세를 반영할 예정이다. 녹색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기반 매출액, 자본적 지출(CAPEX), 운영비용(OPEX) 등을 가점으로 반영해 녹색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신언빈 ERM코리아 기업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총괄 파트너는 녹색 전환 기업을 포착하기 위해선 “넷제로 목표와 현재 경로와 격차가 적은 기업을 찾고 매출 및 생산량 대비 집약도에 대한 측정과 공시를 하고 있으며,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사업을 공시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은 “결국 녹색 관련 지출과 투자가 전체 기업 규모와 비교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며 “물리, 전환 리스크 등을 측정하는 데 적용하는 시나리오의 엄격성, 스코프 3 산정 결과의 검증,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과학 기반 검증 여부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X200 전체 명단을 포함한 각 부문 평가 우수 기업은 <한경ESG> 2023년 12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