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보다 ‘타이파’가 대세
우수인력 키우는 인사 혁신과 ‘인재 셰어링’ 흐름 거세
실제로 안정된 직장인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그만두고 스타트업 기업 등에 전직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연공서열 성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경우 젊은층의 활동 기회에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잠재력이 있는 신입 사원도 30대가 돼야 관리직이 되고 업무를 리드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를 희망하는 젊은층으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물론 연공서열 관행이나 종신고용이 단계적으로 약해지고 있어 현재의 젊은층으로서는 앞으로 고령이 됐을 때 현재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직을 보다 냉철하게 평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유능한 인재일수록 조직에 무조건 충성하기보다 자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직장을 찾아다니면서 경력을 관리하려는 방향에 있다.
이런 젊은층으로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전직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없는 직장은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탈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부족, 젊은층의 이직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일본 기업 중에는 좀 더 일하기 편한 환경 조성에만 주력해 ‘유루 블랙 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애써 확보한 신입 사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직장을 성장과 전직의 발판으로서도 생각하고 경력관리와 성장의 효율(타이파: 타임 퍼포먼스를 뜻하는 신조어)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무시간을 무조건 줄이고 종업원 교육에 소홀한 기업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응해 스타트업처럼 젊은 종업원에게 권한과 기회를 주는 개혁에 나서고 있는 일본 대기업도 나오고 있다. 3대 이동통신사에 속하는 KDDI는 업무 내용으로 직원을 대우하는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신입 사원이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존 8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으며, 부하를 가진 30대 초반의 관리직원은 2023년 기준 4년 전의 10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일본 기업은 근로 의식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써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는 인재 셰어링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우수 인력이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가를 지향하는 시대가 되면서 회사에 소속된 인재 이외에 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프리랜서, 퇴직자 등을 포함해 다양한 외부 인재와 내부 인재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이 겪고 있는 고용 제도 변화, 인구감소 및 전문 인재의 희소성 심화, 젊은층의 충성심 약화 등에 대해선 우리 기업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젊은층에 대한 권한과 기회의 확대를 통한 인재육성 체제의 강화가 중요하며 근로자가 선택적으로 근무 시간 외에 교육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의 확충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고용 안정과 연봉의 장기적 인상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으며, 기업 역량을 네트워크로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전문 인재의 셰어링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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