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진행되는 선거, 한국경제에 큰 영향
포퓰리즘 대신 저출산·잠재성장률 반등 위한 정책 절실해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푸른 용의 해가 될 2024년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글로벌 경제가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특징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정치적 리스크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년 한 해 동안 미국, 영국, 인도 등 70여 국가에서 20억 명이 참가하는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1월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가장 큰 관심사인 미 대선이 11월에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국제통상 및 세계경제와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달리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지난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빠른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속되고 있는 미·중 패권 분쟁으로 인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질 것이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전략화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2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3회 연속 금리가 동결됐고 사실상 긴축기조의 피벗을 선언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금리인하 주제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자 다우지수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반응하면서 내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IMF와 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2.2%, 2.3%를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4%에 비해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의 연착륙에 힘입어 무역수지가 3년 만에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저성장 기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무역의존도를 가진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입과 수출 모두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 금리인하가 예상되지만 이 같은 결정이 기업의 투자와 소비에 반영돼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복합적인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금리와 물가의 급속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고, 힘든 체감경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주도하는 정치적 리스크가 만연해지고 있다. 단기적이고 피상적인 경기부양책에 매몰되기에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이슈가 심각하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1/3을 소멸시켰던 흑사병보다 심각하다고 뉴욕타임스에서 지적했던 한국의 저출산 문제,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 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성장전략’ 보고서에 의하면 생산성 하락과 인구감소로 인해 한국 경제는 2033년에 0%대, 204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쟁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더불어 신성장동력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과 속수무책으로 하락하는 출산율 반전을 위한 종합적 대안을 고심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