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현물출자해 설립한 선박기자재 기업, HD현대 계열사 일감으로 안정적 성장
조선업황 호조로 선박블록 수요 늘어나며 실적 개선, 시가총액 2300억원 목표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H-LINE해운에 인도한 18만 톤급 LNG 추진 벌크선의 시운전 모습 / 사진=현대삼호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H-LINE해운에 인도한 18만 톤급 LNG 추진 벌크선의 시운전 모습 / 사진=현대삼호중공업
선박기자재 업체 현대힘스가 내년 초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SM상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철회 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조선해운업 관련 기업이다. 최근 국내 조선사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HD현대그룹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상장 시 조선기자재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HD현대 계열사 매출 비중 95%

현대힘스는 2008년 4월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이 현물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선박블록, 선박 내부재, 배관 제조, 의장품 도장 등 조선기자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로는 HD현대그룹 내의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있다. 조선블록 사외 제작사 중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선박블록은 선박 건조에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생산 일정 지연에 따른 납기 지연으로 조선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부품으로 꼽힌다.

현대힘스는 HD현대 게열사와 전략적 관계를 기반으로 지난 15년간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회사 측은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어 지리적 이점을 확보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박블록은 원소재인 철강을 제철소로부터 공급받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조선소에 납품한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이어서 물류비용이 전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현대힘스는 제철소와 조선소 위치를 고려해 포항과 대불에 공장을 지었다. 포항 공장은 HD현대중공업의 울산 공장으로, 대불 공장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암 공장에 납품한다. 생산 공정도 HD현대 계열 조선사에 최적화돼 있다. 조선사 간 공정 방식의 차이로 인해 다른 조선사 대비 HD현대 계열 조선사가 요구하는 선박블록의 크기가 크다. 현대힘스는 넓은 작업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대형 블록 생산에 효율적인 공정을 확보해 HD현대 계열사의 선박블록을 납품하는 데 유리하다. 두 회사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배경이다.

HD현대 계열 조선사의 매출 의존도는 95%에 달한다. 회사 측은 “조선기자재 산업의 고객은 HD현대 계열 조선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사 등으로 매출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특정 업체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업황 호조세로 영업익 4배 급증

HD현대 계열의 조선사는 협력사인 현대힘스와 수시로 수주계획 및 생산계획을 공유받고 단가 인상, 선급금 지급, 자동화 공정 협동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요 고객사의 실적, 생산계획, 수주물량 등에 의해 매출이 결정되고 해당 업체들의 영업상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그렇지만 상호 협의로 생산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해당 주요 매출처와의 갑작스러운 거래 단절로 영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현대힘스는 매출처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오존·질소·산소 발생기를 생산하는 원하이테크, 오에이에스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매출 비중은 5%에 미치지 못하지만, 점차 매출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선박기자재업은 전방 산업인 조선업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힘스는 올 상반기부터 조선업황이 살아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343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순이익 7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작년 매출(1447억원)에 근접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7억원 대비 약 4배로 늘었다.

회사 측은 주요 거래처인 국내 조선사가 2026년까지 생산물량을 확보한 덕분에 당분간은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신조선 수요는 감소했지만, 2021년부터 이어진 선박 수주 호황기를 거치며 한국과 중국 조선소들은 일감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다. 인력 부족의 문제로 조선소들이 적극적 수주보다 선별 수주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면서 신조선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8년부터 선복 노후화로 인한 교체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선복량의 60%가 2003~2008년 해운산업 호황기에 발주된 것으로, 선박의 평균 수명인 25~30년이 지난 2028년부터 교체 시기가 도래한다. 다만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가격 상승, 해상물류 운임 하락, 선박 연료 채택 과정에서 선주들의 관망 추세로 인한 수주 부진 및 수주 잔고 감소 등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해운사 줄줄이 실패한 IPO 시장에 도전장 던진 현대힘스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시가총액 2300억원 도전

현대힘스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으로 총 870만7000주를 공모한다. 이 중 522만4000주(60%)는 신주 모집, 348만3000주(40%)는 구주매출 물량이다. 최대주주인 제이앤PE가 구주매출로 2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5000~6300원, 총 공모금액은 435억~548억원이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2244억원을 제시했다.

내년 1월 8~12일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 달 17~18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거쳐 연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주관업무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현대힘스는 주가자산비율(PBR) 1.69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296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회사 측은 기업가치에서 24.20~39.84%를 할인해 시가총액을 공모가 상단 기준 2244억원으로 제시했다. 비교기업은 케이에스피, 오리엔탈정공, 세진중공업, 동방선기, 한국카본, 일승 등 6곳으로 이들의 PBR은 1.02~2.61 수준에 형성돼 있다.

재무적 투자자인 제이앤PE는 이번 상장으로 4년여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 제이앤PE는 2019년 4월 특수목적법인(SPC)인 허큘리스홀딩스 유한회사를 설립해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현대힘스 지분 75%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4500원이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결정되면 제이앤PE의 지분 가치는 1400억원으로 불어난다. 투자금 대비 40% 평가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로 모집하는 200억원은 설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조선기자재 사업에서는 선박용 독립형 탱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서는 산소·질소 발생기 기술 고도화를 통해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