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회 구축을 위한 대규모 예산 확보 3년 내 실현 목표
국회 연간 1400개 정책 세미나 유튜브 중계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국회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해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20대 청년들에게 “자신을 귀하게 여겨야 귀한 사람이 된다” 조언
현 35대 국회사무처 수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사무처장 역시 베테랑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시작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3선 국회의원, 강원도지사라는 굵직한 경력을 거친 이광재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향후 거취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무총장을 만나 국회사무처 그리고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회사무처가 어떤 곳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회에는 약 5,90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출입 기자 1,500명, 그리고 조리사 및 청소근로자분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국회를 오고갑니다. 저는 여기서 조직, 살림, 인사 관리 등을 총괄해 모든 사람들이 국회 내에서 원활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문객도 매년 수 천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이 지장 없이 일정을 보낼 수 있게 지원하는 일도 저희 업무에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공을 들인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는지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습니다. 그 불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첫 번째로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었지요. 국회에서는 1년간 약 1,400개의 정책 세미나가 열리는데, 모든 것을 유튜브로 중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똑똑한 국회 만들기입니다.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내리려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토론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복지를 논할 때 보수는 미국, 진보는 북유럽 복지국가를 근거 삼아 얘기하기 때문에 항상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럴 때마다 다양한 데이터와 그간 논의됐던 내용들을 AI기술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AI 국회 구축을 위한 대규모 예산 확보를 마쳤고, 3년 안에 이 계획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확보한 예산을 통한 기초 준비가 지금은 끝이 난 상태이고, 학습용 데이터로 AI국회 개국을 위한 대규모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국회의 효과적인 개혁을 목표로 노력해 왔습니다.”
외교관련 업무 성과는 무엇이 있는지요.
“미·중 갈등 사이에 우리의 길을 확실히 찾아가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외교가 중요한 키입니다. 그 일환으로, 한‧미의원연맹 창설을 목표로 미국의 워싱턴에 의회교류 센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 역시 예산은 확보된 상태입니다. 중국에 관해서는, 한‧중의원연맹이 지난해 12월 발족식을 가졌습니다. 지난달에는 본 연맹 소속 국내 국회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한‧중 외교 개선에 관해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도 했지요. 동남아국가들과의 협력을 위해 6월 국회에서 한‧아세안 리더스 포럼을 처음 개최했습니다. 해당 포럼에서는 양측의 공급망 활성화 및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매년 포럼 개최를 해 국제적 현안에 대한 실천적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 나누는 일을 즐겨해, 사무총장으로선 처음으로 국회청소근로자들과 식사시간 가져...'심장은 피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조직에 대한 신의를 스스로 가져야
국회 그리고 정치 혁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이끌어내기 위해 경험한 부분이 있으신지요.
“개인적으로 업무 외 시간에는 다양한 분들과 산책하고, 식사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일을 즐깁니다. 오랜 공직 생활로 좋은 안목을 지닌 간부들이 특정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저에게 제안하고, 반대로 저 역시도 추진하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때로는 국회 내 청소근로자분들과도 식사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그분들 말로는 본인들과 함께 밥을 먹은 사무총장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즉, 심장은 피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조직 전체에 대한 신의를 스스로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별도의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많은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었습니다.
도지사 시절이 문득 기억에 납니다. 공직사회에서의 제안 제도를 만들어 누구든 좋은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건 지금 국회에서도 똑같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요. 그 제안 제도를 인사과정에 반영해 열심히 일하는 인재는 누군가의 줄에 서지 않아도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아 요직에 발탁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대학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은 어떻게 변화해야할까요.
“과거에는 주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며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폴 케네디의 말이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교육 및 기술력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보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대학 캠퍼스를 일자리와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국가와 학생의 성공에 기여해야 하고, 혁신적인 경제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기지가 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 유치를 위해 대학교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식의 여러 지원책을 통해 대학이 캠퍼스 안에 기업을 유치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보유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립대학의 경우, 현재 발의단계에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해당 대학이 보유한 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또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지 않고 학교 지원에 활용해 큰 재원을 얻을 수 있게 돕는 법안도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지방대학 캠퍼스 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어떠한 취지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한전과 같은 전기 관련 기업이 나주에 약 300개 정도 위치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이 대학들과 떨어져 있지만 이제는 대학 내로 유입돼야 합니다. 그 기업들이 땅값에 대한 부담감을 덜도록 캠퍼스 내 연구소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첫 번째죠. 건물값의 대략 50%가 땅값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학교 내 연구소를 구축하면 학생 연구자를 채용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취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이 지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취업난은 대학과 기업 간의 연동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지면 더 효과적인 인재 양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학생은 적성에 맞는 학문 분야를 고려해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는 미래의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대학이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기에 국가는 이를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합의를 위한 토론 아닌 이기기 위한 토론 문화 존재...어릴 때부터 건전한 토론대회 활성화 돼야"
예전부터 토론을 중시해 왔습니다. 정치계뿐 아니라 국민 사이 건전한 토론 문화 확립을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토론 훈련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합의에 이르기 위한 토론이 아닌 이기기 위한 토론 문화가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임의의 역할을 배정받아 해당 입장에서 토론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훈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토론 문화를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과 협력해 중‧고등학교에 토론 수업을 도입하고 대회를 주최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건전한 토론 문화를 배울 수 있게 많은 토론 관련 대회들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이 세계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 EBS에서는 세계적 석학의 강의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위대한 수업’이라는 콘텐츠가 운영 중인데, 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예산을 국회의원 시절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또 SNS 상에서 건전한 영향력과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권장하고 그러한 가치를 실현한 이들을 위해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동조합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협업하여 매달 국회에서 인플루언서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긍정적이고 활기찬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국민 간의 토론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현재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여야 간 뜨겁게 진행 중입니다. 바람직한 선거제 개편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당제가 탄생할 수 있는 선거 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강한 정당이 존재하지만, 제3당이나 4당과 같은 다양한 정당이 나와 완충지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비례대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하고 선출까지 될 수 있는 선거제가 바람직해요. 과거 소위 ‘전국구’ 비례대표는 錢(돈 전) 자를 써 ’錢국구‘ 비례대표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공천 헌금에 관한 문제들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비에서 벗어나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꼭 이루어졌으면 해요. 전라도와 경상도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서 선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민주당이 지지자가 부산이나 영남의 지역 인물을 선택하고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자가 호남의 인물을 고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지역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정치 혐오의 주원인으로 정체된 정치 문화와 지나친 정당 간 정쟁이 거론됩니다. 해결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코넬 대학교의 토론 코치로 활동 중인 윤석호 디베이트코리아 대표의 주도로 대학생 및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 대회 ‘솔버톤(문제를 해결한다는 Solve와 마라톤의 Marathon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듯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의미) 대회’가 작년에 개최됐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회의 사이트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여기에 이 ‘솔버톤’ 형식의 대회를 접목해 국회를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를 제안하는 대회를 12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렇듯 국민으로서 그리고 정책 소비자로서 대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법을 제안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전국 대학생 총학생회장들이 연석회의를 통해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회장들이 모여서 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고 의견을 모아 수만 명의 학생이 서명에 참여한다면, 이는 무시 못 할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거든요. 결국 정치의 본질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기에 그 본질을 향한 여러 대책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무처장님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신지요.
“출마를 하기 위해선 내년 1월 11일 전에 사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해결해야 할 예산안 관련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저 역시 해당 업무에 한창 정진하는 중입니다. 따라서 우선 이 문제부터 끝내고 난 뒤 생각해 볼 것입니다. ‘천하를 이롭게 하면 천하가 길을 열어준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국민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만큼 너무 내 미래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금은 사무총장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생각입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의 안에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믿고 자신을 귀하게 여겨야 귀한 사람이 된다. 이것저것 도전도 서슴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스스로를 기록하는 글을 남겨두세요. 시간이 지나 그 기록들을 읽어보면 자신에게 굉장한 자극이 될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계획도 꾸준히 세워야 합니다. 설령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계획을 세우는 것과 세우지 않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