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SW 개발해 용돈벌이, IT 대기업 개발자 거쳐 창업의 길로
‘상황감정 데이터’라는 니치마켓 발견, MS 관리 스타트업 선정돼 솔루션 납품까지
헬스케어·커넥티드카 등 기업고객에 데이터 공급, 내년 매출 40억원 기대

정우주 인디제이 대표가 12월 18일 한경비즈니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정우주 인디제이 대표가 12월 18일 한경비즈니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중학생 때부터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 PC통신에서 팔아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기업에 취업해 개발자로 일했다.”

12월 18일 한경비즈니스가 만난 정우주 인디제이(indj) 대표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력과 성장 과정을 털어놨다.

모범적이고 담담한 말투와 달리 인생은 흥미진진했다. 언뜻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탄생시킨 괴짜 창업주의 성장 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긴 대화를 하고 나서야 약력만 보고서는 헐겁게만 느껴졌던 퍼즐이 맞춰졌다.

인디제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 분석하는 SW 개발 스타트업이다. 패턴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디제이는 사용자에게 개인별 맞춤형 음악을 제공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음악 외에도 그때그때 사용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인디제이의 B2B(기업 간 거래) 고객이 맞춤형 서비스의 중요도가 큰 헬스케어, 커넥티드카 회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출발한 인디제이는 세계 3대 ICT 전시회로 꼽히는 ‘CES 2024’에서 전년에 이어 두 번째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년부터는 MS가 운영하는 마켓에 자사가 개발한 솔루션을 판매한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 그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Q. 법대를 졸업했는데 어떻게 SW에 관심을 갖게 됐나?
A. 중학생 때부터 SW를 팔아 학생으로선 큰돈을 벌었다. 한 번에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받기도 했다. 자동화 SW나 게임 해킹 프로그램 등을 팔았는데 그때 PC통신으로 프로그램을 샀던 게임유저들은 내가 중학생인지 몰랐을 거다. 다니던 중학교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가 입소문이 나서 다른 학교나 대학교 학과 홈페이지도 제작했다.

개발은 이런저런 시도와 독학을 해가며 재미를 붙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도스와 윈도3.1, PC통신 등 신기한 것들이 나왔다. 집 옆에 광주전자상가가 있었고 KT 건물 1층에는 인터넷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마련된 컴퓨터 신제품 체험관이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매일 거기서 놀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억울한 일로 체벌을 당해 학교를 자퇴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개발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 있는 컴퓨터 학원에 다녔다. 그 학원의 추천을 받아 일찍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창업의 꿈을 꾸면서 구성이 잘된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법학이나 경영학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다녔던 스타트업들은 지금 누구나 들으면 아는 대기업이 됐다.
정우주 인디제이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정우주 인디제이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Q. 창업은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A. 첫 창업은 법대 졸업 후에 사법시험 2차에서 연거푸 낙방한 뒤 하게 됐다.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무작정 좋아하는 스페인에 갔다가 한인 민박에서 일했다. 민박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스페인 역사와 법제도를 설명하면서 여러 장소를 소개했더니 민박 사장님이 가이드투어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하셨다. 당시 가이드 일로 한 달 만에 돈을 엄청 많이 벌었다. 한국에 와서 남은 돈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고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막 커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일종의 빅데이터 마케팅 업체를 차렸다. 통신사 데이터를 열어보면 체류시간이나 이동경로가 나와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관광 루트를 짜고 마케팅 스폿을 지정해서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식이었다. 주로 관공서를 상대로 일을 했는데 점점 그 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쯤 인수 제안이 들어와 엑시트를 할 수 있었다. 그게 2017년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금액이지만, 그때 받은 돈으로 전 직장에서 알게 된 친구들을 찾아 미국 실리콘밸리에 갔다. 친구들이 구글, 애플 같은 곳으로 이직을 했었다. 그러면서 2018년엔 친구들 권유로 스탠퍼드대 창업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Q.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에서 무엇을 경험했나?
A. 스탠퍼드대 기술전문대학원에서 운영하는 디자인스쿨(D-school)은 사용자가 아닌 기술 위주의 서비스, 제품을 만들었던 과거에서 생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애플 디자인이나 구글의 에자일 기법이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그래서 학생들이 아주 빨리 프로덕트를 만든 뒤 스탠퍼드대 학생들에게 제품 관련해서 인터뷰를 해보고 개선사항을 바로바로 적용해 또 인터뷰를 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상당히 지쳤었다.

그러던 차에 학교 안 스타벅스에서 BTS가 부른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나왔다. BTS가 인기 있는 줄도 모르는 시절이었고 그 노래도 몰랐는데 참 신기하면서도 정말 위로가 됐다. 그때 번뜩, 경쟁력 있는 니치마켓(niche market)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AI가 대세가 될 것은 자명한데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방법을 찾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매주 열리는 발표 경연에서 운 좋게 우승을 했다. 덕분에 투자제안도 받고 스탠퍼드대에서 인터뷰하다 알게 된 학생, 그리고 친구 한 명과 셋이서 두 번째 창업을 하게 됐다.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연결된 테슬라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광주시에서 찾아와 AI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투자를 하려는데 해외 유치사업이 필요하다면서 지사 형태로 광주에 창업을 한다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양국에 회사를 설립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국은 모든 것이 셧다운된 반면, 한국에선 계속 투자가 이뤄졌다.

Q. 인디제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황·감정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활용하나?
A. 음악추천 플랫폼인 인디제이는 그저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음악 서비스를 활용해 AI솔루션 개발을 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데이터는 해당 사용자를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블록체인에 파편화돼 저장한다.

크게 음악의 감정 분류와 상황을 유추하고 사용자 감정을 유추하기 위한 세 가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IoT(사물인터넷) 기기, 커넥티드카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집과 직장, 운동 장소에 언제 가는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일상적인지 특별한지 등을 패턴화할 수 있다. 또 감정이 있는 콘텐츠인 음악을 분류해 어떤 음악을 어떤 상태일 때 어떻게 청취하는지 중장기적 패턴을 분석해 마치 바이오리듬 같은 감정차트를 만든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페르소나(persona)가 형성되고 그 페르소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용자에게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용자가 평소 날씨가 궂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유형의 사람으로 보인다면, 비 오는 날 운전을 할 때 사고위험을 경보하거나 그를 위한 음악을 틀어줄 수 있다.

Q. 지금까지 실적과 앞으로의 목표는?
A. 초기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지 못했는데 “조선시대에 떨어졌으면 내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 같은 심리테스트로 심리테스트 웹사이트 1위를 하기도 했다. 덕분에 50만 사용자가 생겼으며 이 중 70~80%는 10대와 20대다.

인디제이의 머신러닝 기술은 정확도와 재현율, 그리고 F1스코어(정확도·재현율 간 균형)를 지표로 75~85%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ISO 국제표준 기반 시험성적서 발급기관인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측정했다. 이는 전 세계 특허를 분석했을 때 업계 최고수준보다 14% 정도 높고, 현재는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헬스케어, 커넥티드카의 B2B 매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창업 이후로는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해 내년에는 4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앞으로는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정하고 2027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투자나 M&A 제안도 들어오고 있어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