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력으로 낮은 가격에 고품질 상품 공급해야
어려운 시기, 국민과 상생협력이 브랜드 평판 제고 능력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회복 동력을 잃고, 지난 4년 동안 국민의 가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새해에도 만만찮은 경제적 도전과제 앞에서 국가나 기업이나 그리고 국민 모두 힘든 경쟁을 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새해는 힘의 상징인 힘찬 용의 해이고, 특히 60년 만에 돌아오는 청룡(Blue Dragon)의 해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청룡처럼 한국 경제가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경기 침체기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중에 성장했으니 박수를 크게 받을 만하다. 그러면 경기 침체기에도 성장하는 곳은 어떤 기업들일까. 경기 침체기에 성장하는 기업은 먼저 기술경쟁력으로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일 것이다. 또 경기 침체기에 우울한 소비자들을 위해 재미(Fun)를 제공하며 마음을 달래주는 유무형의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이 예상되는 올 한 해도 소비에서 가성비와 재미가 주요 트렌드일 것이고, 이런 소비자 니즈를 잘 반영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하며 소비자의 인기를 얻을 것이다. 가성비 높은 상품을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기술경쟁력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며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 다가간다면, 소비자는 어려운 중에도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지갑을 열 것이다. 바로 높은 가성비가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에게 효용을 높여주고 기업의 매출은 올라가는 상생형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다.

문제는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원가 인상을 이유로 가격이 계속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올라가는 지금의 시장 상황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늘면서 내수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고물가와 이에 따른 고금리, 그리고 미국 고금리에 의한 고환율이라는 ‘3고(高) 현상’이 발생해 우리 경제는 어려움이 컸다. 새해에도 3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성장 경제 국면에서 가성비 높은 상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업은 소비자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고 브랜드 평판은 올라갈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 가성비 높은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실질적인 상생협력의 본보기라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평가받아야 한다.

반면에 경기 침체기에 너도나도 가격을 올리면서 원가 상승의 압박이 크지 않음에도 편승해서 인상하는 사례가 생기며 물가가 지나치게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국민은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자고나면 물가만 오른다”며 물가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이런 고물가는 결국에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내수경기를 침체로 몰아넣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좋은 품질과 함께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좋은 인상으로 그 브랜드를 기억할 것이고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지고 그 지속성도 길어지게 될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 요구되는 기업의 상생협력 경영의 필요성은, 사후 약방문의 상생이 아닌가 하는 최근의 상생금융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수요는 높아졌는데, 금리가 오르고 ‘예대 마진’이 커지면서 국민은 힘든데 은행권은 호황을 누렸다는 소식이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에 은행권에서 상생금융기금을 조성하고 소상공인 채무자들에게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의 모습을 보였는데, 사전에 국민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더라면 상생의 효과가 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새해에도 당분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가운데,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진정한 상생협력으로 기업도 성장하고 국민도 도움을 받고 내수경기도 좋아지는 성과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국민이 어려울 때 가성비 높은 상품으로 성장을 주도하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