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걱정을 없애드립니다[서평]
말하기가 능력이 될 때
이아름 지음│프런티어│1만7800원
말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주목과 관심을 받는다. 아나운서 버금가는 편안한 목소리와 명확한 발음과 똑 부러진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말 잘하는 법’ 과외라도 받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그게 전부일까.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 반영돼 있다. 말과는 딱히 인연이 없던 회사원에서 시작해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수백 회 담당하고 100억원 넘는 사업을 따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대기업 등을 거쳐 현재 신세계푸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가 방송인도 스피치 강사 출신도 아닌 순도 100%의 회사원으로서 15분의 프레젠테이션의 판을 짜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비결에는 정작 ‘말’이 없다.

저자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아름 부장은 실제 내로라하는 말하기 고수들이 경쟁하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말 자체를 잘하려는 노력은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말 좀 틀리면 어때, 뜻만 잘 전달되면 문제없지’라는 쪽에 더 가까웠던 모습은 전형적인 전문 발표자들과 조금은 다른,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모습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어떻게’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우선이라는 것이 저자가 누차 강조하는 지점이다. 같은 말이라도 목적과 이유, 배경, 듣는 사람과 장소까지 100% 똑같은 조건은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내가 말을 하는지를 알고 준비한 다음에야 비로소 어떻게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진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은 마지막의 일이다.

책 전반에서는 말하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긴 하지만, 그보다는 논리 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맥락에 맞게 내용을 다듬어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대가 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은 회사에서 여전히 크고 중요하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계속해서 등장해도 많은 일이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면접, 회의, 발표, 보고 등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하기가 중요해지는 순간은 마주하게 된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은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잘 말하는 법’을 얘기한다. 왜 잘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영역에서는 회사로 대표되는 조직에서 말이 어떤 의미와 힘을 가지며 일상에서의 말하기와 다른 점을 살펴본다.

두 번째 영역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발표 형태이자 최고 난이도의 말하기로 꼽히는 ‘프레젠테이션’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말하기 전의 기본기를 다지는 법부터 내용을 구성하고 스토리를 기획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는 어렵지 않게 연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말하기 비법과 발표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공유한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된 온라인 면접, 발표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비대면 맞춤 말하기 전략도 함께 소개한다.

그동안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이 두렵고 힘든 이유가 말을 잘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말잘러’가 될 수 있는 씨앗 하나쯤은 있다고. 자, 그럼 이제부터 실전형 말하기 전문가의 현장 노하우 속으로 들어가보자.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