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경 포카앨범 기획자(메이크스타 포카앨범제작운영팀장)

최문경 포카앨범 기획자(메이크스타 포카앨범제작운영팀장)
최문경 포카앨범 기획자(메이크스타 포카앨범제작운영팀장)
음악 앨범 역사는 100여 년을 훌쩍 넘었다. 1910년 LP(Long Playing Record)판으로 시작한 음악앨범은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 대체앨범으로까지 발전해왔다. 플레이어의 축소와 음질의 고도화로 변화해 온 앨범은 최근 환경이슈에도 발맞춰 변모하고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종이로 제작된 포카앨범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대체앨범이다. 2022년부터 제작된 이 포카앨범은 최근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트롯가수, 드라마OS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여자아이들, 휘인, 플레이브, 놀면뭐하니(원탑/주주시크릿) 프로젝트 등 1년 반 동안 43개 팀의 포카앨범을 기획·제작한 최문경 메이크스타 포카앨범제작운영팀장을 만나 포카앨범 기획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카앨범을 직접 만드시는 거죠.
“네. 포카앨범 기획·제작과 앱 운영을 총괄하고 있어요.”

포카앨범은 정확히 뭘 말하는 건가요.
“앨범이라고 하면 CD를 많이 생각하실텐데, 포카앨범은 가수의 포토카드와 함께 QR코드로 앱에 접속해 노래를 듣고, 가수의 사진·동영상 등 프라이빗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대체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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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앱을 통해 노래와 사진·동영상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저희가 만든 자체 앱을 통해 들어가면 방송 또는 유튜브 채널에선 보지 못한 스타들의 영상이나 사진,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이 오롯이 담겨 있죠. 포카앨범을 구입한 분들만 볼 수 있는 콘텐츠예요.”

외부 공개가 안 된 사진·영상을 구매자가 외부로 퍼트릴 수도 있겠네요.
“포카앨범 독점 콘텐츠는 캡처나 복사가 안 되게 설정 해놨어요. 오로지 앨범 내에서만 볼 수 있게 말이죠.”

포카앨범을 제작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걸로 아는데, 앱은 공용인가요.
“아녜요. 메이크스타에서 제작한 포카앨범만 저희 앱을 통해 볼 수 있어요. 사실 포카앨범이라는 명칭도 메이크스타에서만 쓰고 있어요.”

기존 기획사인 메이크스타에서 ‘포카앨범 기획·제작’이라는 신사업을 진행하는 거군요.
“네. 포토카드 앨범 형태의 프레임은 디자인 특허를 내서 메이크스타만 쓸 수 있어요.”

아이돌만 제작하나요.
“아이돌이 위주이긴 하나 분야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얼마 전엔 트롯 가수 장민호 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놀면뭐하니?(MBC)’ 프로그램에 나온 원탑·주주시크릿 앨범도 저희 팀에서 제작했어요.”

“포카앨범 제작과정, 소속사와 앨범 콘셉트 정한 뒤 가수&팬덤 성향·국가 등 분석···제작기간은 약 한 달 소요”

포카앨범은 어떻게 제작되나요.
“우선 소속사와 사전미팅을 통해 앨범 콘셉트를 정합니다. 요즘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많기 때문에 가수의 팬덤 분석(활동성향, 국가별 분포도 등)을 고려해 앨범 형태와 콘텐츠를 기획하게 됩니다. 방향이 구체화 되면, 앨범 안에 들어갈 구성품이 정해지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게 되죠.”

제작기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보통 기획부터 디자인 완성까지 3~4주 정도 걸려요. 이후 유통과정에서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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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앨범마다 콘텐츠가 다 달라지나요.
“가수의 캐릭터나 팬덤 성향에 따라 다 달라져요. 이를테면, 비하인드 이미지나 아티스트의 손글씨,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또는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 등으로 앨범의 성격마다 달리 기획되거든요. 한 마디로 포카앨범은 아티스트와 팬들을 분석한 콘텐츠로 만들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앨범 콘텐츠 기획 시 제작자와 소속사 또는 아티스트와 방향이 다를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도 있어요. 보통 저희가 소속사에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리한 콘텐츠를 요구할 땐 거절의사를 내비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어떤 경우인가요.
“저희 팀에서 기획을 할 땐 아티스트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모니터링 해 제안을 해요. 근데 말씀드린 대로 새롭게 콘텐츠를 촬영해야 하다 보니 스케줄이 안 맞을 때가 있는데, 그 경우엔 가능한 선에서 조율을 하기도 합니다.”


“포카앨범 처음 시작한 2022년 중반에는 소속사에 제안해···최근 선제안이 들어오면서 인기, 올 상반기까지 스케줄 잡혀 있어”


보통 소속사에 포카앨범 제작 제안을 하는 편인가요.
“포카앨범을 처음 시작할 땐 수도 없이 제안을 많이 했었죠.(웃음) 근데 지금은 소속사에서 제작 의뢰를 먼저 주는 편이에요. 올 상반기까진 스케줄이 다 잡혀 있을 정도죠.(웃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도 있을 것 같아요.
“마마무의 휘인 씨 앨범을 제작했을 때예요. 메이크스타로 옮기기 전 회사가 마마무 소속사인 RBW여서 신인 때부터 지켜봐 온 아티스트였죠. 정상에서 홀로서기를 선택했잖아요. 저 역시 회사를 옮겨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을 시기라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더라고요. 근데 포카앨범으로 다시 만나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런 인연이 있거나 팬이면 좀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하나요.
“아무래도 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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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경우 멤버 수가 많은데요. 각 멤버의 팬들마다 요구사항이 있진 않나요.
“팬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앨범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 있거든요. 그래서 그룹일 경우에는 저희가 먼저 개인 포카앨범을 제안하기도 해요. 앨범 수량은 정해져 있어 개별로 제작할 때 비용이 더 들거나 그렇진 않거든요. 다만 저희팀의 일은 더 늘어나죠.”

“CD·포토북 구입 후 버려지면서 환경 이슈가 문제로 대두···포카앨범, 종이 제작에 소장 간편해 환경문제 축소하는 앨범으로 업계 알려져”

포카앨범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환경이슈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체 앨범이 이슈가 된 게 사실 환경이슈 때문이었어요. CD로 된 앨범이나 포토북을 구입하고 난 뒤에 팬들이 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구입한 앨범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이 팬들 사이에 문제로 부각된 거죠. 그래서 고안해 낸 앨범이 포카앨범과 같은 대체앨범이에요.”

포카앨범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저희가 만드는 앨범은 종이로 제작되고, 패키지를 활용해 프레임을 만들 수 있어 버려지는 게 거의 없어요. 저희도 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버려지지 않을까를 늘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연말에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원탑’, ‘주주시크릿’ 등이 포함돼 있는 ‘JS엔터’ 포카앨범을 저희 팀에서 제작했는데, 얼마 전 방송에서 앨범 샘플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정말 3명이서 쿵짝쿵짝 만든 결과물이 인기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고 괜히 뿌듯했어요.”

전세계적으로 K팝이 인기이고, 포카앨범 역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본인이 만든 결과물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걸 실감을 하시나요.
“앨범이 발매되고 해외 배송까진 적어도 2주 이상 걸려요. 그 사이 앨범을 받은 전세계 팬들이 앱을 통해 인증샷을 올리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죠.”

그동안 몇 팀을 제작하셨어요.
“플레이브, (여자)아이들, 드림캐처 등 한 43개팀의 포카앨범을 제작했어요. 지난해 판매된 앨범 수는 135만3,708개(2023년 1월 1일~12월 23일 서클차트 기준)예요. 처음 제작된 2022년 중반부터 집계하면 대략 170만장 정도 됩니다. 올해 기준 대체앨범(포카앨범+타사 제작 건)이 약 210건 발매됐고, 그 중 저희가 23%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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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앨범을 기획·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뭐가 있나요.
“제 생각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을수록 도움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의 매력이 잘 묻어날 지를 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꼼꼼함이 있어야 해요. 앨범을 제작할 때 오탈자를 찾아내기 위해 몇 번의 교정교열을 거치거든요. 또 콘셉트에 맞지 않게 디자인이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늘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해요. 그리고 종이 인쇄를 하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로 컬러가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인쇄소 기장님들과 소통이 중요해요. 저도 인쇄소 감리를 보러갈 때면 음료수를 사 들고 가서 기장님들과 친해지려고 하죠. 그러고 보니 넉살도 좀 있어야겠어요.(웃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다 보면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죠. 아티스트별 팬들의 니즈와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글로벌 팬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SNS를 유심히 살펴보고, 팬미팅이나 팬사인회 등의 후기를 모니터링하는 게 일상이죠. 그 안에서 콘텐츠 방향이 정해지거든요.”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은 아이돌 위주로 앨범이 제작되고 있지만 다른 장르나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말씀드린 대로, 아이돌을 넘어 트롯시장이나 드라마 OST도 몇 건 진행했어요. 나중에는 배우들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포카앨범을 제작하지 않을까 기대해요.”

직업적 장점을 꼽자면.
“다양한 아티스트를 비롯해 동종업계의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많이 배우고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앨범을 받은 팬들의 긍정적 리뷰는 저희 팀에 굉장히 큰 시너지가 되기도 해요.”

반면 단점은요.
“아무래도 변화가 빠른 업계잖아요. 변화의 흐름대로 따라가려면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하는 것, 언제 또 트렌드가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근무환경&연봉은 어떤가요.
“저희 회사는 9시부터 11시 사이 자율출근제로 운영돼요. 업무시간에 맞춰 모두 일하는 분위기라 야근이 많진 않아요. 연봉 역시 회사 규정에 맞게 책정되는데, 포카앨범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고 향후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 아마 연봉도 높아지지 않을까요.(웃음)”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포카앨범이 시작된 지는 얼마 안됐지만 현재 K-팝, 드라마 OST, 예능 그리고 MD(굿즈)분야까지도 확장되고 있어요. 기존 환경오염이라는 이슈에 대해 풀 수 있는 방법을 가진 프로젝트이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죠.”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